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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관리 & 전략

장기 성과급 제도에 대한 반론 外

매거진
2016. 10월호

COMPENSATION

장기 성과급 제도에 대한 반론

관리자가 보수체계의 핵심 요소를 과소평가하는 네 가지의 이유가 연구를 통해 밝혀지다.

 

렉산더 페퍼Alexander Pepper 27년간 대형 회계법인에서 고객사가 CEO와 고위 임원에게 보상을 지급하는 업무를 지원해 왔다. 1990년대 초부터 보수에 관리자의 이해관계와 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기 위한 주식형 장기 성과급 제도를 포함하는 방식이 일반화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페퍼는 이런 방식에 점점 회의를 느꼈다. “우리 딴에는 배려해 마련한 체계인데, 임원들이 반드시 만족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차츰 깨달았습니다. 임금체계가 의도한 효과를 내지도 못했고요.” 페퍼는 말한다. 2000년대 초, 페퍼는 학교로 돌아가 경영학박사DBA 학위를 취득했다. 지금은 런던정경대LSE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페퍼는 현재 성과별 지급제가 그다지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를 연구하고 있다. “제가 속해 있던 시스템이 그다지 효과 없다고 비판하는 상황이 된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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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는 2013년부터 지금까지 40개국 고위 임원 7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조사를 바탕으로 한 네 건의 학술연구를 발표했다. 임원들이 자신의 보수체계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그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그리고 지금 받는 보수가 임원들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고자 했다. 물론 보상 관행은 국가마다 제각각이다. 이를테면 미국 CEO들은 여타 국가의 CEO들보다 더 후한 보수를 받는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페퍼는 지역을 막론하고 기업 임원들이 일반적으로 보수에 대해 잘못 이해하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페퍼는 성과별 지급제를 기반으로 한 성과급이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하는 데에는 네 가지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임원들은 재무 이론에서 제시하는 것보다 위험을 회피하는 경향이 더 강하다.

보너스 9만 달러를 받을 확률 50% 41250달러를 받을 확률 100%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어느 쪽을 택하겠는가? 이론적으로 따지면기대값 45000달러인 전자를 택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그런데 조사에 참여한 임원의 63%는 확실한 쪽을 택했다. 스톡옵션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비슷한 질문을 던졌을 때도 임원들은 한결같이 위험이 적은 쪽을 선호하는 양상을 보였다. 위험 회피적인 사람은 불확실한 제안의 가치를 더 낮게 보는데, 이는 경제 이론의 예측과 달리 임원들이 임금체계에서 위험 부담을 수반하는 요소의 가치를 낮게 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인터뷰에 응한 임원들은 그 이유가 부분적으로는 성과급 제도가유별나게 복잡하고제멋대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페퍼는 사람들이 어떤 요소의 가치를 그다지 높게 평가하지 않는 경우, 그 가치를 높이기 위해 양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바로 이런 역학 때문에 급여의 가치가 부풀려지는 것이다.

 

임원들은 보상 시점이 늦어질수록 보상의 가치를 낮게 본다.

오늘 당장 1달러를 받는 방법과 1년에 2달러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어느 쪽을 택하겠는가? 후자가 더 합리적인 선택이다. 기다리는 동안 받을 수 있는 돈이 두 배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행동경제학자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많은 사람이 돈을 더 빨리 받는 쪽을 택한다. 이런 현상을 과도한 가치폄하 효과hyperbolic discounting’라고 부른다. 페퍼는 연구는 과도한 가치폄하 효과가 임원들이 보수를 바라보는 관점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요즘 임원들은 3, 4년은 묵혀야 가치가 높아지는 장기 성과급 제도가 별 가치가 없다고 느낀다.(페퍼의 연구 데이터에 따르면 임원들이 나중에 받을 보수의 가치를 1년에 30%씩 낮춰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제 이론에서 제시하는 수치보다 다섯 배나 높다.) 조사에 참여한 어떤 임원은 이런 현상을 한마디로 요약했다. “기업들은 직원들이 그다지 높게 쳐주지 않는 통화로 보상을 지급하고 있는 셈이죠.”

 

임원들은 상대적 임금에 더 신경 쓴다.

간단한 질문을 하나 해보겠다. 5만 달러를 주는 일과 10만 달러를 주는 일이 있다. 어느 쪽을 택하겠는가? 이번에는 다른 상황 속에서 같은 질문을 던져 보겠다. 중위소득이 3만 달러인 사회에서 5만 달러를 벌고 싶은가, 아니면 중위소득이 125000 달러인 사회에서 10만 달러를 벌고 싶은가? 두 사회의 물가가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당연히 10만 달러를 버는 쪽이 낫다. 다른 사람들이 얼마를 벌든 10만 달러로 더 많은 물건을 살 수 있으니까.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사람들이 상대소득에 매우 민감하고 절대소득이 더 낮더라도 주변 사람들보다 많이 버는 편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예전부터 인지하고 있었다. 페퍼의 연구는 이런 현상이 임원에 대한 보상에도 적용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에 참여한 임원들은 절대소득에는 신경을 덜 쓰는 반면, 사내 동료나 경쟁사 임원보다 얼마나 더 버는지에 관심을 두고 거기서 더 자극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무려 46%가 절대소득이 낮더라도 남들보다 더 많이 받는 보수체계를 택하겠다고 답했다. 그중 한 명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제가 동료들보다 훨씬 후하게 보상을 받는다고 느끼는지 아닌지만 따집니다.” 모든 사람이 이런 기준으로 보상제도를 평가한다면 결국에는 마치 군비경쟁을 하듯이 보상액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보수를 바라보는 관점에 있어서 내재적 동기가 과소평가된다.

