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사항 지난 20년간 많은 사람들은 기업이 지속가능경영 실적을 측정하고 공시하면 큰 결실이 있을 거라고 믿었다. 기업은 환경 파괴를 줄이고 사회에 더욱 기여할 것이다. 투자자와 소비자는 지속가능경영 실적이 좋은 기업들에 더 큰 보상을 할 것이다. 엄격한 지표들이 표준이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지속가능한 형태의 자본주의가 자리 잡게 될 것이다.
현실 하지만 이런 믿음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지속가능경영 실적 공시에는 문제가 많고 지속가능경영 투자는 과대 평가돼 있다. 반면 환경에 대한 위협은 점점 더 커지고 있으며 불평등은 계속 심해지고 있다.
더 나은 접근방식 지표들은 개선될 수 있으며 개선돼야 한다. 이해관계자들의 압박은 지속가능경영을 점진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하고 더 예리하게 규제를 다듬고, 투자를 촉진할 다양한 인센티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 회사 혹은 사회를 잘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를 재고해야 한다.
지난 20년간, 수많은 진보성향 학자, 컨설턴트, 경영진 및 NGO 리더들은 어떻게 기업이 환경 친화적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경제적으로도 번영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이론을 주장했다. 필자는 이들 그룹을 속칭 ‘지속가능경영 주식회사’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기업이 지속가능경영 실적을 제대로 측정하고 공시하면 다음과 같은 4가지 성과를 이룰 수 있다고 믿었다.
1. 각 기업의 사회, 환경 및 지배구조(ESG) 실적이 측정되고 관리되면서 개선된다.
2. 지속가능경영 실적이 우수한 기업이 자본이익률도 높은 상관관계가 나타난다.
3. 투자자와 소비자는 지속가능경영 실적이 우수한 기업들에 더 큰 보상을 주고, 저조한 기업에는 압박을 가한다.
4. 사회 및 환경적 영향을 측정하는 방법들은 더욱 엄격하고 정확해지며, 널리 적용될 것이다.
이런 선순환이 이어지면서 자본주의는 지속가능한 형태로 발전할 것이다. 언뜻 보면 이런 접근방식이 효과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2011년 HBR에 ‘지속가능? 건강한 생태계에 달렸다’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한 저자들은 지속가능경영이 곧 “기업의 경영 방식 그 자체”가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들의 주장은 어느 정도까지는 맞았다. 현재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기준인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를 따라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보고서를 제출하는 기업의 수는 지난 20년간 100배나 증가했다. 한편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Global Sustainable Investment Alliance에 따르면 사회책임투자는 30조 달러 이상으로 늘어나 전체 전문적인 운용자산의 3분의 1에 이른다.
하지만 근거 자료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동안 지속가능성을 측정하고 공시하는 움직임의 영향이 과장되게 부풀려진 경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지속가능경영 공시와 지속가능한 투자가 증가한 지난 20년 동안, 탄소 배출은 꾸준히 증가했고 환경 피해도 가속화 됐다.(‘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증가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참고) 사회적 불평등 또한 심해졌다. 예를 들어, 미국의 상장기업들은 CEO 보상의 중앙값과 직원 급여 중앙값의 비율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했지만 그 둘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다시 말해, 공시는 발전의 대용물이 아니다. 측정방식은 표준화돼 있지 않고, 불완전하고, 부정확하며, 오도할 여지가 크다. 그리고 공시와 사회책임투자의 새로운 이정표를 달성했다고 홍보하는 언론 보도들은 겉으로만 멋있게 보이는 ‘그린위싱greenwishing’1인 경우가 많다. 설상가상으로, 공시에만 초점을 맞추면 오히려 실질적인 발전이 저해될 수 있다. 전파를 쓰면서, 성과를 과대 포장해서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마인드, 규제, 기업 행동의 변화에는 오히려 관심을 떨어뜨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