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웨스턴대 의료사회학과 에밀리 호Emily Ho 교수와 연구진은 2300명이 넘는 설문참가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여러 정보를 알고 싶은지 의향을 물었다. 예를 들어 자신의 퇴직연금수익률이 동료들에 비해 어떤지, 최근에 자신이 했던 발표에 대해 청중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동료들이 자신의 장단점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등이었다. 설문응답자의 평균 32%가 알고 싶지 않다고 응답했다.
결론: 사람들은 도움이 되는 정보를 일부러 피한다
호: 일반적인 생각대로라면 사람들은 자신에게 이로운 정보를 열심히 찾아다닐 겁니다. 이것이 기업 마케팅 활동과 공중보건 홍보 활동에 깔려있는 기본 전제죠. 하지만 우리가 살펴본 여러 사례에서는 15~50%가 넘는 사람들이 우리가 제공하는 정보를 거절했습니다. 이런 현상이 수많은 상황에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조사한 최초 연구였죠. 우리는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확인했습니다. 현실을 외면하는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에요.
HBR:정확히 어떤 종류의 정보를 말씀하시나요? 공동연구자인 하버드대 데이비드 해그먼David Hagmann, 카네기멜런대 조지 로웬스틴George Loewenstein과 저는 건강, 재산, 대인관계 등 세 분야를 골랐습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오래 살지, 직장에서 얼마나 빈둥대는지, 다른 사람들에 비해 퇴직연금 수익률이 어떤지, 자신의 장단점에 대한 피드백 등을 듣고 싶은지를 물었습니다. 사람들이 매일 고심하는 결정에 관해 폭넓고 종합적인 설문조사를 하고 싶었어요. 사람들은 대부분 의사에게 진찰을 받습니다. 또 모두 돈에 대해 고민하죠. 우리는 사람들이 언제 정보를 원하고 언제 회피하는지를 더 잘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이 정보를 외면하는지 조사한 게 아니라, 사람들이 어떤 종류의 정보를 피하는지 살펴보신 건가요? 맞아요. 정보 회피 현상은 만연해 있지만 상황에 따라 다른 것 같습니다. 같은 사람이라도 기대수명을 알고 싶어 하지 않은 사람들 중의 일부는 퇴직연금 수익률은 알고 싶어 했습니다. 반대 경우도 있었고요.
어떤 상황에서 사람들이 자신에게 유익한 정보를 거부할 가능성이 가장 컸나요? 행동가능성actionability이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이전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제공되는 정보에 맞게 행동을 취하기 힘들다고 느끼면 그 정보를 원할 가능성이 작았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어떤 정보라도 유용할지 모르는 거잖아요. 듣지도 않고 바로 차단해버리면 도움이 될지 알 도리가 없죠. 많은 사람이 “아, 심각한 병에 걸렸다고 진단을 받으면 어쩔 수 없지”라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모르는 편이 나은 거죠. 실제로 병 자체에 대해서는 아무런 손을 못 쓸 수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건강진단을 받으면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든 계획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