사람들이 어떤 일을 택하는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임원의 보수체계에서는 비금전적 동기가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페퍼의 연구 내용을 보면 성취, 지위, 권력, 팀워크 모두 중요한 동기 부여 수단이 된다. 조사에 참여한 임원들은 보수를 특별히 많이 준다고 해서 강력한 인센티브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줬다. 어느 기업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1억 달러가 1000만 달러나 100만 달러보다 더 큰 동기를 유발한다는 말을 믿지도 않고요. 그런 걸 본 적도 없습니다.” 임원들은 보상이 아닌 다른 측면에서 지금 직장보다 더 나은 자리가 있다면 보상액을 평균 28% 정도는 줄일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이런 연구 결과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임원들이 장기 성과급을 굉장히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장기 성과급을 없애고 다른 요소들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페퍼는 말한다. “이 연구결과는 기업들이 월급을 더 주고 매년 지급하는 현금 형태의 상여금을 인센티브로 활용하는 편이 낫다는 사실을 다소 삐딱하게 보여줍니다.” 페퍼는 말한다. 기업들은 또한 리더들이 상여금으로 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의무화하거나 상여금을 제한부 주식 형태로 받게 함으로써 리더가 보유한 순자산의 일정비율, 또는 리더가 받는 연봉의 일정 배수가 투자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임원들이 상당량의 주식을 보유하는 한 임원의 이해 관계가 주주의 이해관계와 일치할 수 있으리라고 페퍼는 생각한다. 이런 방식을 적용하면 장기 성과급 제도에 혼선을 일으키거나 비효율을 유발하는 부작용도 일어나지 않는다. 버크셔 해서웨이 같은 일부 기업은 일찌감치 이런 방향으로 보수 체계를 구조화했다.

 

페퍼와 다른 논평가들은 이런 변화를 꾀하는 기업이 역풍을 맞으리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미국만 해도 100만 달러를 넘는 급여는 소득 공제 대상이 아니며, 대다수 국가에서 성과별 지급제 개념이 워낙 뿌리깊게 박혀 있는 터라 과도한 급여 인상이 비판을 불러올 수도 있다. 그러나 페퍼는 임원 급여가 패션과 마찬가지로 주기를 타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며, 지난 25년간 널리 적용돼 온 장기 성과급 제도의 인기도 머지않아 시들해지리라 보고 있다. “제 요지는 성과별 지급제가 문제를 개선하기보다는 악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페퍼는 말한다. “임원들에게 주는 급여 총액을 지금 수준에서 대폭 줄이는 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단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해야겠죠.”

 

The Idea In Practice

 

기업은 임금 분쟁의 위험을 무릅쓰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회계감사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PwC의 톰 고슬링Tom Gosling파트너는 영국법인의 보상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이사회에 임원 보상에 대한 조언을 제공해 온 고슬링은 보상시스템이망가져버렸다고 말한다. 얼마 전 HBR과의 인터뷰에서 고슬링은 그 이유를 설명했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을 편집한 내용이다.

 

장기 성과급 제도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는 임원이 많다는 게 사실인가요?

사실입니다. 임원들은 아주 똑똑한 사람들이고, 장기 성과급 제도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시스템도 아니니까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죠. 문제는 이 사람들이 장기 성과급 제도가 일상 업무와 연관되어 있다는 걸 체감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거기다 해마다 3, 4년 단위 신규 성과급 제도가 마련되는데, 그때마다 성과 측정 기준도 달라집니다. 제가 CEO들과 재무설계 업무를 할 때면 CEO들이저한테 이런 게 있던데…” 하며 각종 스톡옵션 증서 등을 한 박스씩 건네줍니다. 그 사람들은 이런 성과가 얼마의 가치가 있는지 몰랐을 겁니다. 보통은 수백만 파운드의 값어치를 했는데도요. 워낙 바쁜 사람들이니까 일일이 따져볼 시간이 없었을 겁니다.

 

기존 보수체계에 결함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뭔가요?

연구 내용을 보면 크게 두 가지 문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성과급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목표 설정 프로세스에 대한 압박이 상당해집니다. 그러면 의도하지 않은 폐해가 생깁니다. 특히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일수록 보다 총체적인 성과가 배제된 협소한 목표를 추구하게 됩니다. 두 번째, 인센티브 체계가 복잡해지면 임원들은 인센티브의 가치를 심하게 과소평가하게 됩니다. 바로 그게 임원들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는 경우가 드문 이유이기도 하고요. 처음에는 장기 성과급 제도를 좋은 의도에서 만들긴 했지만, 그게 성과를 향상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보진 않아요.

 

장기 성과급 제도가 효과가 없는데도 여전히 적용되는 이유는 뭘까요?

투자자 집단과 의결권을 행사하는 자문기관들은 아직도 성과별 지급제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기관투자가서비스ISS도 이 경우에 해당합니다. 요즘 영국에서는 임원 보수를 두고 논쟁이 뜨겁습니다. 기존 모델의 효과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장기 성과급 제도보다는 임원들이 회사 주식을 매입해 장기간 보유하게 하는 보다 단순한 제도가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고객사들이 선호하는 모델이지만 불확실성 때문에 도입을 망설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업들은 대부분 임금 분쟁의 위험을 무릅쓰고 싶어하지 않아요.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기존에 쓰던 모델을 계속 밀고 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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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장효선

참고자료 페퍼가 바스대의 줄리 고어Julie Gore와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가 페퍼의 저서인 ‘The Economic Psychology of Incentives: New Design Principles for Executive Pay(Palgrave Macmillan, 2015)’에 기술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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