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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 혁신

민주주의를 살려야 기업이 산다

레베카 헨더슨(Rebecca Henderson)
매거진
2020. 7-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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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IG IDEA

민주주의의 위기와 기업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 그래야 자유시장 자본주의도 지킬 수 있다.


민주주의가 곤경에 빠졌다. 얼마 전 발표된 설문조사 데이터를 보면 정신이 번쩍 든다. 미국인의 55%가 미국 민주주의가 ‘약하다’고 응답했고, 68%는 점점 약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약 50%는 미국이 ‘비민주적 권위주의 국가로 변질될 수 있는 실질적 위험에 처했다’는 진술에 동의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시스템이 조작됐다고 믿고 있다. 70%는 ‘미국 정치 시스템이 돈과 권력을 가진 내부자에게만 유리하게 작동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는 미국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불만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민주주의가 돌아가는 방식에 만족한다’고 답하는 사람은 45%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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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우려는 청년층 사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18~29세 미국인의 약 3분의 2가 ‘미국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해 희망보다 두려움이 더 크다’고 답했다. 미국과 영국의 청년 유권자 가운데 민주주의 체제에서 사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약 30%에 불과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태어난 유권자의 75% 이상이 ‘그렇다’고 답한 것과 크게 대조된다.

이런 태도는 지난 10년 동안 일어난 글로벌 현상과 맥을 같이 한다. 필리핀, 헝가리, 터키, 폴란드, 베네수엘라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인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국가에서 권위주의적 포퓰리스트 지도자들이 정권을 잡았다. 현재 ‘민주주의 지수Democratic Index’가 매긴 글로벌 민주주의 점수는 10점 만점에 5.4점이다. 이는 민주주의 지수 조사가 시작된 2006년 이래로 가장 낮은 점수다.(민주주의 지수는 세계 167개 국가에서 선거 과정, 정부 기능, 정치 참여, 민주적 정치문화, 시민적 자유를 근거로 민주주의가 얼마나 활성화됐는지를 평가하는 지표다.)

나는 이런 경향을 가장 먼저 지적한 사람이 아니다. 상황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으며, 이런 불확실한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가장 먼저 탐구한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기업이 어떤 영향을 받고, 이런 경향을 뒤집기 위해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는지 묻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 몇 명 되지 않는다.

이 상태로 간다면, 기업이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해 서둘러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어차피 기업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여러 측면에서 세계가 지금처럼 번영을 누린 적이 없다. 물가상승을 고려한 전 세계 GDP는 내가 태어난 이후 약 60년 동안 6배 증가했다. 1인당 GDP는 거의 3배가 늘었다. 게다가 정부라고 하면 거추장스러운 규제, 세금, 관료적 타성, 무능력부터 떠올리는 기업인들은 정부에 그다지 마음을 쓰지 않는다. 기업 이익단체들은 정부의 기능을 강화하기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반정부 캠페인을 전개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제도가 약화되는 일이 종종 일어났다. 미국 기업인들은 뉴딜정책에 극렬히 반대하고 사회보장제도, 메디케어1 등 여러 프로그램에도 반대 목소리를 냈다. 기업은 노동조합을 와해하고, 자유언론과 충돌하고, 정책을 통제하기 위해 정치 시스템에 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기업 리더들이 바랐던 자유시장의 승리가 아니었다. 일반 대중을 희생시켜 돈과 연줄을 가진 이들에게만 유리한 시스템이 남았을 뿐이다. 불평등은 급등하고, 환경 파괴는 유례없이 가속화됐다. 시장의 자유와 공정성을 담보하고, 공해 같은 ‘외부효과’를 적절히 통제하고, 기회를 골고루 분배하는 민주적 책임 정부가 없으면 사회는 포퓰리즘에 빠진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좌익 포퓰리스트 정부가 국가 통제를 실험하고 있다. 어떤 나라들에서는 우익 포퓰리스트 정부가 정실 자본주의crony capitalism, 혹은 그보다 더 심한 상태로 퇴보하고 있다. 그 어느 쪽도 기업에는 좋은 일이 아니다. 양쪽 모두 우리 사회와 지구에 끔찍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부가 자유시장의 균형추라면, 민주주의는 정부가 독재로 치달아 시장 지배권을 장악하는 사태를 막아주는 힘이다. 나는 민주주의 강화가 전반적인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생존을 담보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가 있어야만 지금까지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삶을 바꾼 번영과 기회가 앞으로도 유지될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세계에 가장 큰 위협을 가하는 지구온난화, 불평등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 기업에게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힘이 되는 자원이 있고, 정치력이 있고, 동기가 있고, 책임이 있다. 실제로 기업은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요즘 사람들은 정부나 미디어보다 자신의 고용주를 더 신뢰한다. 최근 진행된 글로벌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71%가 “우리 회사 CEO가 이런 어려운 시기에 대응에 나서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기업계는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칠레, 남아프리카공화국, 독일 등 다양한 국가의 사회를 재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런 일은 또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자유시장이 민주주의 정부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 기업 리더들이 이해하고, 민주주의 정부를 적극적으로 망치려 들지 않을 때에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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