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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고객을 잡고싶다면?_01
안녕하세요, 김현진입니다. 요즘 대부분의 기업들은 ‘혁신 강박증’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무한경쟁의 시대에, 변덕스러운 소비자 입맛에 맞춰 제품이든 마케팅이든 빠르게 바꿔야 살아남는다는 절박감 때문이겠죠. 해당 기업이 속한 업종이 진화속도가 빠른 IT관련 분야라면 이러한 강박증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기민하게 움직이는 전략이 사실은 거꾸로 고객의 의중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이라면 허무한 시도가 되지 않을까요.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사실 알고 보면 고객들은 그저 익숙하고 접하기 쉬운 제품을 구매한다며 기업의 노력에 ‘허’를 찌르는 주장을 펼칩니다. 디자인 경영이란 개념을 창안한 거장급 연구자인 로저 마틴 토론토대경영대학원 교수와, 탁월한 CEO로 맹활약했던 A.G. 래플리 전 P&G 회장이 창안한 새로운 주장을 함께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사진공유 애플리케이션인 인스타그램은 2016년 봄, 기존 사용자들에게 이미 친숙한 복고풍 카메라 모양의 아이콘을 버리고 카메라를 단순화한 디자인의 밋밋하고 심플한 디자인의 아이콘을 선보였습니다. 경쟁 어플리케이션인 스냅챗의 위협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뭔가 혁신을 꾀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입니다. 고객 반응은 어땠을까요. 인스타그램 측의 기대와 달리 혹평이 이어졌습니다. 언론의 비판도 거셌습니다. ‘허접한 모조품 같은’, ‘예전으로 돌아갈 순 없을까’, ‘정말 경악스러운 쓰레기’ 등의 반응이 잇따랐습니다. 혁신을 꾀하고자 단행한 리브랜딩이나 리런칭 이후 이 같은 반발에 직면한 회사가 인스타그램 뿐만은 아닙니다. 코카콜라가 1985년 경쟁사 펩시에 대항해서 단맛은 더하고 톡 쏘는 맛을 줄여 출시한 ‘뉴코크’는 코카콜라에 오히려 시련을 안겨준 바 있습니다. 펩시 역시 아스파탐을 첨가하지 않은 다이어트펩시를 내놨다가 오히려 큰 손해를 봤습니다. 인스타그램이나 코카콜라, 펩시 모두 잘나가는 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왜 잘나가는 기업이 결과적으론 별로 득이 되지 못한 리브랜딩의 유혹에 빠지는 걸까요. 연구진은 이것은 기업들이 경쟁우위의 본질을 크게 오해한데서 찾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최신 전략이론들은 오늘날 비즈니스업계의 빠른 변화속도에 맞춰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끊임없이 업데이트하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니 인스타그램도 사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반면 전통적으로 수십 년 간 경쟁우위를 지키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사우스웨스트항공, 뱅가드, 이케아 같은 기업이나 P&G의 효자 상품인 타이드, 헤드앤숄더 등은 예나 지금이나 시장 선두그룹의 지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이들이 큰 혁신 시도 없이도 선두를 지키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요. 연구진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현대 행동과학 연구를 토대로 경쟁우위를 지킬 수 있게 하는 이론을 제시합니다. 먼저 고객에게 ‘완벽한 선택’이 아닌 ‘쉬운 선택’을 제공해야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고객을 유지하는 비결은 고객 니즈 변화에 끊임없이 맞춰 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고객이 다른 제품을 선택하지 않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연구진이 제시하는 이론은 ‘누적우위’입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습관의 동물이고, 뇌는 되도록 고민을 덜 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유도한다는 이론에서 기반한 것입니다. 기업들이 개인 니즈에 맞춰 제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려는 데는 소비자들이 신중하고 합리적일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 행동경제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그렇게 의식적으로 애써가면서 구매결정을 하지 않습니다. 인간의 뇌는 정보를 필요로 할 때 분석하기보다는 과거 경험을 더 자주 사용합니다. 결국 직관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직관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도 단시간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강렬한 생각, 견해, 선호를 뜻합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처리 유창성’이라고 부릅니다. 즉 우리의 뇌는 쉬운 정보처리를 위해 심사숙고하기 보다는 직관을 따르는 경우가 더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처리 유창성은 반복적인 경험과 관련이 있습니다. 경험을 많이 하면 처리유창성이 더 높아지는 것이죠. 따라서 소비자들은 새로운 자극보다 이처럼 반복적인 자극을 선호합니다. 인간의 뇌는 선택의 기로에서 같은 결정을 계속 반복하고 싶어 한다는 게 연구진의 핵심 주장입니다. 타이드의 세척력이 뛰어나다고 뇌가 인식하기 시작하고, 매장이나 온라인상에서도 이 세제를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소비자의 뇌는 자연스럽게 타이드를 재구매하려 할 것입니다. 따라서 시중에서 잘 나가는 제품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게 제일 손쉬운 결정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일단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기업이 초기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싶다면 선택보다는 습관을 만드는 데 투자해야 합니다.