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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 전략

유기농 와인이 인기를 끌게 된 결정적 이유

매거진
2018. 5-6월(합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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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STAINABILITY

유기농 와인이 인기를 끌게 된 결정적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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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유기농 와인을 언제 마셨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당신만이 아니다. 전 세계 포도농장 중 유기농 농장은 5%가 채 안 된다. 세계 최대 와인 소비국인 미국에서도 대용량으로 판매하는 유기농 와인은 1%에 불과하다. 전 세계 유기농 와인 시장의 규모를 보면, 지난 50년 동안 수많은 유기농 와인 생산자와 판매업체가 시장규모를 키우기 위해 고전했지만 큰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사이 채소, 우유, 차를 비롯한 여러 유기농 제품은 도시의 부유한 웰빙족에게 널리 소비되고 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우리는 다른 유기농 제품은 수요가 증가한 데 반해 유기농 와인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를 알아봤다. 과거 진행했던 연구와 인터뷰를 통해, 유기농 와인 시장이 초반에 마케팅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고, 이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을 발견했다. 하지만 바이오다이내믹biodynamic와인의 성공을 통해 유기농 와인 시장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게 됐다.

 

초기의 어려움

 

19세기에 농약이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이 건강과 환경에 끼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경고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유기농법, 유기농식품 매장, 유기농식품 관련 스타트업에 관심이 쏠리기 시작한 1960년대 말까지 주목받지 못했다. 그 후 10, 유기농 와인 산업이 규모를 키우기 시작했다. 친환경 제품을 만들고, 적절한 포도 재배 환경을 갖추고, 농장의 환경조건에 맞는 향과 풍미를 내고, 와인 제조과정에 동원된 역사사회학적 전통 등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초창기 유기농 와인은 다양한 이유로 시장에서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얻었다. 우선 기존의 와인 산업이 유기농 와인을 일종의 위협으로 여겼다. 일반 와인 업체들은 유기농 와인이 와인 품목으로 분류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유기농 와인은 최고 품질을 자랑하며 잠재적 유해물질이 없다는 마케팅 광고도 믿지 않았다. 유기농 와인의 선구자 조너선 프레이Jonathan Frey기존 와인 업체들은 유기농이 터무니없는 소리고, 건강에 좋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려 했다라고 말했다.

 

유통업체와 소매업체도 유기농 와인을 반기지 않았다. 유기농 와인에는 아황산염이 첨가되지 않아서 더 빨리 상한다는 통념이 있었기 때문에, 많은 유통업체와 소매업체가 유기농 와인을 팔기 꺼려했다. 유기농 매장의 규모가 커지고 인기가 올랐지만, 유기농 와인은 쟁이려 들지 않았다. 미국의 대표적인 유기농 마켓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 2010년 미국 유기농 제품 판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면서도 유기농 와인은 거의 홍보하지 않았다.

 

유기농 와인은 품질이 나쁘다는 주장에도 맞서야 했다. 초기에 아황산염을 첨가하지 않고 제조한 와인은 식초 맛이 났고, 나쁜 평을 받기 일쑤였다. 맛이 안 좋다는 소문은 유기농 와인이 수많은 상을 받는 것과 상관없이 계속 퍼져갔다. 소비자들은 좋은 품질이라는 실리와 환경보호라는 명분 사이에서 고민했다. 무농약 유기농 채소는 건강에 좋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크게 고민하지 않고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와인은 건강보다는 즐거움과 더 연관돼 있었다. 2014년 조사에 따르면 유기농 제품이 보통 가격 프리미엄이 붙어 팔리는 데 반해, 와인은 라벨에유기농이라는 문구만 넣어도 가격이 20% 떨어졌다.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과 낮은 가격이 책정될 수밖에 없는 유기농 와인은 제조업체의 숨통을 조였다. 심지어 유기농 와인은 노동집약적 특성 때문에 일반 와인보다 제조 단가가 더 높았다.

 

‘유기농’ 와인에 대한 기준도 명확하지 않아서, ‘자연산’ ‘raw’ ‘지속가능한와인 등으로 다양하게 불렸다. 유기농 와인의 기준이 유럽이나 미국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아황산염 사용을 놓고 격론이 일었고, 논란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해결됐다. 2012년 유럽은 유기농 와인에 사용할 수 있는 아황산염의 최대 허용치를 법률로 정했다. 하지만 미국 식약청은 아황산염 첨가를 허용하지 않았다.

 

반전의 기회

 

2010년 들어 유기농 와인은 파리나 뉴욕 같은 대도시 고급 레스토랑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코펜하겐의 유명 레스토랑 노마Noma는 유기농 와인으로만 구성된 와인 메뉴를 선보였다. 그러자 와인업체들이 유기농 와인에 서서히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스웨덴의 국영 주류업체 시스템볼라겟Systembolaget은 매장에 유기농 와인을 눈에 잘 띄게 진열하며 판매에 열을 올렸다. 2011년 시스템볼라겟에서 판매된 와인의 6%가 유기농이라면, 2016년 이 수치는 20%를 넘어섰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유기농 와인에서 연상되는순수한 맛과 지역와인 제조 전통의 매력이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특히 깨끗한 재배환경, 장인의 손길, 화학제품을 넣지 않은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점점 더 세계화돼 가는 21세기에 유기농 와인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장소나 문화를 상징했다. 20세기 말, 유기농 제품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을 때도 기회를 찾지 못했던 유기농 와인은, 지역과 장인정신이 깃든 음식과 제품이 인기를 얻은 21세기 초엽에 와서야 비로소 각광받기 시작했다.

 

특히 바이오다이내믹 와인이 품질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바이오다이내믹 와인은 독특한 방법으로 생산된다. 호주의 철학자 루돌프 슈타이너Rudolf Steiner 1920년대 초에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의 원칙을 확립했다. 우주가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슈타이너의 믿음에 따라 달이나 행성의 움직임에 맞춰 포도 재배와 기타 작업을 하고, 특수 비료를 땅이나 나무에 뿌렸다. 바이오다이내믹 농업은 1970년대까지 비주류에 머물렀지만, 이후 특히 유럽에서 점차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독일의 유기농 소매업체 알나투라Alnatura가 그 사례다. 아무도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앞서 들려준 이야기는 바이오다이내믹 와인을 단순히 유기농 와인과 다른 범주로 분류하고, 반갑지 않은 관련성을 피하려는 노력 이상인 듯싶다. 어떤 와인 전문가는 이런 농법이 포도나무를 더 싱싱하고 건강하게 키워냈다고 말한다. 어떤 전문가는 농법이 너무 까다롭기 때문에 포도나무에 더 많이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고, 따라서 좋은 와인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분명한 것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찾고, 가장 많이 상을 받고, 가장 비싼 와인은 바이오다이내믹이라는 사실이다.

 

새로운 범주의 제품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공동 규범의 개발, 합의된 정의, 명확한 기준, 인지적 타당성이라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유기농 와인의 사례는 이 과정에서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해 중요한 교훈을 일러준다. 첫째, 나쁜 평판이 생기기 전에 좋은 품질을 선보여야 한다. 둘째, 여러 지역으로 수출되는 제품의 경우, 상호 충돌하는 다양한 기준을 피하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 셋째, 소비자가 환경을 위해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제품을 선택할 수는 있지만, 품질 대신 명분을 선택하는 일은 없다.

 

번역: 오유리 / 에디팅: 조영주

 

 

제프리 존스, 에밀리 그랜드진

제프리 존스(Geoffrey Jones)는 하버드경영대학원 기업사학 교수다.

에밀리 그랜드진(Emily Grandjean)은 하버드경영대학원 연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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