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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회계 & 운영관리

자본에 대한 경영자의 착각

매거진
2020. 5-6월호
finance & ACCOUNTING

자본에 대한 경영자의 착각


089

문제점
상장 대기업은 저조한 성과를 보이는 사업부를 프라이빗에쿼티(PE) 펀드에 매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이를 인수한 PE펀드는 턴어라운드를 마친 뒤 재매각해 막대한 수익을 올린다.

발생 원인
대기업 경영자는 미래 가치가 아닌 이미 투자된 현금 중심의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모델에 사로잡혀 오류를 범하고 있다. PE펀드는 이 중대한 가치평가의 오류를 이용해 이득을 취한다.

해결책
어떤 자산에 투자한다는 것은 미래에 그 자산으로부터 가치가 창출되거나 파괴될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경영자는 이를 밸류에이션에 반영해야 한다.

2013년, 화학기업 듀폰의 CEO 엘런 쿨먼은 주주들의 실적개선 요구를 받고 저성장•저이익 사업부였던 코팅사업부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프라이빗에쿼티(PE)펀드 칼라일그룹이 13억5000만 달러에 이 사업을 인수했고, 새 회사명을 액잘타Axalta라고 지었다. 칼라일그룹은 이후 액잘타에서 대대적인 경영 개선책을 시행하고 개발도상국 시장을 겨냥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했다.

불과 21개월 후, 액잘타는 호실적에 힘입어 주식시장 상장에 성공했고, 칼라일그룹은 보유지분 중 22%만을 매도하고도 투자 전액을 회수했다. 그리고 인수한 지 3년 반 만인 2016년에 잔여지분 전량을 매각해 58억 달러(약 7조 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

이 사례는 칼라일그룹, KKR, 블랙스톤 등 PE펀드가 장기 경영의 귀재라는 명성을 얻는 이유를 뒷받침한다. PE펀드는 철두철미한 경영, 합리적인 기업 지배구조, 섬세한 비용통제 기법을 활용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PE펀드는 단기성과를 요구하는 주식투자자들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평범해 보이는 기업이 가지고 있는 숨은 가치를 밖으로 끄집어낼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것을 볼 때, PE펀드 투자비중이 늘어나는 상황은 놀랄 일이 아니다. 상장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두고 바보스러운 일이라 보는 시선이 많아지고 있다. PE펀드에 홍수처럼 자금이 몰려들다 보니, 이제는 대기업의 저평가된 사업부를 하나씩 인수하는 수준에 머무는 게 아니라 아예 기업 전체를 인수하는 전략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런데 PE펀드에 의한 턴어라운드 사례들을 잘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대기업 근무경험이 풍부한 경영자가 경영을 맡고, 매각도 비교적 단기인 5~7년 이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사실 회사의 비용을 절감하는 데 대단한 과학적 지식이 필요한 건 아니다. PE펀드에서 잘 쓴다는 디자인싱킹Design Thinking과 식스시그마 같은 경영기법과 전략은 이미 널리 알려진 지식으로 어디에서나 배울 수 있다. 그런데도 듀폰사 같은 상장 대기업들이 뻔히 돈이 되는 기회를 PE펀드에 쉽게 넘기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대기업들이 사업부와 프로젝트를 평가하는 가치평가 방식 때문이다. 경영자들은 어떤 사업에 투하된 투자액과 미래에 예상되는 현금흐름을 비교하는 실수를 범한다. 겉보기에는 문제없어 보일지 몰라도, 이 방식은 미래와는 무관한 과거의 수치를 바탕으로 성과를 측정하고 있는 셈이다.

뒤에 설명하겠지만, 기업이 어떤 자산에 투자하는 순간 그 기업이 그 자산에 갖고 있는 기대치가 회사의 주가를 통해 공인되는 것이나 다름 없다. 듀폰사의 코팅 사업부 사례처럼 제조공장 건설, 신규시장 진출 등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면 바로 그 회사의 주가에 시장의 기대가 반영된다. 만일 그 사업부의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초과하면 투자 자산에 대한 평가가 높아져 주가도 덩달아 상승할 것이다. 만일 시장 기대치를 딱 충족하는 수준의 실적을 낸다면 주가는 그대로 유지된다. 만일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돈다면 기대치에 못 미쳤다는 이유로 회사 주가는 하락한다. 여전히 그 사업부가 현금 수익을 내고 있는데도 말이다.

다시 말해 이것은 기업이 투자 성과를 측정할 때 지금까지 투자된 현금의 양이 아닌 그 자산의 현재가치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리고 이 현재가치에는 미래 가치의 창출 혹은 파괴에 대한 시장 기대치가 이미 반영돼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칼라일그룹과 같은 PE펀드가 듀폰 등의 기업으로부터 사업을 인수해 큰 성과를 거두는 이유는 경영자들이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명하기에 앞서, 필자는 기업이 투자하는 자산들의 속성에 따른 분류를 설명하겠다. 자산의 속성에 따라, 투자성과를 바라보는 시장의 관점과 투자성과를 측정하는 방식에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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