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유나이티드항공 수하물 담당자들이 캐나다 인디 뮤지션 데이브 캐럴의 3500달러짜리 기타를 파손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후 보상금을 청구하는 데 몇 달을 허비한 캐럴은 이 경험을 담은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다. ‘유나이티드는 기타를 부순다United Breaks Guitars’라는 제목의 이 뮤직비디오는 하루 만에 15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결국 항공사가 문제해결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항공사의 평판은 이미 손상됐다. 사흘 만에 150만 명이 비디오를 시청했고, 그중 많은 사람이 ‘좋아요’를 누르고 공유하며 자신들의 불만도 토로하기 시작했다. 유나이티드항공의 주가는 폭락했다. 그 이유는 어느 정도 홍보 실패에 있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유나이티드항공 사건과 다른 비슷한 사건들은 프랑스 KEDGE경영대학원 마케팅학과 데니스 헤어하우젠Dennis Herhausen 교수와 연구진에게 디지털 자산 연구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했다. “기업에서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지만, 고객의 불만 게시물들을 관리하는 일관된 전략은 없는 것 같습니다.” 헤어하우젠 교수는 말한다. “누군가가 불만을 제기하고 다른 사람들이 대화에 뛰어들면, 마치 폭풍을 만난 불길처럼 불만이 퍼져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새로운 현상을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최근 연구에서, 연구진은 2011년 10월~ 2016년 1월까지 S&P500에 포함된 89개 미국 기업의 공개 페이스북 커뮤니티에 게시된 부정적 댓글 47만2995개를 조사했다. 이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불만의 전염성은 주로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의 감정, 그리고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과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관계에 크게 좌우된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컴퓨터를 이용한 원문 분석 기법을 사용해서 각 게시물의 감정 강도를 측정했다. 게시물 작성자와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 사람들 간의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은 의사소통 횟수를 계산했다. 이 숫자가 높을수록 유대관계가 깊고, 영향력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또한 연구진은 각 게시물과 커뮤니티의 전반적 콘텐츠 간의 언어적 유사성도 측정했다.
다음으로 연구진은 기업들이 불만고객에게 무엇을 제공했는지 각각의 대응에서 공감과 설명을 정량적으로 측정했다. 여러 차례 대응한 경우에는 메시지의 변화 정도를 평가했다. 게시물의 확산성virality을 측정하기 위해 연구진은 각 게시물의 ‘좋아요’와 댓글, 공유 수를 합산하고, 합산 결과를 각 게시물이 올라온 커뮤니티의 평균과 비교했다. 평균 이상의 활동을 유발하는 게시물은 확산성이 큰 것으로 간주했다.
이런 작업 결과, 연구진은 불만을 크게 키울 가능성이 있는 게시물을 찾아내 예방하고, 그럼에도 불만이 확산될 경우 피해를 최소화하는 몇 가지 권고안을 만들었다.
입소문 날 위험이 있는 게시물 식별하기. 이번 연구에서 거의 50만 건에 달하는 게시물의 3%에 해당하는 1만5762건이 빠르게 유포됐다. 연구진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패턴을 확인했다. 첫째, 극한 감정, 특히 분노, 두려움, 불안, 혐오 등 ‘강렬한 흥분을 일으키는’ 감정이 담긴 게시물은 다른 게시물보다 더 널리 유포되는 경향이 있었다. 둘째, 게시물 작성자와 커뮤니티 사이의 강한 유대감이 언어적 유사성과 마찬가지로 확산을 유발했다. 셋째, 이 두 요인이 극도의 흥분을 일으키며 확산 효과를 증폭시켰다. 연구에 참여한 뱁슨대 마케팅학과 교수 드루브 그레이월Dhruv Grewal은 “커뮤니티에서 활동적인 한 회원이 다른 회원들과 매우 유사한 언어로 ‘#이회사를없애라’라고 한다면 회사로서는 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불이 붙지 않도록 예방하기. 첫 번째 교훈. 기업은 부정적인 게시물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헤어하우젠 교수는 “기업이 할 수 있는 최악의 선택은 불만을 제기한 고객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고객을 무시하면 다른 사람들이 가세해서 불만을 지지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 연구에서 대부분의 게시물(70%)은 기업으로부터 적어도 하나의 대응을 끌어냈다. 기업의 대응은 크게 다섯 가지로 분류됐다. 즉, 대화를 비공개 채널로 옮기자고 제안하거나(61%), 사과하거나(53%), 설명하거나(8%), 공감을 표하거나(6%), 보상을 제시했다(3%).
어떤 전술이 가장 잘 먹혔을까? 사과를 하거나 대화를 비공개 채널로 옮기자는 제안이 빠르게 의사소통되는 경우는 대체로 확산성을 낮췄다. 불만 고객에게 보상을 제시하는 방법은 의외로 정반대의 결과를 낳아 연구진을 놀라게 했다. 보상을 서비스 회복 도구로 사용하는 데 대해서는 전문가의 의견이 엇갈린다. 연구진은 보상이 고객의 불만을 누그러뜨릴 수도 있지만, 기업이 즉시 보상을 제안할 경우 커뮤니티의 다른 회원들도 이를 회사로부터 뭔가를 받아내기에 좋은 기회로 생각하고 다른 게시물을 올릴 수 있다고 말한다.
보통은 공감을 일찍 표하는 것이 설명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예외가 있었다. 특이할 정도로 격한 감정이 실린 게시물이었다. 고객이 극도로 화가 나 있다면 공감을 나타내는 반응이 고객의 흥분을 부채질할 수 있다. 이런 때는 이성적이고 사실에 근거해 설명하는 것이 고객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연구진은 말한다.
부정적인 게시물이 이미 퍼졌을 때 피해 최소화하기. 물론 모든 불만을 억제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런 경우 기업은 전략을 조정해야 한다. 일단 불만이 온라인 커뮤니티의 다른 사람들을 자극하고 나면, 기업이 사과하거나 대화 채널을 변경하자고 제안하는 건 효과적이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사람들의 화를 돋우는 경향이 있다. 불만을 품은 고객의 복수 욕구는 시간이 갈수록 커질 수 있으며, 논쟁을 지켜보는 커뮤니티 회원들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어지는 데 분개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말한다. 반대로, 뒤늦게 보상을 제안하는 방법은 확산성을 억제할 수 있다. 단, 이때의 보상은 반드시 설명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암묵적으로 유죄를 인정하는 것으로 보일 위험이 있다.
마지막으로, 불길이 번지는 과정에서 기업은 각각의 반응을 구분하고, 메시지마다 공감과 설명에 약간씩 변화를 줄 수 있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어떤 경우에는 소셜미디어팀 담당자들이 대본에 적힌 대로 대응을 합니다. 답이 늘 똑같죠.” 그레이월 교수는 말한다. “그건 회사가 그 상황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냅니다.”
온라인상의 불만에 두루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기업은 민첩하고 적절한 대처로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연구진은 효과적인 대응 전략이 부정적인 게시물의 확산을 11%까지 줄일 수 있다고 추산한다. 이는 불만에 대한 ‘좋아요’와 공유 수를 수백 또는 수천까지 줄이고, 회사의 평판과 재산에 대한 지속적인 피해도 줄일 수 있다.
참고자료 Dennis Herhausen, Stephan Ludwig, Dhruv Grewal, Jochen Wulf, Marcus Schoegel 공저, 〈Detecting, Preventing, and Mitigating Online Firestorms in Brand Communities〉(Journal of Marketing,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