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코닥의 젊은 엔지니어 스티븐 사순은 크게 부담이 없어 보이는 임무를 맡았다. 빛을 데이터로 바꿀 수 있는 최신 발명이 실용성이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었다. 사순은 이미지를 캡처해 디지털로 화면에 보여줄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임원들에게 열심히 발표했다. 여기서 사순은 전술적 실수를 저질렀다. 새로운 기술에 ‘필름 없는 사진’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다. 이런 포지셔닝은 사순의 관객, 즉 커리어가 필름 판매와 현상에 달려 있는 임원들의 존재 이유와 충돌했다. 당연히 반응이 미지근했다. 소비자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대신 코닥은 거의 20년간 신기술 도입을 미뤘고, 그때는 이미 여러 경쟁사가 시장 안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사순은 왜 그렇게 심각한 오류에 빠진 제안을 했을까? 그는 발명품에 대한 열정에 도취돼 있었다. 훗날 사순은 “지난 100년 동안 이어져 온 회사의 핵심 사명과 대립한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순 같은 혁신가들은 흔히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판다. 자신감, 낙관주의 같은 개인적 특성과 두려움, 의심, 후회, 좌절 같은 감정 때문이다. 자신감과 낙관주의는 창의성에 꼭 필요하지만 지나치면 독이 된다.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 흔히 표출되는 두려움 같은 감정은 너무나 쉽게 노력을 늦추거나 그만두게 만든다.
성공이나 실패를 겪은 수백 명의 혁신가를 인터뷰하고 연구한 결과 우리는 많은 사람이 이런 심리적 장애물을 이해하지 못할뿐더러 이를 관리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디자인싱킹부터 린 스타트업, 스프린트 방법론에 이르기까지 혁신 방식에 대한 실질적 조언은 많지만 관련된 정신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자세히 알려주는 지침은 찾기 어렵다.
지금부터 지면 인터뷰, 영상, 연설 등을 참고해 유명 기업가들이 마주친 심리적 장애물을 설명하고, 어떻게 극복하고 전진했는지 살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