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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 위기관리

디커플링의 전략적 과제

매거진
2021. 5-6월호
047
디커플링의 전략적 과제

중국에서 회사의 미래를 탐색하기


코로나19 위기가 시작됐을 때 N95 마스크와 다른 주요 의료장비의 부족은 미국이 생산 면에서 중국에 얼마나 의존하게 됐는지 미국 정치인들과 대중에게 여실히 보여줬다. 중국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적 정책은 잠재적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2020년 첫 10개월 동안 정확히 ‘중국과의 디커플(decouple from China)’ 또는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 from China)’이라는 문구가 포함된 기사는 이전 3년 동안의 기사를 합친 것보다 3배나 많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 경영진은 디커플링을 바라지 않으며 그 이유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중국에 들어가는 데 13년을 들였습니다. 그냥 철수하는 건 불가능해요.” 이런 견해는 보편적이다. 우리가 만난 어느 경영자도 중국에서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투입한 시간, 노력, 투자를 허비하는 걸 원치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덜 대립적인 접근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CEO들은 디커플링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할지 모른다. 디커플링이 미국의 정치 이슈일 뿐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부시, 오바마, 트럼프 행정부에 걸쳐 15년 이상 중국은 해외 기술 및 역량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을 추구해왔다. 더욱이 이런 전략은 앞으로 15년 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디커플링은 미래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글로벌 기업의 전략에 상당한 시사점을 줄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의 관찰 내용은 지난 수십 년 동안의 연구와 컨설팅에 토대를 둔다. 우리는 중국 주요 대학의 객원교수로 여러 번 근무한 것을 비롯해 120여 차례에 걸쳐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 중앙에서 지방기관에 이르기까지 많은 중국 정부 관료를 인터뷰했으며 중국에서 근무하고 거주하는 200명 이상의 서구 기업 경영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또한 10여 건의 심층 사례 연구서를 썼고, 수많은 기업에 중국 기업과 국가의 경쟁 전략에 초점을 맞춰 가치사슬을 오르내리며 효과적으로 경쟁하는 방법에 대해 조언해 왔다.

차이나 비전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던 지난 4년간의 관세전쟁은 디커플링이 미국의 일자리를 보호하거나 되찾아오고, 미국의 민간 및 군사 인프라의 안전과 보안을 보장하기 위해 주로 수입을 억제하는 것이라는 미국의 대중적 시각을 강화했다. 그러나 중국의 관점에서 디커플링은 중국이 경제성장에서 경제 통제로 초점을 바꾸는 전략적 전환이다.(51페이지 ‘중국의 디커플링 전략’ 참고) 이를 위해 중국은 다음 3가지 핵심 목표를 추구한다. (1)핵심 기술과 제품에 대한 해외 국가와 기업 의존도 제거 (2)토착기업의 자국 지배력 강화 (3)글로벌 경쟁력에 자국 지배력 활용이다. ‘이중 순환’이라는 용어는 이런 목표를 설명하는 데 자주 사용된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내부 순환, 세 번째는 외부 순환으로 간주된다.

해외 기업에 대한 시사점은 매우 크다. 예를 들어 오늘날 인텔은 중국에 수십억 달러 상당의 마이크로 칩을 수출한다. 현재 중국은 글로벌 반도체 수요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다. 자국 콘텐츠 목표Domestic-content targets로 인해 인텔은 현지 생산량을 늘려야 했다. 하지만 중국이 시장점유율 목표를 달성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중국 내 인텔의 매출은 토착 경쟁사들이 부상하면서 쪼그라들 것이다.

중국 정부와 기업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계획을 세울까? 3가지 핵심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구매 및 투자. 2015년 시작된 ‘메이드 인 차이나 2025(MIC 2025)’ 계획을 보면 중앙 정부는 외국 소유 기술에 대한 중국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기업의 해외 합병, 지분 투자, 벤처캐피탈(VC) 투자를 지원하겠다”고 돼 있다.

