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ING YOURSELF
아이가 아플 때… 직장인 부모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데이지 웨이드먼 다울링DAISY WADEMAN DOWLING
엄마 아빠, 몸이 어딘가 이상해요.” 아이가 이런 말을 하거나 창백하고 힘이 없어 보인다면 걱정해야 할 상황이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아이가 독감에 걸렸건, 배탈이 났건, 발목을 삐었건 아래 두 가지는 확실하기 때문이다.
1) 앞으로 24시간 혹은 그 이상을 아이에 대해 걱정하며 회복할 수 있도록 돌보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마법처럼 아이의 증세가 사라지기를 바랄 것이다.
2) 앞으로 24시간 혹은 그 이상을 아이를 보살피는 일과 직장일 모두를 놓치지 않기 위해 온종일 정신없이 임기응변해 가며 보내게 될 것이다. 이를 두고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한다면 너무나도 완곡한 표현일 것이다.
아이를 키우며 직장인으로 살아가려면 실생활에서나, 감정 면에서나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심신은 더더욱 지친다. 중요한 회의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을 상사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급하게 구한 베이비시터가 쌍둥이에게 타이레놀 정량을 먹였는지 어떻게 확인할 것이며, 소아과에 있는 동안 오전시간이 훌쩍 가버렸다면 클라이언트에게 보낼 제안서는 무슨 수로 완성할까?
이런 문제들을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묘책은 없다. 하지만 업무와 육아, 그리고 자신을 위한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몇 가지 전략을 잘 활용하면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 수 있다. 또한 육아와 업무의 이중 부담에서 오는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에 굴복하지 않고 자랑스러운 부모이자 당당한 직장인으로 삶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사실을 인정하고 미리 대책을 세워라.아이를 키우는 직장인은 하루 일과를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큰 부담이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힘들어질 수 있는 상황은 생각하기도 싫을 수 있다.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언제든 질병에 걸릴 수 있다는 것 또한 당연한 사실이다. 이러한 인식은 위기를 피하고 과도한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다. 미국 국립보건원에 따르면 어린아이들은 매년 8~10회의 감기와 바이러스성 질환을 앓는다. 거의 한 달에 한 번꼴로 감염된다는 뜻이다. 이는 불가피한 사실임을 받아들이고, 그 다음 논리적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할아버지, 할머니, 또는 베이비시터에게 전화하거나 배우자와 아이를 돌보는 시간을 나누어 교대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재택근무를 할 수도 있고, 아니면 정기 출장을 미리 취소하는 방법도 있다. 내가 준비한 대책이 구체적이고 실행에 옮기기 쉬울수록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덜 힘들 것이다.
미리미리 소통하라. 아이가 아픈 상황이 발생했을 때 내가 어떻게 할 것인지 상사와 동료들에게 미리 알려주자. 힘든 상황에서 일을 해야 하는 데 대한 배려를 부탁하며, 직장에 대한 헌신을 함께 강조하자. 예를 들면 이렇게 말이다. “우리 아이는 보통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어린이집에 있어요. 만약 아파서 집에 있어야 하는 경우에는 할머니가 오후 3시까지는 돌봐 주실 수 있지만 그 후에는 제가 직접 해야 하니, 오후시간은 원격으로 일하겠습니다. 제가 자리를 비운 동안 사무실에 급한 일이 생기면 망설이지 말고 언제든 연락해 주세요.”
통제 가능한 변수는 통제하라.사태가 닥쳤을 때 허둥대지 않고 침착하게 대처하려면 미리 세운 계획을 평소 연습해 보자. 만약 친척집으로 아픈 아이를 데려다 주기로 했다면 그곳에 어린이용 타이레놀이 늘 준비돼 있는지, 그리고 그 친척이 약제 투여 방법과 용량을 알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비상 시 재택근무 계획을 세웠다면 직장과 연결된 원격 로그인 시스템을 통해 내 업무 문서에 제대로 액세스하고 인쇄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자. 또 현관 수납장에는 ‘어린이용 응급 키트’를 하나 보관하는 것이 좋다. 여기에는 기본 상비약, 갈아입을 편한 옷, 간단한 영양간식, 동화책, 장난감, 인형 등을 챙겨 놓자. 응급 키트는 곧장 꺼내 들고 차에 올라탈 수 있게 해둬야 한다. 평소 이런 필수품들을 챙겨 놓으면 비상사태를 대비할 수 있다.
비상자원을 사전에 계획하고 준비하라. 대부분의 직장인 부모들은 늘 살림이 빠듯하다. 고소득층에게도 양육비용은 항상 부담스러운 지출이며, 여기에 아이의 식비, 의류비, 학자금 저축까지 추가로 고려하면 그야말로 등골이 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최대한 준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아이가 아플 때를 대비해 반드시 재정적, 물질적 비상자원을 준비하도록 하자. 그래야 집안 살림과 업무를 지속할 수 있다. 비상자원이 필요할 시나리오는 많다. 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24시간 운영하는 약국의 배달 서비스를 갑자기 이용해야 할 수도 있고, 아이를 병원에 데려갔다가 회사에 늦지 않기 위해 대중교통 대신 택시나 우버를 선택해야 할 수도 있다. 또는 지역 의료기관에서 가정을 방문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탄식이 새어나올 정도로 많은 비용이 든다. 하지만 비상 재정을 준비해 놓아야만 직장생활과 동시에 가족도 돌볼 수 있다. 아이가 아플 때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잘 알아두고, 연 단위로 ‘양육 비상금’에 조금씩 여유자금을 넣어두면 분명 요긴할 때가 온다.
