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기업을 향한 미국 소비자들의 기대는 여전히 크다. 하지만 소비자 만족도는떨어지는 추세다. 이런 추세를 뒤집고자 많은 회사에서 사내 여러 조직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만족도를 높이는 데 CEO 역시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 있다. CEO가 직접 현장의 고객 서비스와 판매, 고객 경험 관리 인력 분야의 고객 서비스 담당자로 활약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CEO가 고객 서비스에 직접 나서는 것이 마냥 좋은 일일까? 아니면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많을까?
적어도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그렇게 생각하는 듯하다. 그는 테슬라와 트위터 이용자들의 각종 질의, 불만, 민원을 보고 하나하나 답해준다. T-모바일 전 CEO 존 레저(John Legere)는 와이파이가 끊기는 문제에 직접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소셜미디어 이용자 수천 명이 실시간으로 풋풋한 기내 로맨스가 전개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게 했다. 버진그룹(virgin Group) 창립자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은 버진항공사 승객들에게 주기적으로 피드백을 직접 요청한다.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는 아마존에서 “#흑인의생명도소중하다(#BlackLivesMatter)” 티셔츠가 판매되는 것에 항의한 고객에게 직접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적으로 답변하기도 했다.
CEO의 직접 대응은 전략과 운영 측면에서 여러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용자 입장에서 CEO의 답변은 크게 좋은 반응을 이끌기 힘들다. 특히 소셜미디어같이 오픈 포럼에서의 답변은 상당한 무게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CEO 직접 대응의 여러 장점
미국 소비자만족지수협회(ACSI)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모든 산업을 통틀어 제품 카테고리와 관계없이 미국 소비자 전체의약 12.8%가 기업에 대한 불만 사항을 접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한 차례 불만을 접수한 고객은 이후 다른 회사의 제품으로 갈아탈 가능성이 5배나 컸다. 또한 ACSI 데이터에 따르면 고객이 불만을 제기하기 이전의 만족도와 충성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불만 처리 점수가 1~10 척도에서 만점에 해당하는 10에 근접해야 한다.
CEO가 직접 고객과 소통하면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
비용 절감
CEO가 고객을 직접 대응하면 다양한 측면에서 회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를테면 CEO가 고객 커뮤니케이션의 ‘간판’으로 선봉에 서면 마케팅 프로그램의 디자인과 생산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특히 고객 불만 처리 및 서비스 회복(service recovery) 프로그램의 비용 절감에 효과적이다.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테슬라와 스페이스엑스, 트위터를 앞장서서 열렬히 홍보한다는 사실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다. 테슬라와 스페이스엑스가 기업 차원에서 마케팅하는 데 별도의 홍보 예산을 할당하지 않는다는 사실로 유명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머스크는 사실상 두 회사의 유일한 마케팅 담당자로 활동한다고 볼 수 있다.
소비자들은 머스크와 같은 리더들이 직접 개인적으로 소비자와 소통하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더불어 기업 차원에서 소비자 니즈를 충족하고 불만을 해소하는 데 적극적으로 전념(a culture of commitment)하길 원한다. 고객 중심 접근 방식의 선두에 CEO가 있으면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소비자 만족도와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CEO가 소비자 서비스센터의 담당자로 직접 나설 때는 현장 고객 서비스/판매 담당자와 고객 경험 관리 담당자들이 하는 일과 실질적으로 합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제품 개선
이용자들에게 신제품/서비스 또는 기존 제품/서비스의 업그레이드 아이디어를 응모받을 때 CEO가 나서면 가장 효과적이다. 피드백이 좋을 때도 많다. 아무래도 CEO가 직접 수집한 아이디어에 우선순위가 쏠리고 또 믿을 만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 대부분이 이용자가 기대하는 속도대로 제품 및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상당히 미묘한 작업이 필요하다. 엔지니어나 최고마케팅책임자 관점에서는 충분히 개선했다고 여겨도 이용자로서는 미진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결국 이용자는 궁극적으로 시장 경제에서 최고 결정권자다. 이를 생각하면 CEO는 개별 고객과 직접 커뮤니케이션해 각각의 기대감을 관리하는 동시에 이런 과정을 소셜미디어 등 공개적인 포럼에서 보여줘 대중의 관심을 한껏 끌 수 있다.