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이 직관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만듦으로서 형성되는 하나의 보호막을 누적우위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누적우위를 쌓지 않는 기업은 이를 성공적으로 구축한 경쟁기업에 추월당할 수 있습니다. 그 좋은 예가 소셜미디어 사이트 마이스페이스입니다. 2003년 8월 오픈한 마이스페이스는 2년 만에 미국 최대 소셜네트워킹 사이트로 성장했고 2006년에는 구글을 제치고 미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 사이트가 됐습니다. 그런데 단 2년 만에 페이스북에 추월당하게 됩니다. 실패 원인은 무엇이었을까요. 놀랍게도 지나치게 다양한 기능을 탑재하고 자주 변화를 추구해 사용자들이 사이트에 익숙해질 틈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반면 페이스북은 오픈 첫날부터 누적우위를 구축하는 데 힘썼습니다. 데스크톱 기반에서 모바일 기반으로 확대하는 큰 변화를 시도할 때도 외형과 분위기를 일관되게 유지해 일관된 사용자 경험을 유지하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결론적으로 페이스북은 익숙함을 추구함으로서 누적우위를 구축했고 세계에서 가장 중독성 있는 소셜네트워킹 사이트를 만들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누적우위를 구축하기 위해서 기업들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다음 강의에서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드리기로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케팅 &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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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2월(합본호)
기업을 성공으로 이끌 에너지 전략
안녕하세요, 장재웅입니다. 최근 들어 에너지 관련 이슈가 기업 경영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 환경 문제에 대한 의식이 높아진데다 탄소배출권 같은 제도적 규제가 나타나면서 기업들도 에너지 관리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사실 에너지 사용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기업 운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를 효율화하는 것은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에너지 사용에 대해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기업은 일부 글로벌 기업에 불과합니다. 대부분 기업들은 여전히 에너지를 단순히 줄여야 하는 비용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세계 최대 에너지 사용 기업 중 하나인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오랜 기간 동안 에너지를 어디서나 흔히 구할 수 있는 자원으로 여겼습니다. 그러다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과 압박이 커지면서 2011년 환경과 지속가능성 담당 최고임원을 선정하면서 본격적인 에너지 소비 전략을 실행합니다. 점점 더 강력해지는 탄소배출 규제와 출렁이는 에너지 가격과 수급 상황이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먼저 전력시장과 재생에너지, 분산형 에너지 분야 전문가 14명으로 구성된 ‘에너지 팀’을 만들어 이 팀에 에너지 전략을 개발하고 실행하기 위한 전권을 부여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팀을 중심으로 재생가능 에너지 사용 비중을 높이는 방법으로 에너지 효율성을 개선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8년까지 클라우드 컴퓨팅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의 5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향후 10년 안에 이 비중을 60%로 올리겠다는 도전적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ICT기업들에게 에너지의 효율적 관리는 이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자 점점 더 중요한 차별화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ICT분야뿐만 아니라 에너지 소비가 많은 다른 업종에 속한 기업들 역시 마찬가지죠. 문제는 많은 업종 내 선두기업들이 에너지 전략을 개발하고는 있지만 사실 적절한 교본이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앤드루 윈스턴 윈스턴 에코-스트래터지 설립자 등은 HBR을 통해 강력한 에너지 전략 수립을 위한 5가지 단계를 소개했습니다. 각 단계별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최우선시 되어야 할 단계는 에너지 전략을 최고경영진의 책무로 삼는 것입니다. 에너지 전략은 CEO의 분명한 개입과 명확한 지배구조가 없으면 실행이 어렵습니다. 꼭 CEO가 아니더라도 C레벨 임원 정도가 에너지 전략 수립을 담당해야 적절히 대응이 가능합니다. 이런 역할을 맡은 임원은 기업의 에너지 전략을 개발하고 실행을 이끌 복합기능 팀을 구성해야 합니다. 이 팀은 운영과 시설, 금융, 법무, 조달, 지속가능성 담당 임원들을 포함해야 하며 다른 지원부서 담당 임원들도 포함할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에너지 팀이 환경과 지속가능성, 법무, 금융, 데이터센터 운영 부문 멤버들을 포함하고 있으며 클라우드 인프라 및 운영 담당 VP(Vice President)와 기술 및 시민참여 담당 VP에게 보고하도록 체계가 갖춰져 있습니다. 다음 단계는 에너지 전략을 기업의 비전과 운영에 통합시키는 단계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 팀의 역할이 중요한데요, 에너지팀의 첫째 임무는 기업이 에너지 문제가 기업 내부와 외부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일입니다. 