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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관리와 맞벌이 부부

매거진
2018. 5-6월(합본호)

FEATURE MANAGING PEOPLE

인재 관리와 맞벌이 부부

융통성 없는 순환근무제는 인재 양성에 좋은 방법이 아니다

 

In Brief

문제점

핵심인재들은 점점 자신의 커리어 못지않게 배우자의 커리어도 중시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기업은 핵심인재를 경영자로 키우기 위해 막대하게 투자한다. 하지만 기업 대부분은 이런 변화를 인재 육성방식에 어떻게 반영할지 모른다. 결국 인재들은 유연성과 이동성 문제와 부딪칠 때 허무하게 회사를 떠나고 만다. 그 결과 인재 채용과 유지는 큰 타격을 입는다.

 

원인

기업에서는미래 리더들이 전 세계에 흩어진 근무지에서 정해진 보직을 거쳐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팽배하다. 이 때문에, 맞벌이 직원들은 커리어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다.

 

해결책

기업은 단기잡스와프또는 ‘원격통근 근무등 더 창의적인 방법을 통해 직원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배려함으로써 커리어 개발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조직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조직은 유연근무제를 부정적으로 볼 게 아니라, 그것을 포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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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가명)는 다국적 대기업의 대규모 제조공장 책임자로 일하고 있었다. 그는 회사에서 유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관리자로 통했다. 핵심 사업부의 사장 자리가 갑자기 공석이 되자 회사에서는 데이비드를 후임으로 낙점했다. CEO는 데이비드를 사무실로 불러 함께 앉았다. 그리고 사장에 발탁됐다는 기쁜 소식을 전했다. 데이비드는 그 역할을 맡을 자격이 충분했다.

 

이와 같이 갑작스러운 인사 발령은 사실 매우 흔하다. 그렇더라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터라 데이비드는 뭐라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함께 자리한 최고인사책임자CHRO도 데이비드가 당황스러워하는 것을 감지했다. 이른감이 없진 않은 제안이었지만, 데이비드의 직속 상사와 논의해 인사 이동에 동의까지 얻어 놓은 상황이었다. 데이비드에겐 절호의 기회였다. 다들 그가 성공하길 응원했다. 모든 준비에 필요한 시간도 주어지고, 사업부가 소재한 지역까지 가족과 함께 이사할 수 있도록 회사도 기꺼이 지원하겠다고 CHRO가 덧붙였다. 그는 4주 안에 새로운 사업장에서 일을 할 준비를 마쳐야 했다.

 

데이비드는 몇 가지 궁금한 점을 물어봤다. 승진과 함께 연봉도 크게 오른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CEO CHRO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아내와 함께 저녁에 상의해 보겠다고 답했다. “물론 그래야죠.” CEO CHRO가 웃으며 말했다.

 

다음날 그 웃음은 충격으로 바뀌었다. 데이비드가 제안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는 회사와 본인의 커리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내의 커리어도 그 못지않게 중요했다. 아내는 고생하며 수술 레지던트 과정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었다. 거처를 옮기면 아내 커리어에 지장을 줄 게 뻔했다. 데이비드는 다음 기회에 그 역할을 맡는 방안, 당분간 통근하는 방안, 원격으로 근무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CEO는 모두 거절했다.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몸이 현장에 있어야죠.” CEO는 쏘아붙였다.

 

화기애애하던 분위기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싸늘하게 변했다. CEO는 화가 났다. 회사는 데이비드를 위해 아낌없이 투자했다. 그런데 정작 헌신이 필요한 상황에서 데이비드는 거절했다. 근무지 이동 때문에 리더 역할을 거부하면서 어떻게 조직에서 성장하길 바란단 말인가? 데이비드의 반응을 보는 CHRO도 착잡하고 실망스럽긴 마찬가지였다. CHRO는 데이비드와 처지가 비슷한 직원을 지원하기 위해 일과 가정의 균형 정책을 도입하고 이주비를 넉넉하게 책정하도록 힘쓴 주인공이었다. 데이비드는 궁지에 몰린 기분이었다. 하필이면 곤란한 시기에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제안을 받았고 감히 조직과 밀고 당기기를 하려는 사람으로 찍혀버렸다.

