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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 자기계발

협상을 다시 생각하다

매거진
2021. 11-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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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GOTIATION

협상을 다시 생각하다
파이를 나누는 똑똑한 방법




내용 요약

문제
사람들은 협상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합의에 이르는 것이 훨씬 더 어려워진다.

원인
협상에 참여한 사람들이 합의를 통해 새롭게 만들어지는 가치가 아니라 분배할 전체 가치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힘과 공정성 측면에서 상충되는 견해가 나온다.

해결책
협상을 통해 분배해야 하는 것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을 때 양쪽의 최선의 대안을 합친 것을 초과해 창출되는 부가 가치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협상의 파이는 균등하게 분배돼야 한다. 이 파이를 만들어내는 데 양쪽 모두 필요하기 때문이다.



협상은 스트레스 받는 일이다. 돈, 기회, 시간, 관계, 평판 등 많은 것이 협상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협상 테이블에서 상대방을 이용하거나 상대방에게 냉정하게 보이려고 하다가 종종 최악의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다른 사람을 공정하게 대하고 동시에 나도 공평하게 대접받을 수 있다면 모두에게 이롭지 않을까? 다음 몇 장에 걸쳐 우리는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간단하고 실용적이면서도 현장에서 검증된 방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협상에 대한 경영학계의 바이블은 로저 피셔Roger Fisher와 윌리엄 유리William Ury의 <Yes를 이끌어내는 협상법>(장락, 2014)이다. 1981년 출간된 이 책은 입장position이 아니라 이익interest에 초점을 맞춰 성공적으로 합의에 이르는 방법을 알려줬다. 하지만 이 책이 해결하지 못한 난제는 그렇게 만들어진 이익을 어떻게 나누느냐는 것이다. 우리는 이에 대한 해답이 협상에서 정말 중요한 ‘파이’, 즉 함께 하자는 합의를 통해 만들어지는 추가적 가치를 정확히 판단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양쪽의 BATNA(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 협상 외의 차선책)의 가치를 더한 것 이상의 가치 말이다.

‘파이를 나눈다’는 개념은 협상에서 흔하게 통용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파이를 잘못 생각한다. 이들의 머릿속에 있는 파이는 나눌수 있는 전체 가치를 의미한다. 이에 따라 잘못된 수치나 이슈를 꺼내면서 혼자 생각하기에는 합리적일지 몰라도 실은 이기적인 입장을 취한다. 이처럼 협상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파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합의에 이르기 훨씬 어려워진다.

우리가 제시하는 접근법은 한 가지 중요한 원칙에 바탕을 두고 있다. 협상에 참여한 모두가 파이에 대해 동등한 권리를 가지며, 그러므로 파이를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칙은 각자 혼자 힘으로 무엇을 이룰 수 있는지와 관계없이 항상 성립한다. 이 같은 균등한 분배의 원칙은 협상 테이블 상의 힘을 이해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때문에 저항이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현재 이득을 보고 있는 쪽에서 반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저항은 극복 가능하다는 점을 다음에서 설명하겠다.

파이에 기반한 틀을 적용하면 협상을 보다 분명하고 논리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또 상대방의 접근법에서 모순을 짚어내 설득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어쩌면 너무 간단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복잡한 상황에도 이 방법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역시 다음에서 설명하겠다. 먼저 아주 간단한 사례를 통해 파이의 논리부터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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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대 공정성

핍스1에서 엘리스와 밥이 피자를 나누는 방법에 합의하면 12조각짜리 조개 피자 한 판을 공짜로 주기로 했다고 가정해보자. 합의에 실패하면 피자를 반 판만 주되 4조각은 앨리스에게 2조각은 밥에게 주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앨리스와 밥이 합의할 수 있을지 다음 두 가지 중 하나의 관점에서 생각할 것이다.

첫번째는 권력의 관점이다. 협상이 결렬되면 앨리스가 받게 될 4조각이 밥이 받을 2조각의 두 배이기 때문에 협상을 할 때도 앨리스가 밥의 2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공정의 관점이다. 피자 한 판을 둘로 나눠 양쪽이 6조각씩 받는 것이다.

