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터키 주 루이빌의 한 주차장을 돌아다니는 레저용차량(RV)이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특별할 것 없는 기하학적인 무늬의 베이지색 패턴으로 장식된 이 RV에는 GEAGE Appliances의 기업 컬러와 로고가 대문짝만 하게 붙어 있었다. 이 RV는 전사적인 차원의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공영 주차장이 아닌 GEA 본사 포장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120년 가까이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부터 전자레인지, 오븐, 쓰레기 압축기에 이르는 각종 제품을 생산해 온 GEA는 RV시장을 의도적으로 공략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이 회사는 가정, 사무실, 상업공간에서 꾸준히 사용하는 제품만 내놨다.
RV 공략은 이 상황을 바꾸려는 어느 두 직원의 호소에 찬 외침에서 비롯됐다. 이들은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유망한 기회를 발견했다. 미국에서 RV 보유율은 10년 넘게 꾸준히 늘었고 두 사람은 GEA가 에어컨, 냉장고, 전자레인지와 같은 가전제품 기술을 구축하고 판매해 온 경험을 갖고 있으므로 냉방장치와 에어컨을 비롯한 제품을 RV 시장에 판매할 경쟁적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GEA와 모회사인 하이얼에서 ‘마이크로엔터프라이즈microenterprise’라고 불리는 자율적인 소규모 사업체를 만들었다. 마이크로엔터프라이즈는 특별한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가지고, 이를 통해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다고 자신하는 열정적인 소수의 사내 기업가들로 구성된다.
이 오래되고 거대한 기업 안에서 각자의 자리에 있는 직원들이 이런 도전을 할 수 있는 자율성이 주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놀랍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점은 대다수 조직에서 이런 일을할 때 허가를 받기 위해 일반적으로 밟아야 하는 지난한 과정들 이를테면 아이디어와 관련된 비즈니스 케이스나 상세 재무 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아이디어만으로도 일단 도전해 볼 수 있었고 회사는 이들이 아이디어를 테스트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을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