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동안 고속 경제성장과 유례없이 낮은 실업률을 즐기던 기업들은 이제 아주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일자리를 줄이고 급격히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이런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도, 똑똑한 관리자는 상황의 변화를 예의주시한다. 모든 불경기는 결국 끝난다. 그리고 이번 불경기가 끝나면, 많은 업계의 기업들은 인재들을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분위기로 돌아갈 것이다.
이는 만만한 일이 아니다. 리서치•자문회사 가트너의 글로벌 연구결과에 따르면, 2019년 미국 기업들은 이른바 ‘직원 경험employee experience’을 개선하려는 노력에 1인당 평균 2420달러(약 250만 원)를 지출했다. 이런 이니셔티브에는 보통 유연근무제, 업무공간 재설계, 학습과 개발 기회 부여 등이 포함된다. 연구진은 기업이 직원들의 경험에 대한 기대를 만족시킬 때 직원들의 업무 노력과 생산성이 올라가고 이직률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런 이니셔티브의 노력 대비 결과는 실망스럽다. 연구대상 직원의 13%만이 자신들이 회사에서 하는 경험에 매우 만족한다고 답했다. “단순히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에 투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가트너의 인사담당 부사장 캐럴라인 월시Caroline Walsh는 말한다. 이런 방법을 택하는 기업은 직원들의 기대치만 높일 뿐, 직원들의 욕구와 기업의 지출이 모두 증가하는 악순환을 빚는다는 것이다.
전 세계 약 150명의 인사담당 임원과 3000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에서, 기업이 더 나은 효과를 기대하려면 직원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이해하도록 돕는 조치를 통해 투자를 보완해야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과정은 세 부분으로 이뤄진다.
기대치 보정. 대다수 기업이 직원들에게 업무에서 무엇을 경험하기를 원하는지 물어보지만, 그 정도 선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월시는 “기대치는 상대적인 것”이라면서 이전 직업, 개인적 사건, 동료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한다. 또한 조사에 따르면 직원의 약 5분의 1만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솔직하게 말한다. 그리고 그 바람은 실행에 옮기기 힘들거나 아예 불가능할 수도 있다.
따라서 기업은 경기 변동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가용 자원과 우선순위를 고려해, 제공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일정한 가드레일이 필요합니다.” 월시는 말한다. “이 아이디어는 회사 전체와 관련이 있는가? 우리 사업목표와 전략에 연결되는가?” 일단 이런 가드레일이 자리를 잡으면, 인사담당자는 전사적 ‘경험 비전’을 만드는 데 직원들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예컨대 직원들이 어떤 변화를 원하는지, 신나게 출근하게 만드는 요인이 무엇인지 조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관리자는 하향식으로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지 지시하기보다 직원들과 일대일 대화를 통해 각 직원이 희망하는 경험을 회사의 비전과 일치시켜야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실리콘밸리은행Silicon Valley Bank에서는 직원들이 ‘경험 청사진’ 워크숍에 참석해서 자신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문서화한다. 이 청사진은 직원들이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지,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우선순위가 현실에 반영되는지를 놓고 관리자(실리콘밸리은행에서는 ‘코치’라고 부른다)와 지속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기초자료가 된다.
일상적 경험의 개인화. 대부분의 기업은 일률적 접근방식의 함정을 안다. 하지만 보통 개인화 작업은 운신 폭이 좁은 관리자에게 떨어지고, 이들은 직원들이 원하는 내용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그 결과 직속 부하직원에게 완전하게 신뢰를 얻지 못할 수 있다. 관리자와 직원이 협력할 때 기업은 더 나은 결과를 얻는다.