두 관점에는 모두 허점이 있다. 권력 관점은 협상 밖에서의 권력과 협상 안에서의 권력을 혼동한다. 8 대 4로 피자를 나누는 것은 협상이 결렬될 경우 각자에게 남은 대비책의 비율과 똑같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왜 굳이 이 비율을 따라야 하는지는 내재적 근거가 없다. 누군가는 밥의 대비책이 앨리스의 대비책보다 적기 때문에 밥의 협상력이 약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이는 핵심에서 벗어나는 얘기다. 협상에 실패해도 앨리스는 4조각만 받을 수 있고, 밥이 받을 수 있는 것도 2조각이 전부다. 효과적인 협상은 협상에서 실패했을 때의 대비책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이를 위해서는 앨리스와 밥 모두가 서로를 똑같이 필요로 한다. 그렇기에 둘의 힘은 동등하다. 만일 협상에 실패했을 때 밥이 피자 부스러기만 받게 된다고 상정해보면 비율에 근거한 접근법의 허점이 잘 드러난다. 이럴 때도 대비책의 비율에 따라 피자를 분배한다면 앨리스에게 말도 안 되게 많은 양이 돌아간다. 밥이 없다면 앨리스 또한 대비책보다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밥은 자신에게 더 많은 양을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피자를 반씩 나누는 것도 공정의 관점을 지나치게 단순히 적용했다는 문제가 있다. 앨리스와 밥은 동등한 입장에 있지 않다. 앨리스에게 더 나은 대비책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6 대 6으로 나누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법이라면 협상에 실패했을 때 앨리스와 밥이 몇 조각을 받든 상관없이 이 접근이 먹혀야 한다. 물론 아니다. 협상에 이르지 못하면 앨리스는 4조각이 아니라 7조각을 받고 밥은 똑같이 2조각을 받는다고 해보자. 이 경우 앨리스는 6 대 6으로 나누기를 거부하고 7조각을 가져갈 것이다. 공정성에 입각해 전체 가치를 절반으로 나누는 방법에 근본적 결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의 원칙은 피자 12조각을 어떻게 나눌지에 대해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만약 앨리스와 밥이 합의에 이른다면 둘은 피자 6조각을 더 받는다. 이 6조각만큼의 증가분이 우리가 정의한 협상의 파이, 즉 합의를 통해 만들어지는 추가 가치다. 이를 얻으려면 앨리스와 밥 두 명 모두 똑같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에 대한 앨리스와 밥의 권리는 동등하다. 권력과 공정성을 정확히 이해한다면 두 관점 모두 여섯 조각의 추가분은 똑같이 나누고 협상이 결렬 됐을 때 앨리스와 밥이 받았을 네 조각과 두 조각을 유지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즉 앨리스는 일곱 조각, 밥은 다섯 조각을 받는 것이다.

우리가 정의한 파이의 개념으로 협상을 재구성하는 것만으로도 큰 진전이 이뤄졌다. 이런 개념 없이 단순히 협상력이나 공정성에 기반한 접근 방식은 상황과 누가 제안을 하는지에 따라 방식이 바뀔 수밖에 없다. 또 제안을 하는 쪽에는 공정해 보이지만 상대방에는 그렇지 않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우리의 접근법은 협상에 임하는 양쪽 모두에 공정하고 양쪽의 동등한 협상력을 반영하는 일관적인 틀을 제공한다.

앞의 피자 사례에서는 파이가 무엇인지 알기 쉽다. 다른 사람이 이 논리를 받아들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다음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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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이익?