2016년 중국의 미국 기업 인수액은 약 550억 달러로 376% 증가했다. 이는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 등 여러 기관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기업 인수에 대해 면밀히 조사하도록 만들었다. 기업 인수액은 2017년 90억 달러 미만, 2018년 30억 달러 미만으로 감소했다. 마찬가지로 프라이빗에쿼티펀드 데이터 추적 회사인 프리퀸Prequin에 따르면 미국에서 중국인 투자자 한 명 이상의 벤처캐피털 거래는 2014~2015년 사이 700% 급증했고, 2018년 110억 달러에 육박하는 기록을 세울 때까지 그 수준을 유지했다. 2018년 미국은 정부기관이 중국 VC 펀드의 투자를 검토할 수 있도록 하고, 펀드가 자금출처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이런 투자는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보조금 및 펀딩. MIC 2025 이니셔티브에 대한 우리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현재 중국이 외국 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기술과 제품에 대한 독자적 R&D를 지원하기 위해 5000억 달러 이상의 다양한 기금을 조성했다. 주목할 만한 기금은 특별건설기금(2700억 달러), 산시 성 MIC2025 기금(1170억 달러), MIIT 및 중국개발은행(450억 달러), 간쑤 성 MIC2025 기금(370억 달러), 반도체 역량 개발을 지원하는 기금(310억 달러) 등이다. 이 금액에는 보조금 지원 대출과 지역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기타 지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사실 우리 분석에 따르면 GDP 대비 국영기업 보유 부채비율은 조만간 10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 이전. 미국 무역대표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은 조인트벤처(JV) 요건, 외국인 지분 제한, 다양한 행정 검토 및 라이선스 절차와 같은 외국인 소유 제한을 활용해 미국 기업에 기술 이전을 요구하거나 압력을 가하고 있다.”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도 “중국의 라이선스 문서화 절차의 일환으로 상업 기업은 보통 다른 시장에서는 요구되지 않는 상세한 제품과 프로세스 정보를 지방 및 중앙 정부기관에 제공해야 한다”면서 이에 동의했다. 경우에 따라 중국은 기술 이전을 넘어 명백한 기술 절도에도 나선다. 2010년 풍력 터빈 제어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 공급업체 아메리칸 슈퍼컨덕터(American Superconductor, AMSC)의 경우를 보자. AMSC는 중국 파트너사인 시노벨Sinovel이 오스트리아 개발시설에서 근무하는 세르비아 엔지니어 데얀 카라바세빅에게 자사 전체 소스 코드를 받는 조건으로 170만 달러를 지불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국 정부는 시노벨, 시노벨 중국인 임원 2명, 카라바세빅(1년 징역을 살았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2018년 승소했다. 그럼에도 AMSC는 2020년 현재 중국에 배치된 풍력 터빈의 20%에서 자사 소프트웨어가 계속 불법적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기술을 통제하고 노하우를 가져오려는 중국의 노력은 확실히 미국과 유럽의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장이 둔해지고, 보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더욱 그랬다. 앞서 언급했듯이 바이든 행정부는 디커플링 주장을 완화할 가능성이 높지만, 중국은 계속해서 자신의 최종 목표를 추구하려 들 것이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외국 기업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런 난제에 대응하는 방식은 주로 그들이 애초에 중국에 진출한 이유에 달려있다.

디커플링된 미래를 위한 전략

100만 개 이상의 외국 기업이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지만, 이들은 두 가지 축에 따라 4개 카테고리로 분류될 수 있다. 두 가지 축이란 원자재, 부품, 생산과 같은 업스트림 활동에 중점을 둔 정도와 중국 기반 유통, 마케팅 및 영업과 같은 다운스트림 활동에 중점을 둔 정도다. 2X2 분류를 통해 회사가 직면한 도전과제와 가장 효과적인 대응방법을 이해할 수 있다.(아래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을 위한 4가지 전략’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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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레이더 아래 플레이어Below-the-radar players.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 활동에 대한 집중도가 모두 낮은 기업이다. 이들 중 일부는 중국 진출 초기 실험 단계에 있다. 아니면 ‘선두주자 따라가기’ 접근법을 취하거나 혼자만 소외되기를 원치 않을 수도 있다. 이 카테고리에 속하는 기업의 경영진은 중국에서 자사의 입지가 약한 이유를 명확하고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 못한다.

놀라울 정도로 많은 미국 기업이 여기에 속한다. 2020년 골드만삭스 보고서에 따르면 S&P500 기업의 회사 전체 매출에서 중국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2% 미만이다. 이들 기업 중 다수는 업스트림 활동도 상당히 제한적이다. 예를 들어 인터내셔널 페이퍼International Paper는 미국 외 지역에서 전체 매출의 25% 이상을 창출하지만 중국에서 창출한 매출은 2% 미만이었다. 회사는 중국에서 보유한 대부분의 업스트림 자산을 매각했다.

