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T DEVELOPMENT
느리게 가는 혁신의 이점
샘 퍼드SAM FORD, 페데리코 로드리게스 타르디티FEDERICO RODRIGUEZ TARDITI
지금까지 우리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혁신을 추진하는 경영자들은 규모가 큰 프로세스(신제품이나 신규 사업모델 개발 등), 아니면 신속히 진행되는 프로세스(해커톤, 래피드 프로토타이핑, 이머징 플랫폼 등) 중 하나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두 접근법 모두 큰 보상이 따르므로 그 자체로 틀린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외 다른 방법도 있다. 작은 규모로 진행하는 점진적인 혁신, 이른바 ‘슬로 이노베이션slow innovation’이다.
슬로 이노베이션 사업도 중장기적으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조직 입장에서는 슬로 이노베이션 프로젝트에 대한 제안, 우선순위 조정, 예산 확보 등이 쉽지 않다. 슬로 이노베이션 프로젝트의 범위와 속도는 목표 달성을 위해 달려가야 하는 조직의 일반적인 업무 리듬과는 잘 맞지 않는다. 타임라인이 늘어지다 보니 경영진이 교체되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리고 복잡한 기업조직의 역학관계를 이겨내고 오랫동안 지속하기도 쉽지 않다.
우리 두 사람의 필자는 유니비전Univision의 자회사인 퓨전미디어그룹Fusion Media Group에서 이런 접근법을 사용해 한 부서를 관리한 경험이 있다. 상당한 가능성을 발견하기는 했지만 조직 전체에 변화를 줄 만한 지속성을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얻은 교훈을 지면으로 공유한다.
‘슬로 이노베이션’이라는 문구는 수년간 다양한 의미로 쓰였다. 그러나 우리가 말하는 ‘슬로 이노베이션’은 문화인류학자 그랜트 맥크래켄Grant McCracken이등 자신의 저서에서 언급한 것에 가까운 맥락이다. 맥크래캔은 ‘패스트 컬처’와 ‘슬로 컬처’를 구분해 설명한다.
패스트 컬처는 1시간 단위로 최신 트렌드, 새로운 ‘이달의 유행어’를 발견하기 위해 소셜 데이터를 모니터링하는 ‘트렌드 관찰자trendspotters’와 ‘쿨 사냥꾼coolhunters’들의 주된 활동 영역이다. 패스트 컬처에서는 레이더에 포착되는 작은 신호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중요하며, 빠르게 움직여 기회를 잡는 기업이 승리를 가져간다. 미국의 온라인매체 버즈피드Buzzfeed가 인기를 끌게 된 것도 패스트 컬처 덕분이고, 버즈피드가 스스로를 계속 리모델링해 가는 과정 역시 패스트 컬처에 기반한 프로세스 덕분이다. 마찬가지로 패션업체의 관점에서는 ‘초커’ 목걸이의 유행이 가고 ‘크롭톱(배꼽티)’ 유행이 오는 것을 발 빠르게 파악해 크롭톱 쪽으로 투자를 돌리는 것 역시 패스트 컬처다. 어떤 단어가 ‘올해의 단어’로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되기 전에 광고 문구에 사용하는 것이 패스트 컬처다.
슬로 컬처, 혹은 슬로 이노베이션은 패턴의 인식에 대한 영역이다. 여기서는 당장 조직의 시야 바깥에 있거나, 속도는 더디지만 꾸준히 일어나고 있는 움직임을 찾는다. 슬로 이노베이션은 우리가 느끼고는 있지만 당장 비즈니스를 바꿔야 할 필요성을 느낄 정도로 급하지 않은 변화들에 초점을 맞춘다. 자동화와 자율주행차 기술을 생각하면 쉽다. 발전 속도는 더뎌 보이지만, 끝에 가서는 전체 고용시장과 새로운 전략 수립에 획기적인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
슬로 이노베이션이 주는 가장 큰 이점 중 하나는 바로 통찰의 힘이다.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관심을 쏟으면, 슬로 이노베이션 프로젝트는 ‘스쳐 지나가는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해 간과했을 아이디어나 트렌드, 틈새시장의 존재를 포착할 수 있다.
아티클을 끝까지 보시려면
유료 멤버십에 가입하세요.
첫 달은 무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