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프로젝트를 모듈화하라 복제 가능한 설계와 신속한 반복은 비용과 위험을 낮추며 성과를 촉진한다
많은 영역에서 기술과 기본 인프라의 주요 변화가 주목 받고 있다. 기후변화로 그 속도가 점차 빨라지는 추세다. 지난 세기의 석유와 석탄 화력발전소는 풍력발전과 태양광 패널로 대체되고 있다. 화석연료 자동차와 주유소는 곧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질지 모른다. 거의 모든 산업에서 대규모 자본투자가 필요하고 그와 함께 큰 위험이 따를 것이다.
나는 30년 이상 메가 프로젝트megaprojects의 연구와 컨설팅을 해오면서 조직이 메가 프로젝트에서 성공할지 또는 실패할지 결정하는 2가지 중요한 요인을 발견했다. 바로 설계에서 복제 가능한 모듈화modularity와 반복iteration의 속도다. 프로젝트를 신속하게 모듈화해 진행하고 그 과정에서 실험과 학습을 할 수 있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프로젝트를 일회성으로, 구성요소를 고도로 통합해 대규모로 진행하면 문제가 발생하거나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안타깝게도 수력발전 댐, 화학처리 공장, 항공기, 대규모 기업 자원 계획 시스템 등 기업과 정부의 전통적 메가 프로젝트는 여전히 획일적이고 맞춤형으로 구축되는 게 보통이다. 이런 식의 프로젝트는 100% 완성돼야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원자로는 95% 완성돼도 아무 소용이 없다. 구성요소는 대개 모듈식이 아니라 높은 특수성을 지닌 맞춤형이어서 학습 기회가 제한되며, 문제가 발생하면 통합과 재작업 비용이 커진다. 보통은 새로운 기술과 맞춤형 설계를 적용해서 속도를 내고 모듈식 확장을 하기가 더 어렵다. 게다가 메가 프로젝트의 규모는 대부분 운영이 시작되기 몇 년 전에 결정된다. 때문에 필요한 수준보다 더 많은 용량을 구축하거나 수요가 예상보다 높아도 용량을 추가할 수 없어서 재앙을 초래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와 영국 사이의 채널Channel 철도 터널은 수용력이 고정적인데, 터널 사용은 당초 예상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수준이다. 거대하고 비싸게 계획된 용량이 사용되지 않고 있다. 투자는 재무적인 면에서 재앙이 돼 왔다.
BP나 테슬라 같은 다국적 대기업이 1000만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경우라면 초과 비용이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기업에서는 1000만 달러의 예산 초과가 전체 회사의 이익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100억 달러 예산 규모라면 정부라 하더라도 비용 초과가 심각한 문제가 된다. 그래서 스마트한 조직은 모듈화와 빠른 학습에 적합하고 문제가 발생할 때 재작업이 덜 복잡한 프로세스와 기술을 채택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테크 산업의 벤처기업가라면 대부분 이런 내용이 익숙하고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과 정부는 아직 고비용 프로젝트에서 이런 교훈을 체득하지 못했다. 물론 교량이나 발전소 등 많은 메가 프로젝트를 완전히 모듈화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혁신적인 방식으로 검증된 기술을 적용해 빠른 확장과 모듈화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적용할 여지는 여전히 많다. 프로젝트를 신속하게 확장할 수 있는 요인을 고려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