안주와 바라트는 함께 휴일을 보내고 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바라트는 안주에게 투자에 대한 조언을 부탁한다. 어디에 돈을 투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바라트는 2만 달러를 2% 수익률의 1년 만기 양도성 예금증서(CD)에 투자해 400달러의 수익을 낼 생각이었다.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던 안주도 1년 만기 CD를 5000달러만큼 살 계획이다. 투자금이 더 적기 때문에 은행에서 제공하는 수익률이 1%밖에 되지 않는다. 50달러라도 이자를 받는 것이 아예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큰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안주와 바라트는 둘의 투자금을 합쳐서 공동 투자를 하면 되겠다고 금세 합의했다. 안주가 온라인으로 검색해본 결과 2만5000달러만큼 CD를 사면 이전보다 높은 3%의 이자율을 받을 수 있다. 이제 둘은 이자로 받을 750달러를 어떻게 배분할지 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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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트는 자기가 봤을 때 공정한, 그리고 대부분의 MBA 학생들이 내놓을 만한 방법을 제시했다. 각자 투자금의 3%를 받는 것이다. 안주는 150달러(5000달러의 3%), 바라트는 600달러(2만 달러의 3%)를 받게 된다. 이자 750달러를 투자금에 비례해서 나누자는 바라트의 제안은 피자를 앨리스와 밥의 대비책의 비율을 따라 4 대 2의 비율로 나누자는 것과 비슷하다. 바라트는 둘 다 동일한 이자율을 적용 받기 때문에 이게 공정하다고 주장한다.

정말 공정할까? 안주의 생각은 달랐다. 공동 투자로 만들어지는 가치는 300달러다. 둘이 투자금을 합치기로 결정하기 전에는 450달러를 벌 수 있었지만 둘이 돈을 합쳐서 수익을 750달러로 늘렸기 때문이다. 300달러의 추가 이익에 똑같이 공헌했으니 혼자서도 벌 수 있었던 50달러에 추가분의 절반을 더해 총 200달러를 받고 싶다는 게 안주의 주장이다.

파이 개념에 입각한 안주의 주장에 대해 바라트는 자신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안주는 50달러밖에 벌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150달러를 버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주는 반박할 준비가 돼 있었다. 안주가 자금을 더하지 않았다면 바라트는 이자를 400달러밖에 받지 못했을 것이다.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것은 추가분 300달러 중 200달러, 즉 3분의 2를 요구하는 바라트다.

이제 바라트는 중간 지점에서 합의해 안주에게 이자 175달러를 주겠다고 제안한다. 불공정과 공정의 중간 지점은 아직 불공정한 것이기에 안주는 포기할 생각이 없다. 그녀가 말했다. “바라트, 만약에 2만5000달러어치 CD가 2만 달러어치와 똑같이 이자를 2%밖에 주지 않는다고 상상해봐. 우리가 나눌 돈이 500달러밖에 되지 않겠지. 하지만 그렇더라도 내가 투자한 5000달러에 붙는 이자가 1%가 아니라 2%가 되니까 50달러를 더 벌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공동 투자하는 게 말이 되지. 하지만 이 경우에는 네가 말하는 것처럼 각자 투자금의 2%를 벌어간다는 건 말이 안 돼. 너는 똑같이 400달러를 받겠지만 내가 받는 돈은 50달러에서 100달러로 올라가기 때문이야. 내가 추가 이자를 모두 가져간다는 것이지. 그건 너에게 공정하지 않잖아. 그 대신 나는 50달러의 추가 이자를 너와 나눠가질 거야.

게임 오버였다. 바라트는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에서는 비례 배분을 선택하고 불리한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똑같은 이자율을 적용하자는 바라트의 원래 제안은 투자에 들어간 돈 한푼 한푼을 동등하게 취급한다는 점에서 공정하게 들린다. 하지만 바라트의 돈은 원래 2%의 이자를 벌 수 있었고 안주의 돈은 1%만 벌 수 있었다. 사실 둘의 돈은 같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체를 어떻게 나눌지 결정하기 전에 혼자서 벌 수 있었던 돈에 대해 먼저 보상받아야 한다. 그 후 추가 이익을 균등하게 배분해야 한다. 300달러의 추가 수익에 대해서는 투자금의 액수와 무관하게 바라트와 안주 모두에게 동등하게 공이 돌아가야 한다.

물론 다른 파트너를 찾는다면 협상 결과를 바꿀 수도 있다. 바라트는 5000달러를 투자할 다른 사람을 찾아서 안주와 협상할 때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안주는 다른 2만 달러 투자자를 찾아 더 나은 결과를 얻어내기 쉽지 않을 것이다.

