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시장에서 차별 바로잡기
에어비앤비, 우버, 그리고 기타 온라인 기업들이 자신들의 플랫폼 디자인 때문에 의도치 않은 결과에 직면했다.
레이 피스먼 그리고 마이클 루카
Idea in Brief
문제점 이베이나 우버, 에어비앤비 같은 온라인 플랫폼들은 오프라인 거래에서 발생하는 인종이나 성별, 그리고 기타 요인에 의한 차별을 잠재적으로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의하면 그 반대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이유 초기 플랫폼들은 판매자나 구매자의 신상을 비교적 익명으로 처리했다. 하지만 거래자들의 사진과 이름, 기타 식별 정보가 추가되면서 의도치 않은 차별적 행동들이 촉발됐다.
해결책 효율적이고 포용적인 시장을 창조하기 위해, 플랫폼 디자이너들은 잠재적 차별 요인들을 인식하고, 자동화와 알고리즘, 그리고 신상 정보들을 어떻게 활용하고 선택할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실험해야 한다. |
1980년대 후반에 법학과 교수인 이언 에이레스Ian Ayres와 피터 시겔먼Peter Siegelman은 신차를 구입할 때 흑인이나 여성들도 백인 남성과 동일한 조건으로 거래하는지 확인하는 연구에 착수했다. 그들은 백인과 흑인, 그리고 여성과 남성이 골고루 섞인 38명의 조사원들을 정해진 각본에 따라 신차 구매를 흥정하도록 훈련시켰다. 그러자 충격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153개 자동차 판매대리점에서의 거래를 종합한 결과, 동일한 자동차 모델을 구입하는 데 흑인과 여성들이 백인 남성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했던 것이다. 흑인 여성은 백인 남성보다 평균 900달러 가까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해, 가장 높은 비용을 들여 차를 구입한 집단이 됐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보고에 크게 놀라지 않았고 특히 흑인과 여성들에게는 그리 당황할 만한 결과도 아니었지만, 연구 결과는 시장이 얼마나 차별적인지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가 됐다.
인터넷 상거래가 막 시작됐던 초창기로 시간을 12년 정도 빠르게 되돌려 보자. 사업가들은 거의 모든 제품을 대상으로 웹 기반 판매를 시도했고, 자동차도 예외는 아니었다. 경제학자인 피오나 스콧 모턴Fiona Scott Morton, 플로리안 제텔마이어Florian Zettelmeyer, 그리고 호르헤 시우바-리소Jorge Silva-Risso는 이 새로운 자동차 판매방식에 대해 분석했고, 그 결과 오프라인 자동차 영업에서 지속적으로 발견되는 인종차별과 성차별이 온라인 판매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실제로 온라인 상거래의 1세대 주자인 이베이나 아마존, 프라이스라인 등은 판매자가 차별을 행사하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었다. 비교적 익명성을 바탕으로 상거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판매자가 거래를 승인하기 전까지 구매자는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채 협상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된 ‘뉴요커New Yorker’의 유명 만평도 있었다. “인터넷에서는 아무도 네가 개라는 걸 모른다니까.”
이제 모든 상거래 사이트에서, 그리고 그 사용자까지도 당신이 흑인인지 백인인지, 또 남성인지 여성인지, 혹은 사람인지 개인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최근 인터넷은 차별의 종결자가 아닌 온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온라인에서 개인 신상이 드러남에 따라, 사회적 취약계층은 오프라인 세상에서 오랫동안 직면해 온 도전들을 똑같이 겪게 된 것이다. 게다가 관련 규제의 부족과 인종과 성별을 분명히 말해주는 사진들, 그리고 잠재적 차별주의자들이 희생자들과 직접 대면하지 않고도 피해를 줄 수 있는 온라인 세상의 조건들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기도 한다.
과연 디지털 세상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으며, 우리는 이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디지털 차별의 등장
전자상거래 초기 온라인 쇼핑에는 신뢰 문제가 쉽게 간과됐다. 예를 들어, 플로리다에 거주하는 한 판매자가 ‘놀런 라이언Nolan Ryan선수가 캘리포니아 에인절스California Angels에서 활약하던 1974년 시즌의 톱스Topps야구카드 판매합니다’란 게시물을 카드 상태를 묘사하는 설명과 함께 이베이에 올린다고 치자. 매사추세츠에 사는 수집가 한 명이 카드를 직접 확인하지 않은 채 판매자의 설명만 믿고 경매를 신청한다. 카드 상태가 양호하다면 60달러의 가격으로도 경매가 될 수 있겠지만 모서리가 헤진 상태라면 가치가 꽤 줄어들 것이다. 판매자가 낡아빠진 카드를 완전히 새것처럼 둘러댄다면 이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사실상 해결 방법은 거의 없다. 경제학자인 진저 진Ginger Jin과 앤드루 카토Andrew Kato의 연구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이베이에서 활동한 판매자들이 스포츠 트레이딩 카드의 상태를 거짓으로 좋게 부풀린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초기 전자상거래가 가진 문제는 야구카드의 상태처럼, 시장의 한쪽 주체는 알 수 있는 상품의 신뢰성이나 포장 방식 등의 정보를 다른 쪽 주체는 알 수 없었다는 점이었다. 이런 문제가 모든 유형의 시장에서 발생하지만, 온라인 플랫폼에서 특히 심했던 데에는 2가지 주요 원인이 있었다. 첫째, 당신의 손 위에 상품이 없을 때는 정보의 비대칭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둘째, 전자상거래가 시작된 지 고작 2년쯤 됐던 당시 온라인 판매자들에게는 이 산업이 본질적으로 생소했기 때문이다. 그때에는 소더비Sotheby’s나 시어스Sears처럼, 구매자가 사기를 당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확신을 줄 만큼 확고한 명성의 브랜드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구매자 리뷰나 기타 피드백들을 통해 전자상거래 판매자들도 명성을 쌓게 됐다. 하지만 판매자와 구매자의 신상정보에도 잠재적으로 활용 가능한 유용한 정보들이 꽤 많은데 왜 구태여 피드백을 수집하느라 고생하겠는가? 일례로 2012년에 제퍼슨 두아르테Jefferson Duarte와 스테판 시겔Stephan Siegel, 랜스 영Lance Young이 P2P 금융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보면, 대출 주체들은 주로 대출 신청자들의 사진을 보고 그들의 신뢰도를 가늠했다. 즉, ‘신뢰 가는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 대출에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사람들의 대출 상환율이 실제로 더 높았다는 사실이다. 시사점은 이렇다. 만약 이런 형태의 정제된 개인정보가 시장 참여자들이 잠재 거래자의 신뢰도를 측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면, 이런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타당하다.
프리랜서 작업부터 카셰어링, 애완견 산책 서비스까지 다양한 온라인 사이트에서, 이제 많은 판매자들은 자신이 누구와 거래를 하는지, 상대방의 외모는 물론 이름까지 파악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다. 이런 정보들을 판매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플랫폼 재량으로, 어떤 사이트들은 여전히 상당한 수준의 익명성을 유지하는 반면 또 다른 사이트들은 오프라인 시장에서 오랫동안 금지됐던 관습을 되살리고 있다. 엣시Etsy와 커스텀메이드CustomMade같은 사이트에서는 판매자와 마찬가지로 잠재 구매자들도 판매 상품뿐 아니라 판매자의 이름이나 사진을 볼 수 있다. 잠재적인 거래 파트너에 대한 세부 정보를 아는 것이 사람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줄 수 있지만, 이런 방식이 차별을 조장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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