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entary on the big idea
양성 평등을 위한 조직문화 가이드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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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투 운동, 일터를 바꾸다
2017년 9월, 한국을 방문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이렇게 말했다. “젊은 시절 로펌에 근무할 때 나도 커피를 타야 했다. 지금은 많이 변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경우가 미미하게 있을 것이다. 여성에게만 커피를 타게 하고, 출산·육아 때문에 동료의 눈치를 보게 하고, 여성은 고위직에 맞지 않다고 여기는 무의식적 젠더 편견을 극복해야 한다. 기업에서 육아휴직 등 여성을 위한 제도가 잘 지켜질 때 여성들은 더 큰 충성심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게 된다. 가족 친화적인 기업문화 형성이 필요하다.”
라가르드는 국제 금융계의 대통령이지만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여성으로서 사회적 차별과 편견에 맞서 치열한 삶을 살아야 했고 유리천장으로 인한 설움을 견뎌내야 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여성이 성장하고 국가가 발전하려면 “기업문화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든 조직에는 구성원들 간의 권력관계가 존재한다. 직급과 직책, 나이, 성별에 따라 권력구조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힘의 불균형이 생겨난다. 그런데 타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가부장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조직문화는 더 큰 차별과 불평등을 야기하고 있다. 이는 각종 지표에서 확인된다. 한국의 남녀 임금 격차는 36.7%(OECD, 2016년)로 세계 최고 수준이며 여성의 대표성을 나타내는 유리천장 지수도 5년 연속 OECD 29개국 최하위에 이름을 올렸다. 여성 경제활동 인구는 52.7%(통계청, 2016)까지 오르긴 했지만 남성이 74.6%인 것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그런데 최근 미투 운동이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문화가 단시간에 바뀌진 않겠지만 ‘조직문화를 바꾸자’는 변화의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사법부에서 시작된 미투 폭로는 정재계를 비롯해 문화예술계까지 강타했다. 베일에 싸여 있던 각종 성범죄와 부조리가 수면위로 떠올랐고 우리 사회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특히 미투 운동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권력형 성폭력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오랜 기간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성차별적 구조 속에서 억눌려 왔던 여성들의 분노가 터져 나왔다.
때마침 HBR은 이번 호 빅아이디어 아티클에서 기업 내에서 발생하는 성희롱 사건을 구조적인 문제로 보고 사건 발생 시 대처 방법론을 명확히 제시했다. 미투 열풍의 후속대책을 준비하는 기업에 중요한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직문화를 바꾸는 제도를 마련하고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선 리더의 개입과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과 중간관리자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는 부분에 공감한다. 또, 조직 내 문제를 진단하는 설문조사는 외부 업체를 통해 익명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신선하다. 현재 한국의 대다수 조직은 조직문화 진단과 평가를 하긴 하지만, 비용 부담으로 인해 내부적으로 설문을 진행하거나 진정성 없는 형식적 절차로 보는 경우가 많다. 신뢰도가 떨어지고 조사의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한편, 이 아티클에는 한국적 상황에선 아직 먼 이야기도 있다. 한국 기업에서 남성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방법으로서 비공식적 남성 동맹을 만드는 것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남성이 먼저 나서서 성차별적 행동을 지적하고 변화를 추구하면 이상적일 테지만, 현재 여성위원회를 갖고 있는 몇몇 기업에서조차 남성 조직원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필자가 기업과 조직문화에서의 여성 이슈에 주목하게 된 것은 2015년이다. 양성 평등 조직문화가 어떤 것인지, 어떤 기업들이 좋은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는지 그 사례를 찾고 기업을 탐방하기 시작했다. 2015년에는 건강하고 성숙한 조직문화를 가진 기업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고 대표성이 커졌다곤 하지만, 출산과 육아, 유리천장이 가로막는 조직문화 등으로 인해 질 좋은 일자리와 고위직에서의 여성 비율은 여전히 낮았다. 여전히 강압적이고 수직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존재했다. 여성의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양성 평등이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후 3년간 체감하고 있는 변화가 있다. 해가 갈수록 자사의 조직문화를 드러내는 것에 적극적인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적극성은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겉으로 드러낼 만큼 자랑할거리가 있다는 의미다. 특히 최근 미투 운동 이후 위기관리에 적극 나서는 기업이 늘어났다. 조직문화에 변화를 주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예전엔 성(sex)과 관련된 조직 내 이슈는 개인적인 문제로 간주하곤 했지만 이제는 조직 내 구조적인 문제로 인지되고 있다. 조직원들이 바른 성관념을 갖게 하기 위한 교육부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활한 해결을 위한 핫라인 구축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기업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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