MIC 2025 목표 산업의 레이더 아래 플레이어가 중국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낮다.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프레제니우스Fresenius를 보자. 회사의 총 매출에서 중국은 낮은 한 자릿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업스트림 운영에서도 적은 비중을 차지한다. 자사 제품이 MIC 2025 목표의 정중앙에 있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국내 경쟁사보다 2배 이상 크고 모든 주요 외국 경쟁사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챔피언 기업 민드레이Mindray에게 쉽게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 모두 중국 병원에게 자국 의료기기 구매를 70%까지 높이도록 요구하는 정부 지침 덕분이다. 프레제니우스와 다른 MIC 2025 목표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은 다른 시장에서의 사업을 통해 중국 사업을 헤징하는 것이 현명하다.

MIC 2025가 목표로 삼지 않는 레이더 아래 플레이어의 경우 즉각적인 영향은 덜 심각하다. 중국에서 계속 소규모 판매자와 생산자로 남아 있는 한, 중국의 정책이 아니라 기업의 가치제안과 비즈니스 모델의 강점이 중기적으로 회사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정부의 전략이 현재 목표 대상이 되지 않은 부문에까지 파급돼 모든 부문에서 외국 기업에 압력이 가해질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프랑스 프리스타일 스키 제조업체 블랙 크로우스Black Crows는 중국에서 스키 판매량이 많지 않으며 업스트림 활동도 적다. 스키는 대상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회사의 제품이 중국 경쟁사보다 우수하다면 혼자 남아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 스포츠Anta Sports가 이끄는 중국 컨소시엄이 2019년 핀란드의 스키 제조업체 아머 스포츠Amer Sports를 인수한 것이 우려를 자아낸다. 중국 경쟁사들이 중국과 해외 시장을 지배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브랜드 파워를 인수하면 블랙 크로우스는 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

레이더 아래 플레이어가 중국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중국에서 사업 규모가 작으며, 따라서 중국 사업이 회사의 글로벌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항상 작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 사업부 리더들은 기업 차원에서 경영진의 시간과 관심을 받거나 중국 현지 경쟁사들보다 앞서기 위해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일례로 지난 10년 동안 카르푸는 중국 매출이 전 세계 매출의 5%를 넘은 적이 없다. 그래서 2019년 중국 사업의 80%를 현지 리테일 체인 쑤닝Suning에 매각했다. 마찬가지로 에탐Etam, 테스코Tesco, 아마존, 포에버21, 우버를 포함한 여러 대기업들도 중국에서 충분한 사업 규모 임계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들 기업은 이후 중국 사업을 철수하거나 매각해서 토착 경쟁사들에게 시장 통제권을 넘겼다.

업스트림 플레이어Upstream players. 플로리다에 본사를 둔 장난감 제조업체 베이직 펀Basic Fun이 대표적이다. 중국에서 대부분의 원자재(직물, 플라스틱, 목재)와 부품(배터리, 소형 전기 모터)을 조달하며 글로벌 생산의 거의 90%가 중국에 집중돼 있다. 중국에서 만든 거의 모든 제품이 60개국 이상에 수출된다. 중국은 전체 매출의 2%만 차지한다.

지난 20년 동안 중국은 업스트림 플레이어를 유치하는 데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2010년에는 미국을 추월해 세계에서 가장 큰 부가가치 생산국이 됐고, 2018년 기준 전 세계 생산량의 28%를 차지한다. 지배적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중국은 큰 규모와 풍부한 저숙련 노동력 활용을 넘어서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숙련된 인재 풀을 넓히기 위해 교육에 막대한 투자를 했으며 대학 졸업생 수를 2000년 100만 명에서 2019년 800만 명 이상으로 늘렸다. 이 중 500만 명은 과학, 기술, 공학, 수학(STEM) 학위를 취득했다. 이제 중국은 인도,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STEM 학위소지자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재원을 도로, 철도, 공항 건설에 지출해 물리적 인프라도 업그레이드했다.

업스트림 플레이어에게 위험은 미국 관세에서 온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관세가 지배적 디커플링 수단으로 사용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외국 기업들이 중국 기반 생산제품의 상당 부분을 미국으로 수출한다면 매출과 이익에 심각한 영향이 미칠 수 있다.