소아과 의사를 잘 알아두자.아이가 아플 때 찾아갈 친절하고 유능하며 믿을 수 있는 소아과가 어디인지 알아두는 것은 분명 좋은 성과다. 하지만 직장인 부모에게는 이른 아침이나 퇴근시간 후, 혹은 주말 진료 여부도 중요하다. 대기실에 무선 인터넷은 잘 되는지, 진료를 마친 후 시간 낭비 없이 귀가할 수 있도록 의료비 정산 기록은 잘 관리하는지, 진료실 안에 스피커폰은 있는지, 위급한 상황에서 의사와 영상통화 등을 연결할 수 있는지도 알아두자. 그래야 내가 멀리 출장 중인데 아이가 손목을 삐어 갑자기 병원에 오더라도 최대한 보호자로서 참여할 수 있다. 의료진과 병원 직원들도 자녀를 둔 부모일 수 있으므로 이런 상황을 이해해 줄 것이다.
엄격한 양육 원칙에도 아플 땐 예외를 두자.육아와 일을 함께 하는 열정적인 부모들은 아이의 디지털 기기 이용시간을 정해놓곤 한다. 또한 건강한 식습관, 수면습관 등 여러 생활규칙을 만들어 지키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가 아파서 다른 보호자와 함께 집에 있는 상황에서까지 아이패드 사용을 철저히 제한하거나 과자를 먹지 못하게 막을 필요는 없다. 아이가 어딘가 불편함을 느끼고 있을 때는 다른 쪽을 풀어줄 필요가 있다. 물론 상황이 종료되면 빠르게 원래대로 돌아가라.
연락망을 항상 열어놓자.단, 소셜미디어는 빼자. 우리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것에 너무나 익숙해졌다. 하지만 만약 아이가 아파서 오늘은 집에서 일하겠다는 나를 직장동료들이 이해하고 도와줬다면 그 시간에 페이스북에 새 사진을 올린다거나 하는 행동은 그들의 선의와 배려를 무시하는 일이다. 아이가 아파서 자리를 비워야 한다면 동료들과 계속해서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하자. 최대한 이메일에 빨리 회신하거나, 가급적 바로 전화를 받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적인 소셜미디어 계정이 아니라 업무 채널로 소통하도록 해야 한다.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문제라면 더 광범위한 사내 구성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자.중요한 마케팅 프로젝트를 맡았는데 마감이 코앞인 상황에서 아이가 독감에 걸린다면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독감 정도는 일반적으로 일주일이면 지나간다. 그러나 아이가 단순한 감기가 아니라 만성질환 또는 심각한 급성질환 진단이 나온 경우라면 곧바로 회사에 알리자. 적절한 책임자와 인사팀에 어떤 상황인지를 통보해야 마감 기한을 연장하거나 추가적인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특별 휴가를 주거나 보험회사와 연락해 지원을 제공할 수도 있다. 또 사내에서 같은 문제를 겪었던 다른 직원과 연결시켜줄 수도 있다.
아픈 아이를 탓하지 말자. 어디가 아프건 간에 아픈 아이는 엄마 아빠가 좌절하고 스트레스 받는 모습에 기분이 좋아질 리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마당에 말이다. 예컨대 회사 법인세 신고 전날 밤이라면 아마 미친듯이 바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아이가 열이 나고 아프다고 해서 ‘아니, 왜 하필이면 지금!’ 같은 불만의 표현은 금물이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엄마 아빠가 꼭 같이 있어주고 보살펴 주겠다는 믿음이다.
애초에 내가 왜 지금 이 일을 하는지를 잊지 말자.일을 하는 이유는 가족을 부양하고, 안전하고 안정된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교육시키기 위해서다. 아이를 돌보느라 회사에서 중요한 회의를 놓치거나 일 때문에 아픈 아이를 집에 두고 나가야 한다면 몹시 괴로울 것이다. 하지만 항상 길게 내다보기를 잊지 말자.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옳은 일이며, 여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번역: 송해인 / 에디팅: 석정훈
데이지 웨이드먼 다울링은 워크페어런트(Work Parent)의 창립자이자 CEO다. 워크페어런트는 직장인 부모와 이들을 고용하는 회사에 각종 조언과 솔루션, 교육을 제공하는 컨설팅회사다. 다울링은 포천 500대 기업 여러 곳에서 HR 전략, 리더십 개발, 양성평등, 인종다양성 관련 업무를 담당했으며 현재는 HR 코치, 컨설턴트 및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