가령 시라그가 바라트와 함께 5000달러를 투자하고 그의 3% 이자율 제안을 받아들인다고 한다면 바라트는 투자금 2만 달러에서 이자 600달러를 벌 수 있다. 이게 바라트에게 더 나은 결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 안주와 합의하는 것이 이득일 수도 있다. 특히 시라그가 150달러보다 적은 금액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면 말이다.

안주는 시라그보다 낮은 금액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혼자서 벌던 50달러보다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만약 바라트가 시라그와 함께 투자하기로 결정한다면 바라트는 600달러, 안주는 혼자서 50달러, 합쳐서 650달러를 받게 된다. 안주와 바라트가 함께 투자했다면 벌 수 있었던 750달러보다 100달러 적은 금액이다. 파이의 크기가 100달러가 된 셈이다. 안주는 이 100달러를 바라트와 나눠서 자신은 (혼자 벌 수 있는 50달러에 50달러를 더해) 100달러를 받고 바라트는 650달러를 받자고 제안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을 협상 테이블에 데려오면 파이가 바뀌고 결국 양쪽이 얼마를 가져가게 될지 달라진다. 만약 공동 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이 안주와 바라트 둘뿐이라면 파이는 총 300달러고 비록 안주는 최악의 대비책에도 300달러의 절반을 가져갈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있다면 다른 조건에서 새로운 협상이 시작되는 셈이고 파이의 크기는 작아진다. 안주와 바라트는 여전히 그 파이를 나눠야 한다.

기여도의 함정

안주와 바라트의 사례는 협상에서 아주 중요한 이슈 한 가지를 보여준다. 서로의 기여도가 달라 보일 때 형평성을 이루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사람들은 파이의 절반보다 적게 받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다음의 두 가지 사례에는 불균등한 배분이 전제돼 있는데 사실 그래서는 안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아파트 구매

뉴욕시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대출금이 50만 달러 미만인 경우 1.8%, 50만 달러 이상인 경우 1.925%의 인지세를 내야 한다. 꽤 큰 지출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세법상 CEMA(Consolidation, Extension, and Modification Agreement, 통합, 연장 및 수정 합의)를 통해 절세할 수 있다. 구매자가 판매자의 대출을 인수하고 매매가에서 그만큼을 제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구매자가 낼 인지세뿐 아니라 판매자가 뉴욕 주에 내야하는 매매가의 0.4%만큼의 양도소득세도 줄어든다.

가령 구매자가 100만 달러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생각이고 판매자에게는 현재 60만 달러의 대출금이 남아있다고 해보자. 구매자가 판매자의 주택담보대출을 인수하면 인지세가 추가 대출금 40만 달러에만 부과되므로 세액이 1만9250달러에서 7200달러로 줄어든다. 1만2000달러가 넘는 절세 효과가 생긴다. 한편 매매가가 내려갔기 때문에 판매자 또한 양도소득세 2400달러를 아낀다.

결국 CEMA를 통해 총 1만4400달러의 절세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만큼의 금액이 파이다. 하지만 판매자든 구매자든 여기에 자기가 절반만 기여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구매자는 자신이 1만2000달러만큼 절세 효과를 냈다고 생각하고 판매자는 자기가 2400달러만큼만 기여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따라서 판매자는 절세 금액에 맞춰 1만2000달러 대 2400달러, 즉 5 대 1이라는 불균등한 배분법을 받아들인다.