많은 업스트림 플레이어가 이런 시나리오에 대비해 ‘중국+1’ 전략을 사용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혼다 최종 조립공장에 브레이크 페달을 공급하는 기업으로 우한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F-테크F-tech 사례를 보자. F-테크는 필리핀에 자매 공장을 짓고, 여기서 생산한 물품을 주로 캐나다와 미국의 혼다 생산시설에 공급한다. 코로나19가 우한을 강타해 공장을 폐쇄해야 했을 때, F-테크는 중국+1 전략을 통해 우한 공장이 재가동될 때까지 필리핀 공장에서 생산량을 늘려 일본에서의 혼다 수요를 일부 맞출 수 있었다.

중국+1 계획은 세우기는 쉽지만 이행하기는 어렵다. 앞서 말했듯이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된 이유는 노동력이 풍부해서만이 아니다. 고숙련 노동자가 증가하고 2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수요 변동에 따라 유연하게 생산자 간 이동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베이직 펀의 CEO 제이 포어맨Jay Foreman은 이렇게 말했다. “중국에는 다양한 이점이 있습니다. 고도로 훈련된 노동력, 재무적으로 탄탄한 인프라, 훌륭한 안전 및 품질관리 시스템, 우수한 교통과 커뮤니케이션 포인트 등이죠.” 그는 사업체 이전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우리가 베트남으로 이전한다고 해보죠. 베트남은 중국 면적의 10%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중국 생산량의 5%나 10%를 베트남으로 이전한다면 생산량 한도에 도달할 겁니다. 인도로 갈 수도 있지만 인도의 인프라는 이 정도로 구축돼 있지 않습니다.”

업스트림 활동을 중국에 크게 의존하는 기업은 관세나 노동력 공급과 무관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일본의 선도적 에어컨 제조업체 다이킨Daikin의 경우를 보자. 다이킨은 성장을 위해서는 일본 외부로 사업을 확장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더 저렴한 에어컨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2009년 경영진은 생산시설을 중국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그 과정에서 다이킨은 중국 경쟁사인 그리 가전Gree Electric의 저비용 대량판매시장 생산능력을 활용하는 대가로 자사의 고급 인버터 기술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다이킨은 중국에서 가격경쟁력 있는 에어컨 제품을 생산해 글로벌 수출에 성공했다. 실제로 해외 매출은 전체 매출의 80%로 뛰었다. 그러나 그리 가전은 다이킨에서 추출한 IP를 활용해 국내 최고의 에어컨 기업으로 부상했다. 10년 전만 해도 다이킨, 레녹스, 일렉트로룩스, 캐리어, 트레인 같은 해외 기업이 지배했던 중국 에어컨 시장의 70% 이상을 이제는 그리와 다른 토착기업들이(특히 미디어Midea와 AUX) 지배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전략에 따라 그리는 자국에서의 강점을 글로벌 경쟁력에 활용해 30억 달러의 해외 매출을(전체 매출의 약 10%) 창출하며 지난 6년 동안 다이킨보다 두 배나 빨리 성장했다. 안타깝게도 이는 다이킨만의 사례가 아니다. 업스트림 활동을 중국에 올인하는 전략을 가진 기업은 중장기 리스크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중국의 디커플링 전략

중국의 전략은 2005년 ‘과학기술개발 중장기계획(2006~2020)’과 함께 시작됐다. 수입 대체를 통해 2020년까지 11개 부문에서 자국 콘텐츠를 30%까지 늘릴 것을 촉구하는 정책이었다. 10년 후 ‘메이드 인 차이나 2025(MIC 2025)’ 계획이 출범하면서 정보기술, 로봇공학과 AI, 항공우주, 해운, 철도, 에너지, 소재, 의료장비와 의약품, 농업, 전력장비 등 10개 부문의 자국 콘텐츠 비중을 2020년까지 40%, 2025년까지 70%까지 높이는 것으로 확대했다.

또한 MIC 2025는 자국 기업의 시장점유율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테면 중국의 전기자동차와 에너지장비 제조사의 자국시장 점유율은 각각 80%와 90%로 계획됐다. 2020년 가을 시진핑은 중국이 5G, 사물인터넷, AI를 비롯한 기술의 글로벌 표준을 설정하는 ‘중국 표준 2035(China Standards 2035)’ 계획을 발표했다. 자국 콘텐츠 점유율 목표를 높게 세워 외국 기업이 중국에서의 생산을 늘리게 하고, 시장점유율 목표를 높게 세워 토착기업이 중국 시장을 지배하도록 보장한다.