고객 만족도 증가
고객 서비스에 직접 나서는 CEO가 있으면 회사의 마케팅 메시지는 물론 시장에서 고유한 밸류 프로포지션을 강화할 전략적 기회를 얻을 수 있다.
T-모바일 CEO 존 레저(John Legere)는 어떤 트위터 사용자가 비행 과정을 중계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만난 두 승객이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친밀해지는, 이른바 ‘썸’을 타던 일화가 일파만파 퍼지던 와중에 직접 개입해화제를 모았다. 중계를 업로드하던 사용자가 와이파이를 추가로 구매해야 할 상황에 놓이자 CEO가 나서 와이파이를 무료로 제공한 것이다.
굳이 끼어들 필요가 있었나 싶기도 하지만 존 레저의 와이파이 선물은 사람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CEO가 직접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해 선의를 끌어내는 전형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ACSI 고객 데이터 수백만 개를 조사한 결과 이런 ‘선의의 저수지(reservoir of goodwill)’는 고객 만족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경쟁력으로 활용
CEO가 직접 고객을 응대하면 특별하면서도 유익한 커뮤니케이션을 보장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회사에 유리하다. 투자 자원을 늘리고 윗선의 승인을 거칠 필요 없이 바로바로 전략적 선택을 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궁극적으로 공격과 방어 마케팅 전략 양쪽을 모두 활용하면 된다.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도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CEO가 공개적인 플랫폼에서 개인 이용자에게 사회문제에 관한 회사 견해를 밝히거나 소비자에게 제품 또는 마케팅 효과에 대해 피드백을 요청하는 것이다.
아마존 CEO 제프 베이조스가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의 중요성에 대해 아마존 이용자와 직접 이야기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 같은 CEO의 사회적 행동주의(social activism)는 소비자 만족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ACSI는 미 대기업 67곳 이용자 9603명을 대상으로 기업과 CEO의 정치 활동이 해당 기업 이용자 베이스의 정치 성향과 일치하는 경우의 효과를 조사하고 있다. 지금까지 결과를 보면 회사가 자신과 같은 가치를 추구할 때 소비자의 제품과 서비스 만족도는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CEO 직접 대응의 여러 단점
반면 CEO의 직접적인 고객 대응은 때로 부작용을 일으킨다. 그 부작용은 생각보다 알아차리기 어렵다. CEO가 직접 대응하면 불만을 제기한 측에서는 “빠르고 완벽하게 불만이 처리되겠구나” 하는 기대감이 생긴다. 하지만 하루에 처리하는 고객 민원이 수백 내지는 수천 개에 달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그런 기대에 부응하기란 쉽지 않다. 일부 고객에게는 특혜를 주면서 다른 고객들은 소외시킨다.
어떤 이용자의 문제는 CEO가 직접 나서서 처리, 해결해주고 심지어 그 대처를 시장에 대대적으로 홍보까지 할까? CEO에게 선택되지 못해 후순위로 밀린다면 회사에 대한 불만이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 CEO의 고객 대응이 회사 차원의 방침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때 대응 처리 순서가 시장의 니즈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 이용자 베이스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CEO가 직접 나서는 게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을 때도 있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와 스페이스엑스의 고객 대응에 직접 나서 대부분 좋은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440억 달러를 들여 트위터를 갓 인수한 뒤 이런 대응 방식은 인수 첫 주, 트위터 이용자 100만 명이 탈퇴하게 하는 등 트위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초래했다. 특히 대대적인 정리 해고를 둘러싼 비판 여론이 컸다.
전통적인 고객 서비스 경로에서 벗어날 수 있다
CEO의 고객 직접 응대는 일선 고객 서비스와 매출 또는 고객 불만 처리를 담당하는 고객 경험 관리자와는 다른 방법으로 고객 불만을 처리해줄 수 있다.
