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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 운영관리

때를 잘못 만난 좋은 기술

매거진
2016.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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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를 잘못 만난 좋은 기술

생태계를 최신 기술 동향에 확실하게 대비시키는 방법

론 애드너, 라울 카푸어

 

Idea in Brief

문제점

지난 20년 동안 우리는 주요 신기술이 기존 기술을 대체할 수 있을지 없을지 가늠하는 데 능숙해졌다. 그러나 그 대체가 일어날 시점을 예상하는 데에는 여전히 영 서툴다.

 

통찰력

만약 신기술이 새로운 생태계의 지원을 굳이 필요로 하지 않는, 멍석만 깔아주면 알아서 빛을 발하는플러그 앤드 플레이수준이라면 신속하게 도입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보완요소들이 필요한 경우에는 문제점들이 해결될 때까지 대체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 기존 기술이 자신을 둘러싼 생태계가 개선되면서 힘을 받게 되면 변화에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시사점

스타트업들은 자신들의 혁신이 언제 쓸모 있게 활용될지 파악해야 하는 동시에 어떤 외부 장애물이 생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편, 기존 기업들은 내실을 다지고 살아남기 위한 장기 전략을 짜는 데 이런 과도기를 활용해야 한다.

 

30년 동안창조적 파괴라는 키워드는 일류 경영대학원과 HBR 같은 전문 매체들을 사로잡아 왔다. 강박에 가까운 이 주제에 대한 관심은 쉴 새 없이 변화하고 끝없이 이어지는 변화무쌍한 요소들로 채워진위협 리스트를 감안하면 사실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그 리스트는 이제 사물 인터넷과 3D 프린팅, 클라우드 컴퓨팅, 맞춤 의약품, 대체 에너지, 가상 현실까지 아우를 정도로 다양한 구성을 뽐낸다.

 

비즈니스와 산업 분야, 그리고 다양한 영역을 무너뜨리는변환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지난 20년 동안 엄청나게 깊어졌다. 이제 우리는 그런 변화의 흐름을 어떻게 식별할지, 그리고 그것이 기존 기업들에 어떤 위험을 초래하는지에 대해 훨씬 더 잘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 변화의 타이밍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차량 공유의 선두주자 우버, 소셜 네트워크의 대표주자 트위터 사례와 같이 어떤 기술이나 기업은 하룻밤 사이에스타로 떠오르기도 하지만 HD TV와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은 기술은 제대로 무르익는 데 수십 년이 걸리기도 한다. 기업과 관리자들에게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어떤 새로운 혁신이 위협으로 떠오를지를 분별하는 수준은 분명 높아졌지만, 그런 전환이 언제 일어날지를 알아내기에는 우리가 보유한 도구의 수준이 아주 한심하다.

 

가장 큰 우려는 제때 준비를 하지 않아 혁명의 기회를 놓쳐버리는 것이다. 비디오 대여에서 스트리밍 체제로의 전환을 무시하다가 실패를 맛본 블록버스터가 좋은 예다. 그러나 두 번째로 큰 두려움은 너무 준비를 빨리 했다가 변혁이 본격화되기도 전에 자원을 모두 소진해 버리는 것일 터이다(2001년 정보기술(IT) 버블 붕괴로 사라져버린 닷컴기업들은 나중에 자신들의 아이디어가 수익성 있는 웹 2.0을 내세운 벤처기업과 더불어 되살아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그리고 파괴적 변화의 위협을 맞닥뜨리는 안정된 기존 기업들이든 파괴적 기술의 선봉에 선 혁신적인 신생 기업들이든 성급하게 대응하다가 일을 그르칠 수도 있는 불안 요소는 똑같이 품고 있다.