판매자들은 항상 이 방식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절세 금액에 대한 양쪽의 기여도는 동등하다. 판매자 쪽에 주택담보대출이 있어야만 CEMA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매자는 대출받을 은행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판매자는 자신이 대출받은 은행에 승인을 해줘야 한다. 절세금액은 50 대 50, 즉 각자 7200달러씩 나눠야한다. 요령 좋은 판매자들은 파이가 균등하게 나눠지도록 금액을 책정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동등 합병(merger of equal)

일반적인 동등 합병 계약에서는 합병으로 발생한 시너지 이익을 합병 이전의 기업 규모를 기준으로 분배한다. 실제 있었던 합병 제안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사례를 살펴보자. 업계 내 굴지의 기업인 아델레이드와 브리스베인은 공통된 사업 영역을 합병해 비용을 많이 절감할 수 있다. 현재 기준으로 아델레이드와 브리스베인의 시가 총액은 각각 2400억 달러, 1600억 달러다. 만약 두 기업이 주식 교환 방식으로 합병한다면 비용 절감 효과를 반영해 시가 총액이 300억 달러 올라 총 4300억 달러가 될 것이다.

동등 합병 시에는 합병사의 지분을 기존 기업 규모에 비례해 배분한다. 하지만 기존 규모가 60 대 40의 비율이었기 때문에 합병사 지분의 60%를 가진 아델레이드는 시가 총액 상승분 300억 달러의 60%인 180억 달러를 가져간다. 브리스베인의 몫은 나머지 40%인 120억 달러다. 아델레이드의 규모가 50% 더 컸기 때문에 이득 또한 50% 더 많이 가져가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것이 완벽하게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생각은 다르다. 만약 아델레이드가 참여하지 않는다면 합병이 성사되지 않아 양사가 300억 달러를 벌지 못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브리스베인도 마찬가지다. 브리스베인 없이는 합병도, 300억 달러도 없다. 비용 절감에서 아델레이드의 역할이 더 크다고 할 만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양쪽의 기여도가 같기에 파이를 똑같이 나눠 각각 150억 달러씩 가져가야 한다.

한 가지 해결책은 아델레이드 측에서 브리스베인 주주에게 30억 달러를 선불로 지급하는 것이다. 여기에 합병으로 생기는 이익이 얼마든지 40%(120억 달러)를 주기로 하면 총 150억 달러가 된다. 아델레이드 측에서 예상하는 합병 수익의 60%에서 선지급한 30억 달러를 제한 것과 같은 금액이다. 수익이 예상치와 다를 수 있다는 리스크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리스크의 규모(지급액 30억 달러)는 총 수익 예상치의 10%에 불과하다. 리스크가 제로는 아니지만, 관리할 만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적절한 선불 금액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잠재적인 파이의 크기에 대해 양측의 견해가 비슷해야 한다. 대체적으로 서로의 기여도가 동등하다고 인정하더라도 파이의 크기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 합병을 비롯해 다양한 거래에서 파이를 정확하게 계산하기 위해서는 양 측이 협업해서 이룰 수 있는 이익과 각각 혼자서도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알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기밀 정보를 공유해야 할 수도 있다.

거래에서 고려해야 할 수치가 공개돼 있지 않거나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 소위 블러핑을 하거나 허위 정보를 흘릴 가능성이 생긴다. 이런 경우 양측이 서로 정보를 공개하기로 합의하기도 한다. 위의 아델레이드-브리스베인 합병 사례의 바탕이 된 거대 채광 기업 BHP와 리오틴토의 실제 합병 협상 시에는 모든 관련 정보가 공개됐다. 잠재적 시너지 추정치를 숨기는 대신 BHP는 오히려 이를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두 기업 모두 주주, 규제 당국, 대중에게 합병의 근거를 설명하고자 했다. 서로가 아닌 다른 기업과 비슷한 시너지를 창출할 만한 기회도 없었기 때문에 파이의 크기를 추산하기 비교적 수월했다. 두 기업의 실패 시 대비책의 가치는 합병 이전의 개별 기업 가치였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서 합병을 막았기 때문에 이들은 파이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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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만약에…

지금까지는 파이의 가치에 대해 상호간 동의하고 단일 거래 이상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에 집중했다. 하지만 우리의 접근법은 파이의 크기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 한 쪽에게 파이가 더 중요한 경우, 또는 양쪽의 평판이 걸려있는 경우에도 성립한다.