마켓 플레이어Market players. 완제품을 수입해 거대하고 점점 부유해지는 중국 시장에서 판매하는 기업이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철강제조장비 공급업체인 이탈리아의 다니엘리Danieli가 B2B 분야의 좋은 사례다. 1990년에는 전 세계 철강의 8%만이 중국에서 생산됐다. 2000년에 이 비중은 두 배로 늘었고, 2013년에는 중국이 전 세계 나머지 모든 국가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철강을 생산했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거의 모든 철강을 중국 기업이 만들었다. 이처럼 글로벌 철강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 제조업체들은 제강 장비가 필요했다. 다니엘리는 가능한 한 많은 사업을 따내려고 했다. 2003년 다니엘리의 글로벌 매출은 7억4000만 달러였다. 2010년에는 4배 이상 증가한 약 41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대부분 이탈리아에서 생산된 제품을 중국 제철소에 판매 및 설치한 것이다.

중국의 1인당 소득이 급격히 늘면서 B2C 영역에서도 비슷한 기회가 생겼다. 2005년 중국의 백만장자 수는 약 23만6000명이었다. 2020년에는 580만 명으로 급증했다. 스위스 시계 제조업체 롤렉스는 중국의 부유층 소비자의 수요를 잡기로 했다. 다니엘리처럼 롤렉스의 중국 시장 전략에는 현지 제조가 포함되지 않았다. 시계를 100% 수입했는데 거의 대부분 스위스에서 들여왔다. 고급 소매업체를 통한 유통, 연예인 홍보, 이벤트 후원 등 다운스트림 활동에 집중해 수요를 창출했다. 2019년 중국은 롤렉스에 두 번째로 큰 시장이 됐고 2010년 이후 4배 이상 매출이 증가했다.

마켓 플레이어에 대한 중국의 경쟁 전략은 이들 기업이 B2B 또는 B2C 부문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 MIC 2025가 목표로 하는 업종에 포함되는지, 본국의 수출통제권 안에 속하는지 아닌지에 따라 다르다. 명품 판매기업처럼 MIC 2025 대상이 아닌 B2C 기업은 단기적으로 중국의 수입 대체 노력이나 미국 또는 기타 본국이 부과하는 수출 통제에 저촉될 가능성이 낮다. 그러나 이들 중 위챗(10억 명 이상의 사용자 보유) 등 지배적 소셜미디어 플랫폼이나 중국 내 디지털 결제량의 92% 이상을 점유한 알리페이나 위챗 페이 등 디지털 결제 생태계에 연결돼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 따라서 B2C 마켓 플레이어는 더 나은 접근과 소비자 전달을 위해 중국의 특정 플랫폼과 주변 생태계에 통합돼야 한다. 그리고 토착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수록 일부 마켓 플레이어는 진화하는 현지 취향과 점점 세련되는 수준에 맞춰 그들의 가치 제안을 조정해야 할 것이다.

목표 부문의 B2B 마켓 플레이어는 디커플링의 영향을 받을 것이다. 중국의 수입 대체 정책이 현지 생산 투자를 유도할 뿐만 아니라 해외 보유 역량을 사거나, ‘빌리거나’, 자체 구축하려는 중국의 노력에 따라 현지 경쟁사들의 강점이 강해질 것이다. 이에 대응해 다니엘리는 현지 매출의 3배인 12억 달러를 목표로 ‘중국을 위해 중국에서in China for China’ 전략을 강화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국 직원 수를 1200명으로 3배 늘렸다. 이 가운데 파견 주재원은 30여 명뿐이다. 현지 R&D, 설계, 생산 능력에 대한 투자도 대폭 늘렸다. 하지만 다니엘리는 중국에서 가장 어려운 경쟁사가 더 이상 독일의 SMS나 일본의 프라이메탈스가 아니라 국영기업인 중국야금과공집단China Metallurgical Group을 타깃으로 하는 15개 건설자회사 CERI와 CISDI 중 두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들 기업은 수년간 다니엘리의 고객이었던 중국 철강기업들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다니엘리가 중국에서 오랜 고객을 유지하거나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CERI와 CISDI가 국영기업, 보조금 지원 융자, 자국 기업에 유리한 제강 장비 구매, 플랜트 건설, 현대화 계약에 대한 정부의 영향이라는 이점을 갖기 때문이다.

결국 많은 B2B 마켓 플레이어들은 다운스트림 운영뿐만 아니라 업스트림 운영에도 투자와 의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듀얼 플레이어Dual players. 애플, 인텔, 나이키 같은 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중국에서 상당한 매출(각각 전체 매출의 20%, 28%, 16%)을 창출하고, 글로벌 생산의 중요한 기반으로 중국을 이용한다. 애플은 매해 2억 대 이상의 아이폰을 100% 중국에서 조립한다. 중국의 조립 사업이 독립 기업이었다면 지구상에서 가장 큰 300대 기업 중 하나였을 것이다.