 

어떤 새로운 기술은 이전 기술을 신속하게 대체하는 반면 어떤 기술은 아주 점진적으로 궤도에 오른다. 그 이유를 이해하려면 두 가지 사항에 대해 기존과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봐야 한다. 우선, 해당 기술뿐 아니라 그 기술을 뒷받침하고 있는 생태계를 폭넓게 살펴봐야 한다. 둘째, 기술 간 경쟁이 아니라 새로운 생태계와 기존 생태계 사이에서 경쟁이 펼쳐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관점은 조직의 관리자들이 변환의 타이밍을 더 잘 예측하고, 위협과 기회의 우선순위 전략을 더 논리 정연하게 짜내며, 궁극적으로 조직의 자원을 언제, 어디에 쓸지에 대해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리게 해 준다.

 

생태계의 수준이 모든 걸 결정한다

생태계를 둘러싼 기존 활동이나 파괴적 활동이 둘 다 본연의 가치 제안대로 제공되려면 기술, 서비스, 표준, 규제 같은 여러 보완적 요소들이 필요하다. 생태계를 이루는 요소들의 강점과 성숙도는 신기술의 성공, 그리고 기존 기술의 생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신기술의 생태계.신기술의 잠재력을 가늠할 때는 고객의 욕구를 충족하고 더 나은 방법으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 아닌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투자자와 경영진들은 구체적인 부분까지 심도 있게 들어가곤 한다. 해당 기술이 상업적인 전성기를 맞기까지 얼마나 개발이 더 필요한가? 생산의 경제성 관점에서는 어떤 모습을 띨까? 가격 경쟁력은 있을까?

 

신기술이 스스로 내건 공약을 이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답이 나온다면 자연히 이 기술이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이런 기대는 다른 종류의 혁신에 대한 신기술의 의존도가 낮을 때만 유효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집집마다 있는 콘센트에 꽂으면 불이 들어오는 새로운 전구 기술은 곧바로 기대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가치 제안이 외부 요소들에 좌우되지 않는 이런 경우에는, 그저 제품만 잘 만들면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

 

그러나, 대다수 기술들은 이처럼 멍석만 깔아주면 바로 빛을 발하는플러그 앤드 플레이식 틀에 끼워 맞출 수가 없다. 오히려 기술의 가치 창출 능력은 생태계의 주요 부분들이 어떻게 개발되고 상업적으로 전개되는지에 달려 있다. HD TV는 고화질 카메라와 새로운 방송 표준, 최신 생산·생산 후 공정의 상업적 이용이 가능해지기 전까지는 동력을 얻지 못했다는 점을 되새겨봐야 한다. 생태계 전체가 채비를 갖추기 전까지는 더 나은 시청 환경에 대한 잠재력이 제 아무리 대단하다 할지라도 HD TV가 제공하는 기술 혁명은 늦춰질 수밖에 없었다. 나머지 생태계가 뒤따라 오는 데 30년이나 걸리는 바람에 1980년대에 HD TV 기술을 개발한 개척자들은 자신들의 선견지명이 들어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위안을 얻지 못했다.

 

기능이 향상된 전구와 HD TV는 둘 다 보완적 요소를 갖춘 생태계를 필요로 하는 품목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전구는 기존 생태계(기존 발전 시스템과 배전망, 서로 네트워크로 연결된 가구)와 맞물려 돌아갈 수 있는 반면 TV는 성공적인공동 혁신을 이뤄내야만 한다. 따라서 전구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일은 고객들에게 즉각적인 가치를 창출하지만 TV의 가치 창출 능력은 생태계 내 다른 요소들의 이용 가능성과 진척 정도에 따라 제한된다.

 

기존 기술의 생태계.성공적이고 확립된 기술은 당연히 초기의 난관을 딛고 기존의 성공적인 생태계 내에 확고히 자리잡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신기술은 스스로를 둘러싼 생태계에 발목을 잡힐 수도 있지만 기존 기술은 핵심 기술 자체가 진전을 보이지 않더라도 주변 생태계가 향상되면 더 발전할 수 있다. 예컨대, 바코드의 기본 기술은 수십 년 동안 변하지 않았지만 그 유용성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바코드를 둘러싼 IT 인프라가 지속적으로 더 많은 정보를 추출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1980년대에는 계산대에서 가격을 자동으로 스캔할 수 있었고, 1990년대엔 일일 또는 주간 단위로 처리한 바코드 데이터를 모아 일반적인 재고 현황을 들여다볼 수 있었으며, 요즘에 이르러서 바코드 데이터는 실시간 재고 관리와 공급망 확충에 이용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DSL(디지털 가입자 회선) 기술의 개선은 구리 전화선의 수명을 연장하는 역할을 했다. 초당 15메가바이트의 다운로드 속도를 제공하는 구리선 서비스는 새로운 기술인 케이블·광섬유 네트워크와 나란히 경쟁하고 있다.