파이의 크기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

코카콜라 같은 대형 소비재 기업이 스타트업과 협업하면 대기업의 구매력을 활용해 포장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가령 코카콜라 덕에 스타트업의 플라스틱 병 조달 비용을 19센트에서 11센트로 낮출 수 있다고 해보자. 이 스타트업이 한 해에 1억 병을 판다고 하면 비용 절감 효과는 연간 800만 달러다. 하지만 만약 이 800만 달러를 기업 매출에 비례해 배분한다고 하면 결과는 상당히 편파적이게 된다. 코카콜라가 스타트업보다 2000배 많이, 즉 799만6000달러 대 4000달러로 나누게 되는 것이다!

비용 절감 효과는 누구 덕분일까? 코카콜라가 자사의 엄청난 구매력을 제공하는 것은 맞지만 스타트업보다 더 많이 기여했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다. 코카콜라의 영향력이 필수적이기는 하지만 코카콜라는 이미 자사가 사용하는 플라스틱 병에서는 비용을 최대한 절감한 상태이기 때문에 결국은 스타트업의 고객들이 필요한 것이다. 코카콜라가 800만 달러의 비용을 추가로 절감하려면 플라스틱 병을 너무 비싸게 사고 있고, 아주 많이 필요한 다른 회사가 필요하다. 코카콜라의 구매력과 스타트업의 고객층이 더해져야만 800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는 것이다. 협상에서 두 회사 모두 똑같이 필수적이기에 협상을 통해 절감한 비용 또한 똑같이 400만 달러씩 분배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불확실성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파이의 크기는 추정치에 불과하고 코카콜라로서는 400만 달러를 지불한 뒤에야 스타트업의 판매량이 5000만 병뿐이란 것을 알게 되는 경우를 원치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한 좋은 해결책은 파이가 만들어질 때마다 이를 분배하는 것이다. 코카콜라가 병을 11센트가 아니라 15센트에 공급한다면 코카콜라와 스타트업 둘 다 병당 4센트씩을 얻게 되는 셈이다. 이렇게 하면 파이의 크기가 얼마가 되든 똑같이 분배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한 쪽이 다른 쪽보다 훨씬 규모가 클 때도 협상력이 동등하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더 큰 쪽이 다른 협상 파트너를 찾기 더 수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니다. 물론 코카콜라는 다른 스타트업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스타트업 또한 펩시와 접촉할 수도 있다. 펩시가 한 병당 15달러에 제공하겠다고 제안해 병당 19센트에서 15센트로 더 나은 협상 대비책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때 코카콜라가 여전히 병당 11센트에 제공하겠다고 한다고 하면 파이의 크기는 800만 달러에서 400만 달러로 줄어든다. 추가적인 비용 절감 효과가 병당 4센트씩 1억 병이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도 파이는 반씩 분배돼야 한다. 만약 이 스타트업의 대비책이 15센트가 됐다면 200만 달러를 받거나 병당 13센트씩 코카콜라에 지불해야 한다. 이 스타트업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좋은 일이다.

파이가 한 쪽에 더 중요한 경우

우리의 접근법에 사람들이 내놓는 가장 큰 반론은 ‘만약 협상의 결과가 한 쪽에 더 중요하다면 어떻게 되는가?’이다.

코카콜라의 사례로 다시 돌아가보자. 스타트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협상을 하는 경우 오가는 금액이 스타트업에는 천재일우 또는 기사회생의 기회일지 모르지만 대기업에는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비대칭성을 이용해 규모가 더 큰 쪽에서 상대방이 파이의 절반 이하를 받더라도 만족해야 한다고 나올 수도 있다. 파이의 작은 조각도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의 저변에는 규모가 더 큰 쪽이 힘도 더 세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더 큰 쪽에서 “우리보다 당신들에게 이 협상이 더 필요하잖아요”라고 나오면 더 작은 쪽은 따라가게 되는 것이다.

