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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조직 & 젠더

성적 괴롭힘 방지 프로그램이 역효과를 내는 이유와 그 해결책

매거진
2020. 5-6월호
Spotlight
성적 괴롭힘에 맞서기


037

성적 괴롭힘 방지 프로그램이 역효과를 내는 이유와 그 해결책

문제
대부분의 조직이 직장 내 성적 괴롭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랫동안 교육 프로그램과 고충처리 절차를 운영해왔다. 그럼에도 오늘날 약 40%의 여성이 직장 내 성적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응답한다. 이 수치는 1980년대 이후 달라지지 않았다.

연구내용
필자들은 197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 미국 기업 800개 이상에서 이용되는 프로그램과 절차를 조사했고, 대부분 효과보다 역효과가 더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나아갈 방향
고용주는 일부 직원을 잠재적 가해자로 낙인 찍는 것이 아니라 모든 직원을 피해자의 동료로 간주하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재설계해야 한다. 또한 보복을 불러오지 않으면서 피해자에게 신속한 대응을 제공하는 보다 비공식적인 불만 처리 시스템을 만들어 법적 고충처리 절차를 보완해야 한다.

'성적 괴롭힘’(성희롱)이라는 용어1는 1970년대 미국 학계에서 사용되기 시작해 1977년 법률용어로 정착했다. 그해 페미니스트 법학자 캐서린 맥키넌은 직장 내 괴롭힘도 성차별의 일종이며, 따라서 1964년 발효된 민권법에 따라 불법 행위라고 주장했다. 처음에 미 연방법원은 맥키넌의 주장을 거부했다. 하지만 1978년까지 3개 법원이 그의 손을 들어줬고, 1986년 대법원도 이에 동의했다.

결정적 분수령은 1991년 대법관 후보로 지명된 클래런스 토머스의 청문회였다. 토머스가 미 연방정부 평등고용추진위원회에 있을 당시 비서로 일했던 아니타 힐이 그에게 성적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힐의 증언이 TV로 방송되면서 성적 괴롭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폭발했고, 수많은 여성이 자신들의 피해 사실을 밝히기 시작했다. 많은 기업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했다. 또 사건에 연루돼 법적, 홍보 차원의 위험을 겪게 될까봐 우려가 점점 커지면서, 직장 내 성적 괴롭힘 문제에 대해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 기업은 빠르게 움직였다. 1997년까지 미국 기업의 75%가 임직원을 대상으로 ‘법이 금지하는 행동과 피해를 입었을 때 신고 요령’ 등을 설명하는 의무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95%가 성적 괴롭힘을 신고하고 면담을 요청하기 위한 고충처리 절차를 도입했다. 교육과 고충처리 절차는 직원과 회사 모두에게 좋은 소식처럼 보였다. 1998년 두 건의 판결에서, 미국 대법원은 이 두 가지 프로세스를 모두 운영하는 기업은 직장 내 성적 괴롭힘 소송에서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후 약 20년 동안 대부분의 기업과 경영자들은 만족스러워했다. 자신들이 문제에 잘 대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미투 운동이 분명히 보여줬듯이, 성적 괴롭힘은 여전히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다. 오늘날 여성의 약 40%(그리고 남성의 16%)가 직장에서 성적 괴롭힘을 당했다고 말한다. 이 수치는 1980년대 이래 크게 변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는, 과거에는 그저 ‘나쁜 놈’으로 생각하고 넘어갔을 나쁜 상사들을 이제는 ‘성적 괴롭힘 가해자’로 신고하기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예방교육과 고충처리 절차가 보편화됐는데도 왜 이 수치는 여전히 높은 걸까?

이건 아주 중요한 질문이라, 우리가 그 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래서 197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 사이 800개가 넘는 미국 기업의 800만 명 이상의 직원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세심하게 살펴봤다. 이들 기업이 도입한 성적 괴롭힘 방지 프로그램과 절차들이 여성에게 더 호의적인 업무환경을 만들었을까? 우리는 특히 이런 프로그램과 절차가 여성 관리자 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집중했다. 우리는 두 가지 가설을 시험했다. 첫째, 프로그램과 절차가 효과적이라면 성적 괴롭힘 때문에 회사를 떠나는 현직 및 예비 여성 관리자의 수가 감소해야 한다. 따라서 시간이 지날수록 여성 관리자 수는 증가해야 한다. 둘째, 해당 프로그램과 절차가 역효과를 낳는다면 더 많은 수의 현직 및 예비 여성 관리자가 회사를 떠나야 한다. 따라서 전체 여성 관리자의 수는 감소해야 한다.