 

사장 자리는 곧 다른 사람에게 돌아갔다. 데이비드는 변함없이 좋은 성과를 냈지만, 상황은 전과 같지 않았다. 회사가 더 이상 자신을 핵심인재로 여기지 않는다고 느꼈다. 그렇게 9개월이 흘렀다. 데이비드의 아내 헬렌은 레지던트 과정을 마쳤고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두 사람 모두 새로운 커리어 기회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경쟁사가 데이비드를 영입했다. 그리고 가장 큰 사업부를 맡겼다. 새로운 도시에 둥지를 튼 헬렌은 유명 병원에서 일자리를 얻었다. 데이비드의 커리어는 다시 정상 궤도로 돌아왔다. 아내도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했다. 반면, 데이비드의 전 회사는 유능한 리더 한 명을 잃었다. 그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핵심인재로 육성해 요직까지 제안했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

 

데이비드의 사례는 그 회사의 CHRO로부터 전해 들었다. CHRO는 직원들이 승진을 원하는 만큼 배우자의 커리어에 대해서도 깊이 신경 쓰고 있는데 회사는 아직 이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최선인지 감을 못 잡고 있다고 푸념했다. 필자도 지난 몇 년간 이런 사례를 여러 번 목격했다. 라이스대 오틸리아 오보다루Otilia Obodaru 교수와 필자는 세대와 직업군을 골고루 반영해 100여 쌍의 맞벌이 부부를 선정한 뒤 인터뷰를 수행했다. 더불어, 필자는 테크, 헬스케어, 전문서비스 등 각종 산업의 32개 대기업 HR 부서장들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필자가 공동 운영하는 인시아드 경영자 프로그램에 임원을 보낸 기업들의 HR 부서장들과도 긴밀히 협업했다. HR 임원 대부분은 맞벌이 직원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뚜렷이 인식하고 있었다. 미국의 두 부모 가정 중 풀타임으로 맞벌이하는 비율은 1970년엔 31%였지만 지금은 절반 가까이 된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런 변화가 인재를 키워내는 문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예상하고 그 영향을 완화하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다. 데이비드처럼 곤란한 상황에 처한 직원들이 그만둬버리면 그들에게 투자한 회사의 노력은 헛수고가 돼 버린다. 인재가 퇴사한 얘기는 조직 안에 삽시간에 퍼진다. 급기야 맞벌이하는 다른 핵심인재들도 조만간 기회를 봐서 탈출해야겠다고 마음 먹게 된다.

 

문제의 핵심은 기업이 리더를 양성할 때 정해진 경로만 고집한다는 데 있다. 리더가 되려면 일정한 보직을 거쳐야 하고 특정한 야망을 지녀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팽배하다. 이런 경직성이 직원에게는 단단한 장애물이 된다. 조직도 인재를 채용하고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상당 수 기업이 핵심인재의 커리어 경로를 계획할 때 그 직원이 처한 상황을 단편적으로만 고려하는 게 현실이다. 회사가 인적 자본에 투자해서 결실을 맺으려면 새로운 전략을 선택해 인재를 관리하고 양성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그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하지만 먼저 전통적 접근법이 종종 실패하는 이유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통상적인 인재 양성 전략의 문제점

 

기업 대부분은 관행적인 경력 개발 경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임원이라면 다양한 부문과 부서를 두루 경험해야 한다는 기대심리가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서도 널리 퍼져 있다. 이런 인재 개발 모델을 따르려면 보통은 근무지를 여러 번 옮겨야 한다. 이 관행은 1980년대 초부터 시작됐다. 당시만 해도 인터넷으로 업무를 효율적, 생산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없었다. 또 대부분 인재는매인 몸이 아니었다. 맞벌이 배우자의 커리어를 고민할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배우자는 집안일과 가족을 돌보면 됐다. 임원들은 회사 요구에 자유롭게 응할 수 있었다.

 

세상이 변했지만 인재 관리 프로그램은 여전히 모든 부부 중 한 명이 가사일을 전담하거나, 인터넷이 없는 양 설계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배우자가 풀타임 직장에 다니는 임원들은 이 때문에 두 가지 큰 문제에 부딪친다.(필자의 연구도 두 가지 퇴사 사유를 제시한다.)

