번아웃증후군은 개인이 아니라 조직 탓입니다. 이미 많은 연구로 증명된 사실이죠. 하지만 번아웃 예방 책임이 회사에 있다는 점은 분명해졌지만 번아웃을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는 아직도 불분명합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번아웃 치료는 외부에서 아무리 열정적으로 돕더라도 실패로 끝날 때가 빈번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회사에 직원 정신 건강을 지원해야 할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만 최근 필자가 연구한 결과를 보면 번아웃에 걸렸을 때 내게 가장 큰 도움이 되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인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여러 연구를 통해 번아웃을 극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톺아봤습니다. 그리고 공통적인 트렌드 몇 가지를 찾아냈죠.
번아웃증후군에 걸리는 이유는?
첫째, 번아웃증후군은 단편적인 현상이 아니라 세 개의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결과입니다. 이는 우리 연구뿐 아니라 선행 연구에서도 이미 확인된 부분이죠. 그 세 가지란 정신적 혹은 신체적 기력이 소진돼서 오는 탈진(exhaustion)과 회사에 더는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데서 오는 무심함과 냉소(cynical detachment), 자존감 상실에 따른 효능감 저하(a reduced sense of efficacy)입니다. 번아웃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 요소 중 무엇이 부족한지 파악해 이를 보충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령, 탈진이 원인이라고 해보죠. 이때는 활력을 충전하고 자신을 돌봄으로써 번아웃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너그러워질 때, 즉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기 자비(self-compassion)에 해당하는 자잘한 행위를 할 때 어떤 효과가 있는지 파악하고자 했습니다. 경영대학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중간고사 열흘 동안 자기 자비 행동을 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중간고사 기간은 극심한 스트레스 탓에 신체적 정신적으로 완전히 소진되는 시기니까요. 매일 아침 참가자들에게 과제가 하나씩 주어졌는데요. 어떤 때는 그날 힘들었던 일을 짚은 다음 자기 자비로 보상할 것을 주문하고, 또 다른 때는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연구 결과 10분 명상, 잘 차린 식사, 낮잠 한숨 등 자기 자비 행위와 이튿날의 번아웃 증상 감소 사이에 밀접한 연관성이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자기 자신을 챙기는 것과 자기 자신만 챙기는 것은 별개의 행위임을 잘 보여줍니다. 오히려 잠시 물러서서 자신의 상태에 집중하면 탈진도 번아웃도 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냉소가 원인일 때는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이 경우 앞서 소개한 방법이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소외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자신에게 집중하라고 하면 오히려 내면으로 침잠할 수 있으니까요. 그보다는 상냥한 태도가 도움이 됩니다. 다른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다 보면 유대감과 소속감이 생기니까요. 우리의 다음 연구 과제는 다른 사람의 짐을 덜어주라는 것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은 다른 사람에게 격려의 말을 건네거나 기분 전환 삼아 점심을 하자고 제안하는 등 여러 가지를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냉소의 정도가 줄어든 것을 확인했습니다. 심지어 잠깐의 다독거림이나 몇 분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조차 번아웃이 초래한 냉소가 약화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