우리의 연구는 불편한 진실을 드러냈다. 많은 기업이 도입한 전 직원 대상 교육 프로그램이나 고충처리 절차 모두 직장 내 성적 괴롭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직원의 불만과 이직률을 높이는 경향이 있었다. 교훈은 자명했다. 1998년 대법원이 지지했던 프로그램과 절차는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효과보다 역효과가 더 크다.

이런 상황을 개선해야만 한다. 우리가 그 방법을 알려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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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괴롭힘 교육의 문제점

어떤 행동을 금지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 교육이 성적 괴롭힘을 감소시킬까? 전혀 아니다. 우리 연구는 회사가 이런 식의 교육을 시행하면 여성 관리자가 오히려 설 자리를 잃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교육 프로그램의 효과를 분리하기 위해, 우리는 고급 통계 기법을 이용해 여성 관리자 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업, 산업, 지역 등 다른 변수를 고려했다. 우리는 기업이 금지된 행동들에 대한 성적 괴롭힘 예방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경우, 이후 몇 년간 백인 여성 관리자의 수가 5% 이상 감소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프리카계, 라틴계,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 관리자의 수는 감소하지 않았지만 증가하지도 않았다. 백인 여성은 전체 여성 관리자의 75%, 전체 여성 노동자의 절반을 차지한다. 따라서 교육 프로그램의 역효과도 대부분 이들에게서 나타난다.

왜 직원들에게 성적 괴롭힘에 대해 교육하기 위해 고안된 프로그램이 역효과를 낳는 걸까? 언뜻 말이 안 되는 듯 보인다. 문제는 교육방식에 있다. 보통 성적 괴롭힘 예방교육은 의무이며, 남성들에게 성적 괴롭힘 문제에 관심을 가지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교육의 핵심은 어떤 행동을 해서는 안 되는가, 즉 남성들이 어디서 멈춰야 하는지 적정선을 모른다는 신호를 보내는 데 집중돼 있다. 결국 남성은 잘못됐으니 고쳐야 한다는 게 교육의 메시지다.

어떤 교육이든 “당신이 문제다”라는 식으로 말하기 시작하면 참가자들은 방어적 태도를 보인다. 그런 경우 사람들은 해결책을 모색하는 대신 저항한다. 바로 이런 일이 성적 괴롭힘 교육에서 일어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 성적 괴롭힘 교육은 남성들이 피해자를 더욱 비난하게 하고, 성적 괴롭힘을 신고하는 여성이 거짓말하거나 과민반응을 보인다고 생각하도록 만든다. 2018년 퓨 리서치센터가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성적 괴롭힘을 당했다는 거짓 주장이 ‘심각한 문제’라고 대답한 남성 응답자의 비율이 30% 이상이었다. 당연한 일이다. 성적 괴롭힘을 당한 여성의 58%가 ‘사람들이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게 심각한 문제’라고 응답한 것도 당연한 결과다.

이런 상황은 뻔한 반응으로 이어진다. 그중 하나는 남성들이 방어적 태도를 보이면서, 교육 내용이나 성적 괴롭힘 자체에 대해 농담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매우 일반적이다. 직장인들의 일상을 담은 미국의 인기 시트콤 ‘오피스’는 이 문제에 에피소드 전체를 할애한다. 어느 시점에 리셉션 직원인 팸은 카메라를 바라보며 “보통 성적 괴롭힘 방지 교육을 하는 날은 전 직원이 농담으로 저를 괴롭히는 날이에요”라고 진력이 나서 말한다.

성적 괴롭힘 가해 성향이 있는 남성은 어떨까? 우리가 의무교육을 실시하는 이유는 잠재적 가해자를 올바르게 가르치기 위해서다. 적어도 이들에게는 도움이 될까?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교육을 받기 전 여성을 성적으로 괴롭히는 경향을 보인 남성은 교육을 받은 뒤 오히려 그런 성향이 더욱 강화됐다.

그렇다면 고충처리 절차를 통해 성적 괴롭힘 사실이 입증된 가해자 남성에게 회사는 주로 어떻게 대응할까? 교육을 더 받게 한다. 캘리포니아, 뉴욕 등 6개 주는 현재 모든 고용주에게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성적 괴롭힘 예방교육을 제공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조지 오웰이 프란츠 카프카를 만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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