첫 번째 단계는 직원들이 개선할 곳을 찾아낼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샘플이 하나뿐이라면 그걸 가지고 벤치마킹하기가 어렵습니다.” 역시 가트너의 인사팀 실무담당 부사장 리 존슨Leah Johnson은 말한다. 한 대형 소프트웨어회사는 연 2회 실시하는 참여도조사 결과와 직원들의 개인 경험담을 게시하는 대시보드를 만들었다. 타운홀미팅과 웨비나(웹 세미나)도 같은 목적에 이용될 수 있다. 이를테면 팀원들이 디지털 기술에 자신 없어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팀에서 교육 훈련을 요청할 수 있다. 어린 자녀를 둔 직원은 워라밸을 이룰 수 있는 업무영역을 찾을 수 있다.
직원들이 이런 요구를 하면 불이익을 당할까 봐 걱정할 수 있기 때문에, 리더들은 마음 편한 토론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 관리자는 직원들이 너무 많은 가능성 앞에서 위축되지 않도록 직원마다 일련의 적절한 선택들, 예를 들면 개인 훈련 기회를 제안할 수 있다. 직원들이 행동하기 쉽도록 기본 옵션을 만들고, 인사이트를 공유할 조직 내 다른 사람들과 연결해줄 수도 있다.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 만들기. 기업은 가능한 한 빨리 부정적 경험에 대응하는 데 초점을 맞추곤 하지만, 이런 태도가 늘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직원이나 회사에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제에까지 관여한다는 의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리자들은 고객 경험에 관한 책에서 지혜를 빌리고 긴 안목을 가져야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직원들이 자신의 경험을 어떻게 되돌아볼지에 집중하고, 그 순간에는 급박하게 느껴지지만 금방 희미해지는 지엽적 문제보다 중요한 사건에 주목해야 한다. 문제가 발생했음을 인정하고, 직원의 피드백 덕분에 앞으로 일이 더 잘 풀릴 거라는 점을 강조해서 부정적 경험의 기억을 재구성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정하기Acknowledge It’라는 칭찬 이메일 프로그램을 보자. 인사담당자와 비즈니스 리더들은 재직 중 힘든 시간을 보낸 직원들에게 개인적인 메시지를 보낸다. 직원들이 보냈던 피드백에 고마움을 표하고 그 의견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다 줬는지 강조한다. 또 퇴직하는 직원에게는 기여를 인정하는 감사 메일을 보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년 전 이 이니셔티브를 시작한 이후 직원 참여율, 직원 유지율, 만족도가 상승했다.
긍정적 경험을 강화하는 일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존슨은 이것이 연구진이 깨달은 중요한 통찰 중 하나라고 말한다. 너무 많은 기업이 직원 경험 이니셔티브를 마케팅 캠페인처럼 취급해서, 도입할 때 공식 성명을 발표한다. 하지만 이는 진정성 없고 무의미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접근법이다. 한 대형 정부기관은 다른 방침을 취했다. 이 기관은 새로운 전화 시스템에서 정신건강 재원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모든 직원의 경험 향상을 나타낸 로드맵을 만들었다. 인사담당자는 직원들에게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해서 직장생활이 어떻게 개선됐는지 되돌아보고 로드맵에 글을 올려서 팀 회의, 오프라인, 내부 소식지, 포럼 등에서 공유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기업이 현재의 위기에서 벗어나면, 리더는 직원들을 지원한 사례를 강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임시직 직원에게 급여를 계속 지급하거나 병가를 연장해 준 경우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연구진은 이 모든 활동이 직원 경험 향상 이니셔티브에 대한 기업의 기본적인 투자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업들은 직원들이 무언가에 대한 경험을 갖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월시는 말한다. 이런 방법은 직원과 고용주 모두에게 중요한 기회가 된다. 가트너는 매해 이렇게 경험을 형성시키는 접근법을 채택하는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32% 더 저렴한 비용으로, 32% 더 많은 직원을 만족시킬 거라고 밝혔다. 이런 직원은 다른 직원들보다 퇴사 가능성이 더 낮고, 더 많이 노력하고, 더 큰 성과를 낼 것이다. 즉, 회사가 고객 만족, 혁신, 평판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기회를 높일 것이다.
참고자료 Gartner, 〈The Modern Employee Experience: Increasing the Returns on Employee Experience Investments〉(white pap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