기본적으로 CEO가 불만을 제기한 고객들을 선별해서 처리해주는 것은 고객 기대를 관리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좋은 기회다. 예를 들어 명품 패션 브랜드 돌체 앤 가바나의 도메니코 돌체(Domenico Dolce)에게 미국에 사는 한 고객이 직접 스틸레토힐의 가느다란 굽이 부러졌다며 수선을 요청한 적이 있다. 그러자 돌체는 신발을 빠르게 수선해 이탈리아에서 미국까지 배송하도록 지시했고 이 모든 일을 처리하는 데 단 36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돌체가 받은 스틸레토힐을 고쳐서 보낸 사람은 결국 돌체 앤 가바나의 일선 직원들이었다. 신발 한 켤레만 문제라면 CEO 한 사람이 직접 해결할 수 있겠지만 이런 수선 및 반품 요청은 보통 수백만 개에 달하며 CEO가 직접 이 많은 불만을 해결하는 정식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 공급자에서 소비자로가 아닌 소비자에서 공급자로 연결되는 ‘역물류(Reverse logistics)’ 산업은 수십억 달러에 육박하는 사업으로, 많은 회사가 고객 기대를 충족하고 만족도를 높이고자 현장 고객 서비스, 판매 또는 고객 경험 관리 담당자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고객의 기대를 관리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기업의 불만 처리 결과를 고객이 얼마나 잘 수용할지는 원래 그 기업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컸는지에 따라 상당히 달라진다. 처음부터 회사가 잘 처리해주리라 기대했다면 이후 처리한 결과를 기꺼이 더 잘 받아들인다. 문제는 그 반대 상황일 때다. 기존에 기대치가 낮았으면 회사가 잘 처리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싶어도 그럴 방도가 없다. 만약 CEO가 소비자를 만족시키고자 하는 ‘선의의 저수지(reservoir of customer satisfaction goodwill)’를 이용해 좋은 타이밍에 자신의 선의를 잘 활용한다면 CEO는 고객 서비스 담당자로서 회사가 가진 ‘선의의 저수지’의 저장량을 늘릴 수 있다. 하지만 CEO가 전통적인 고객 서비스 채널을 넘어 계속 행동할 순 없다. 지속가능한 모델이 아니다.
CEO 직접 대응의 타이밍
고객 만족도가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으로 바로 이어지진 않는다. 과거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일단 회사가 얼마나 ‘선의’를 쌓았느냐와 현재 시장 역학에 따라 만족도가 달라진다.
시장에 훈풍이 부는 시기에는 우리 생각과 달리 고품질 서비스, 나아가 고객 불만 해소 역량이 더 결정적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CEO들은 호황기에는 불황기만큼 직접 고객을 상대하려고 나서지 않는다. 이는 여러연구 결과와 ACSI 수집 데이터에 따르면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니다. 호황기에는 CEO의 고객 직접 소통이 향후 고객 불만에 대한 효과적인 대비로 이어지도록 작동해 장밋빛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경제 호황기에는 회사가 최선을 다해 역량을 발휘해 정당한 고객의 불만을 제대로 해결하도록 특별히 관심과 지원을 기울여야 한다. 이는 CEO가 일선 고객 서비스/매출 및 고객 경험 관리 담당자와 직접 함께할 좋은 기회다. 경제 침체기에 CEO가 직접적으로 고객을 대할 때는 보통 기존의 불만 처리 전담 고객 서비스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이 더 좋다. 경제 위기 때는 CEO가 나선다고 해서 회사의 고객 만족에 대한 강한 의지가 늘어날 가능성이 적고 오히려 만족도와 충성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CEO가 성공적인 고객 서비스 방정식의 일부라면 언제 “끼고”, 언제 “빠질지” 본인이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전략적으로 CEO는 직접적, 긍정적, 공개적으로 고객들과 소통해 고객 만족을 제공하겠다는 ‘선의의 저수지(a reservoir of customer satisfaction goodwill)‘를 가득 채우도록 뒷받침할 수 있다. 또한 CEO가 선별한 몇몇 고객 서비스 담당자가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회사 내부의 작동 방식과 시장의 외부 역학에 속속들이 통달할 것이다. 그러나 자칫하면 많은 부작용이 생길 위험도 큰데다 부정적인 여론이 순식간에 빚어질 수 있기에 심사숙고해 행동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