듀얼 플레이어는 디커플링으로 가장 큰 어려움에 처한다. 예를 들어 애플은 중국 정부가 애플페이보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같은 자국기업을 선호한다는 이유만으로 중국에서 휴대전화 판매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미국이 아이폰에 부과하는 10~25%의 수입관세가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도 있다. 현재 애플은 휴대전화를 싱가포르로 수출한 후 미국으로 재수출하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이런 압력 때문에 일부 듀얼 플레이어는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 활동을 위해 ‘중국을 위해 중국에서’ 전략을 추진하면서 중국에서의 전체 가치사슬을 외부와 효과적으로 디커플링한다. 이 전략이 먹히려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 해외 기업에 중국에서의 매출 성장 잠재력이 커야 하고 둘째, 회사의 글로벌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합리적 생산기지가 중국 밖에 있어야 한다.

모든 대기업 듀얼 플레이어가 이런 조건을 충족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일부는 기존 접근방식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중 하나가 애플이 될 수 있다. 10년 전만 해도 토착기업들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0%밖에 되지 않았다. 이제는 거의 90%에 육박한다. 전자결제 시장은 90%가 넘는다. 게다가 레노버Lenovo와 다른 현지 기업들이 중국 노트북과 태블릿 시장에서도 상당한 점유율을 보이고 있어 애플의 시장 기회를 더욱 제한하고 있다. 게다가 애플은 중국 외에는 생산 대안이 거의 없다. 애플은 중국에서 약 300만~400만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데 이는 다른 곳으로 복제하기 어려운 규모다. 계절에 따른 수요변화에 맞춰 수십만 명의 노동자를 유연하게 증가 또는 감소 조정하는 자율성도 중요한데 이 또한 다른 국가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다른 국가에서는 비슷한 비용으로 중국만큼 양질의 노동자를 고용할 수도 없다. 애플의 CEO 팀 쿡은 이렇게 말했다. “중국은 매우 선진적 제조업으로 진입했습니다. 따라서 중국에서는 장인 수준의 기술, 정교한 로봇 공학, 컴퓨터 과학이 공존합니다. 다른 곳에서는 찾기 힘든 이런 공존이 우리가 원하는 정밀도와 품질 수준 때문에 비즈니스에 매우 중요합니다.”

애플의 여러 기술과 제품, 그에 따른 다운스트림과 업스트림 활동은 중국의 디커플링 이니셔티브로 인해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이는 현지 경쟁사들에게 이익이 된다. 애플은 이미 아이패드와 맥 등 일부 제품의 조립을 중국에서 베트남 등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기 시작했다.

나이키의 상황은 매우 다르다. 토착기업이 아닌 해외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의 운동화 시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나이키는 중국에서 충분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나이키가 글로벌 브랜드를 활용하면서 유행에 민감한 중국 소비자들에게 맞춤화 된 제품을 현지 생산하는 유연성을 이용하면 리닝Li-Ning, 안타Anta 등 현지 브랜드보다 앞서갈 수 있다. 게다가 애플과 달리 40개국 이상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중국을 위해 중국에서’ 생산을 지속하면서도 다른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한 대안이 있다. 실제로 일부 다른 국가에서의 생산이 이미 증가했다.

중국과 미국이 서로에게 지나치게 의존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바이든 행정부에서 우선순위가 낮더라도 디커플링은 계속될 것이다. 이에 따른 도전 과제에 CEO들은 맞설 수밖에 없다. 외국 기업은 자신이 왜 중국에 있는지, 앞으로의 전략적 의도가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대규모 변동은 피할 수 없다. 일부 기업은 베팅을 헤징할 것이고, 다른 기업은 베팅을 2배로 늘릴 것이기 때문이다. 후자인 기업이 중국의 목표 산업 중 하나에 속해 있다면 그럼에도 중국 고객을 끌어당길 수 있는 강력한 가치 제안이 필요할 것이다.




스튜어트 블랙(J. Stewart Black)은 인시아드 교수다.
앨런 모리슨(Allen J. Morrison)은 애리조나주립대 선더버드경영대학원 교수다. 이 아티클은 출간을 앞둔 책 〈Competing in and with China〉(Thinkers50)에서 발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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