 

첫 번째는 이동성 문제다. 맞벌이 직원들도 임원으로 올라가려면 여러 부서와 지역으로 근무지를 옮겨 다녀야 한다는 점을 이해한다. 따라서 무조건 거부만 하진 않는다. 하지만 현재 하고 있는 모든 일을 내려놓고 회사가 발령내는 즉시 이동해야 한다면 자신과 배우자의 커리어 중 하나를 선택하고 나머지 하나는 희생하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오늘날 그렇게 기꺼이 커리어를 타협하려는 커플은 전보다 줄었다.

 

멜리사와 크레이그 부부가 그 예다. 두 사람은 모두 각자 회사에서미래 리더 양성프로그램에 선발됐다. 이들은 해외에서 근무하는 오랜 꿈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런던에서 일할 수 있는다음엔 없는 절호의 기회가 왔을 때 크레이그는 사양했다. 그 이유에 대해 크레이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멜리사도 런던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겠죠. 하지만 지금 같은 직급과 커리어 패스를 보장받진 못했을 거예요. 우리 부부에게는 동등함이 중요해요. 게다가, 임원 커리어는 불확실성이 크잖아요. 두 사람의 커리어를 균형있게 개발함으로써 리스크를 헤지하고 싶은거죠. 우린 좀 더 계획된 방식에 따라 움직일 필요가 있어요.”

 

결국 두 사람은 해외 근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우선 목적지를 정했다. 두바이로 마음을 모았다. 함께 일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멜리사가 중동에서 일하는 데 관심을 보이자 회사는 직급을 높여 두바이로 발령을 내줬다. 크레이그도 파견을 요청했지만 회사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런데 경쟁사에서 흥미를 끄는 새로운 포지션을 발견했다.

 

크레이그의 회사는 유능한 관리자를 경쟁사에 빼앗기는 꼴이 됐다. 직원이 근무지 이동을 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회사가 직원의 근무지 변경 요청에 맞춰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크레이그가 런던에서 근무하는 제안을 승락했더라도 마찬가지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회사는 대가를 치러야 했을 것이다. 임원의 배우자가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는 데 애를 먹거나 적절한 커리어 기회를 찾을 수 없는 경우 해당 직원이 주재원 파견기간이나 타 지역 근무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크레이그가 두바이에서 좋은 직장을 얻은 덕분에 멜리사의 주재원 생활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회사가 단기간에 몇 차례 근무지 이동을 기대할 때 그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이런 경우는 흔히 발생한다. 한 글로벌 화학기업의 사례를 살펴보자. 새로운 경영진 육성 프로그램에 선발된 임원들은 겨우 1년 반 동안 전 세계 3개 지역으로 이동하며 3개 부서에서 순환 근무해야 한다. HR 부서장은 “6개월마다 근무지를 옮겨야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참가자들은 효율적으로 경험과 지식을 축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물론 배우자가 일을 하거나 가족을 해외 여기저기로 데리고 다니길 원치 않는 사람에겐 적합하지 않죠. 그래서 여러 뛰어난 인재가 지원할 엄두조차 못내기도 합니다.”

 

관리자들이 공식적인 순환근무를 하지 않는 경우에도, 다수 기업은 인재들이 어떤 역할이든 3년 정도 경험한 후 새로운 도전에 나서길 기대한다. 그런 페이스에 맞추지 못하는 사람들은 정체돼 있는 것으로 간주돼 회사를 떠나야할지도 모른다. 한 글로벌 물류기업의 HR 부사장은 이렇게 탄식했다. “유능하지만 회사를 떠나려 하는 여성 임원이 한 명 있어요. 현재 보직에서 3년을 다 채웠는데, 남편 직장 때문에 근무지를 옮길 수 없기 때문이죠. 그녀의 상사가샬럿에 살면서 일주일에 3일은 애틀랜타로 통근해도 된다고 유연하게 나왔으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않았어요. ‘하면 하고 안 하면 안 하는 거예요. 중간은 없어요. 본인이 싫다면 내보내야죠라고 하더군요. 답답한 심정이에요. 임원급 여성 인재를 유지하는 것이 우리에게 최우선과제이지만 이렇게 경직돼 있기 때문에 진척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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