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인 ‘특이점’을 이야기했습니다. 기술 발달의 속도가 선형적인 수준을 넘어 기하급수적인 흐름을 타면서 2040~2050년쯤에는 AI가 인간을 뛰어넘는 시점이 올 것이라고 했죠.
그 시점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많은 이들이 언젠가는 AI가 인간의 제어를 벗어나 자의식을 갖게 된다든지 AI가 인간을 넘어서서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는 식의 디스토피아를 우려해 왔습니다. 수많은 SF 영화나 소설에서 그려진 바로 그런 미래 말입니다.
사실 커즈와일이 이야기한 것은 AI가 인간을 능가하며 세상을 움직이는 주도적인 힘으로 작동할 것이라기보다는 인간이 AI 그 자체가 된다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AI와 인간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AI의 발달이 인간의 진화와 맞물리는 시점이 온다는 건데요. 커즈와일뿐만 아니라 많은 학자들이 AI와 인간의 대립이 아닌 인간이 곧 AI가 되는 세상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유발 하라리의 ‘호모데우스’,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뉴럴링크’ 등이 모두 이런 생각을 토대로 하죠.
이번 호 아티클 ‘AI가 스스로 힘을 발휘하는 세상, 이때 필요한 리더십’에서 제러미 하이먼즈가 제시한 ‘오토사피엔스’도 이와 궤를 같이 합니다. 오토사피엔스는 스스로 생각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며 행동으로 옮길 뿐만 아니라 경험을 통해 학습하고 인간의 개입 없이도 새로운 상황에 거뜬히 적응해 작동하는 AI를 일컫는데 인간이 이를 통해 디지털 기술과 영구적으로 상호작용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입니다. 현대 사회의 우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오가며 디지털 세상에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지만 오토사피엔스 시대에는 이런 구분이 완전히 사라지고 기술이 우리를 관통하는 ‘인라인(in-line)’ 상태가 된다는 주장입니다. 이런 상태야말로 인간 스스로 AI가 되는 세상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바야흐로 AI가 압도적인 속도로 밀려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