  

생태계 간 전쟁

새로운 기술이 플러그 앤드 플레이 식으로 시장에서 곧바로 활용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쓸모가 있으려면 이 기술 자체가 생태계 내에서 상당한 개발을 거쳐야 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럴 때는 신기술 생태계와 기존 기술 생태계 사이의 경쟁이 시작된다.

 

그렇다면 승리를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신기술 진영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는 이용자들이 기술의 잠재력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생태계가 빠른 속도로 충분하게 발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클라우드 기반의 애플리케이션과 스토리지의 성공은 서버 팜 데이터의 관리 방법을 알아내는 것뿐만 아니라 광대역과 온라인 보안과 같은 중요한 요소들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체계를 확립하는 일에 달려 있다. 기존 기술 진영에서는 이미 안정 궤도에 올라 있는 생태계의 개선 작업에 따라 경쟁력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예컨대 클라우드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에 의해 대체될 데스크톱 저장 시스템의 경우, 이제까지는 빠른 인터페이스와 견고한 구성 요소에서 확장의 기회를 엿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기회들이 점차 고갈돼 감에 따라 앞으로 기술 대체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러므로 대체 속도는 신기술의 생태계가 초기 난관을 극복하는 속도가 기존 기술의 생태계가 확장의 기회를 최대 한도까지 활용하는 속도보다 얼마나 빠른지에 의해 결정된다. 두 생태계(세력) 사이의 상호작용을 알아보기 위해 우리는 파괴적 변화가 얼마나 빨리 해당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틀을 개발했다(‘기술 대체 속도를 분석하는 프레임워크참조). 가능한 시나리오는 창조적 파괴와 강력한 회복 탄력성), 활발한 공존, 회복 탄력성에 대한 착각, 이렇게 네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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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파괴.신기술의 등장에 따른 생태계의 초기 난관이 적고 기존 기술을 둘러싼 생태계의 확장 기회 역시 적을 때 (프레임워크의 1사분면), 신기술은 빠른 시간 안에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도표신기술은 얼마나 빨리 기존 기술을 대체할까?’의 포인트A 참조). 이때 신기술의 가치 창출 능력은 생태계 다른 곳에서의 병목현상에 의해 방해를 받지 않으며 기존 기술은 위협에 대한 반응으로 진전을 보일 가능성이 한정돼 있다. 이 사분면은 창조적 파괴의 개념과 맞닿아 있다. 혁신적인 신흥기업이 눈깜짝할 사이에 기존 경쟁기업의 몰락을 불러올 수 있다는 바로 그 아이디어 말이다. 기존 기술은 계속해서 장기간 틈새를 공략할 수는 있지만 (HBR 2010 3월호에 실린 론 애드너와 대니얼 C. 스노의 ‘Bold Retreat’ 참조) 시장 세력의 대부분은 비교적 빨리 기존 기술을 포기하고 신기술을 받아들일 것이다. 도트 매트릭스 프린터가 잉크젯 프린터로 빠르게 대체된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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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회복 탄력성. 그 반대로 균형이 잡혀져 있는 경우도 있다. 신기술의 생태계가 만만치 않은 초기 난관에 직면한 반면 기존 기술의 생태계는 더 개선될 수 있는 강력한 기회를 품고 있을 때다(4사분면 참조). 이 경우에는 대체 속도가 매우 느리다. 따라서 기존 기술이 오랫동안 시장 리더의 자리를 순조롭게 유지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 사분면은 처음 나왔을 때는 혁명적으로 보이지만 나중에 돌이켜보면 과장된 측면이 많은 기술과 가장 잘 들어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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