코카콜라와 스타트업 간 협상 예시에 몇 가지 수치를 더해 설명해보겠다. 아까와 같이 총 800만 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를 놓고 협상하고 있다고 하되, 이 절감 비용이 스타트업 쪽에 일곱 배 더 중요하다고 해보자. 코카콜라 측에서는 전체 절감 비용 중 100만 달러를 스타트업에 주고 자신들이 700만 달러를 가져오면 양쪽 모두 결과적으로 똑같은 이익을 보는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더 큰 쪽이 더 많이 가져겠다고 하는 주장을 뒤집으면 오히려 더 적게 줘야 한다는 주장으로 바꿀 수 있다. 만약 코카콜라가 자신들에게는 중요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더 많이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스타트업은 이렇게 대꾸할 수 있다. “만약 그렇게까지 안 중요하다면 우리에게 800만 달러 중 700만 달러를 주십시오. 우리에게는 돈이 훨씬 더 중요하지만 당신들에게는 큰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에게 100만 달러를 포기하는 것은 마치 700만 달러를 포기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각자에게 돈이 어떤 가치를 가지는지를 고려한다면 서로가 똑같이 양보하는 셈이지요.”

양쪽에 400만 달러씩 나누는 우리의 해결책은 이런 교착상태를 돌파할 수 있다. 합의를 이루는 것이 각자에게 얼마나 중요한지와 무관하기 때문이다. 400만 달러의 가치가 다르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파이의 절반을 가져간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있다. 둘 다 최악의 결과(비용을 절감하지 못하는 것)와 최선의 결과(절감 비용을 모두 가져가는 것) 사이 중간의 결과를 얻게 된다. 스타트업에 결과가 갖는 의미가 더 클지는 몰라도 더 적게 받아서는 안된다.

평판이 달려있는 경우

많은 경우 협상이 한 번으로 끝나기는 하지만, 한쪽 또는 양쪽 모두 자신이 어떻게 협상에 임하는지를 두고 평판을 쌓고자하는 경우가 분명히 있다. 코카콜라가 이 스타트업과 다시 협상할 일이 없을지는 몰라도, 향후 거래를 하게 될지도 모를 다른 벤처기업들이 자사를 어떻게 볼지 고민할 수도 있다.

우리가 본 바에 따르면 평판을 고려하면 일반적으로 균등하게 배분하려는 경향이 더욱 강해졌다. 한 쪽이 단일 협상에서는 불리한 조건으로 배분하는 것을 받아들일지도 모르지만 향후 비슷한 협상에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면 불리한 거래에 응하지 않을 것이다. 만만한 상대로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파이의 절반 이상을 받아갈 수 있는 상황일지라도 미래의 잠재적인 거래 파트너들이 떠나갈 것을 우려해 자제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기서 설명한 방식으로 협상에 임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 우리의 접근은 새로운 방식이다. 파이에 기반해 생각하면 그렇지 않았을 때 감춰져 있는 힘의 평등함을 볼 수 있다. 양쪽 모두 보다 논리적이고 분명하게 협상에 임할 수 있고 상대방을 설득하는 주장을 펼칠 수도 있다. 다른 사람과 협업해 공동의 가치 창출을 극대화할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 공정성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과 협상할 때도 사용할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은 파이 원칙에 대해 효과적인 반론을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또 균등하게 분배하자는 제안을 거절하면 일관적이지 않거나 비협조적인 사람으로 비치는 데다 거래를 놓칠 지 모른다. 그러므로 당신은 이 원칙을 꾸준히 고수해야 한다.

파이 접근법의 공정성은 협상 상황에서 나타나는 기존의 가식들을 없애버릴 수 있다. 이렇게 분배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면 협상에 참여하는 모두가 최대한 큰 파이를 만들어내는 데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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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 네일버프(Barry Nalebuff)는 예일경영대학원 석좌교수이자 어니스트 티(Honest Tea)의 공동 설립자다.
애덤 브란덴버거(Adam Brandenburger)는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석좌교수이자 탠던공과대 특훈교수다. 뉴욕대 상하이 캠퍼스 창의성 및 혁신 프로그램(Program on Creativity and Innovation)의 교수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본 아티클은 출간 예정인 네일버프의 저서 〈Split the Pie〉(Harper Business, 2022)에서 발췌해 수정한 것이다.

번역 윤성헌 에디팅 배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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