우리 기업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비용은 얼마이며 에너지 비용이 회사의 주요 재무지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가 등에 답을 찾는 과정이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음으로써 기업은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와 부족한 부분을 곧바로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팀이 회사의 에너지 사용에 따른 영향을 분명히 이해하고 어떤 부분에 집중해야 할지 실행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해야 합니다. 이렇게 수립된 계획을 바탕으로 에너지 사용과 탄소배출에 대한 구체적 목표를 CEO에게 제시하고 조직 전체 구성원들이 에너지 이슈를 운영상의 최우선 과제로 여길 수 있도록 병행해야 합니다. 세 번째 단계는 기업 내 모든 에너지 사용 상황을 추적하는 것입니다. 의외로 많은 기업들이 전사적으로 혹은 각 공장이나 개별 작업에서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지 세밀히 추적하고 관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죠. 세계적 네트워킹 기업 시스코도 2015년에 아시아지역 생산시설 중 한 곳에 에너지 센서 1500대를 설치하고 나서야 그 공장의 총 에너지 사용량을 처음으로 측정했습니다. 이렇게 기업들이 에너지 사용 현황 추적에 소극적인 이유는 에너지 사용 현황 측정에 큰 돈이 들어간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정유기업 발레로 같은 경우는 실시간 에너지 데이터 확보를 위해 그렇게 비싸지 않은 에너지 계량기와 지능형 에너지 소프트웨어를 활용했는데 첫해에만 에너지 비용을 1억 2000만 달러 절감했습니다. 그만큼 관리되지 않고 낭비되는 에너지 관련 비용이 많다는 뜻입니다. 기업 전체의 에너지 사용량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원가 절감과 리스크 관리가 가능해집니다. 네 번째 단계는 재생가능에너지와 첨단에너지 기술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에너지 전략 수립에 있어 재생가능에너지 활용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재생에너지의 가격이 빠르게 내려가면서 시장성도 좋아지고 있죠. 2015년 미국에서 풍력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장기 계약으로 얻을 수 있는 평균 전력가격은 킬로와트시(kWh)당 2센트였는데 이는 2009년보다 5센트 낮아진 가격이었습니다. 또 중동이나 멕시코처럼 일조량이 많은 지역의 신규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에 의한 전력가격은 킬로와트시당 3센트 이하입니다. LED전구 가격은 10년도 안되는 기간동안 94%나 하락하기도 했죠. 여기에 정부에서 지급하는 인센티브도 재생가능에너지를 더욱 매력적으로 합니다. 특히 전력구매계약, 이른바 PPA(Power Purchasing Agreement)라고 불리는 금융 옵션 등의 발달도 재생가능에너지 조달에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PPA는 주로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된 클린전력을 고정 가격으로 10~20년간 구매하는 계약을 말합니다.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에게 리스크 헤지 방안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클린에너지 기술과 관련한 여러 실험을 진행하는 이유도 클린에너지 활용으로 인항 혜택이 많기 때문입니다. GM과 주류제조 업체 디아지오 등은 쓰레기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모아서 연소해 에너지를 얻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월마트는 연료전지를 사용해 50개 이상의 매장에 전력을 공급하며 수소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지게차 1000대를 물류센터에 배치하기도 했습니다. 클린에너지를 사용할 경우 일단, 기업들이 미래의 규제 조치에 앞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는 비즈니스 연속성을 위협하는 요소들을 줄이는데 도움을 주죠. 또 환경을 생각하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만들어줘 고객들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마지막 단계는 주요 이해관계자를 참여자로 끌어들이는 것인데요, 소비자부터 지역사회 투자자 등 외부 관계자와 회사의 직원 등 내부관계자의 참여유도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기업들은 자신의 비즈니스에 영향을 끼치는 에너지 및 환경 관련 정책들에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정부와 긴밀히 협조하고 소비자와 지역사회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 집단과도 각각의 이익에 맞춰 소통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직원들을 에너지 전략에 참여시키면 에너지 전략의 실행이 수월해지고 직원들의 헌신을 높이는 등 순기능이 많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에너지 전략 수립을 망설이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크게 2가지 이유 때문인데요, 하나는 일단 최근까지도 대부분 기업들이 에너지 전략을 벤치마킹하고 전략적으로 관리하는데 도움을 줄 유용한 데이터가 부족했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비용 때문입니다. 특히 많은 기업들이 비용 문제를 들어 에너지 전략 수립을 망설이고 있는데요,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월마트 등 대기업들이 에너지 효율성을 추구하고 재생가능에너지에 투자할 수 있는 주요 요인은 풍부한 자금력뿐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 기업들은 원대한 목표를 설정하고 최고 경영진의 헌신, 자율권을 부여받은 팀, 클린에너지를 위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클린에너지를 기업 가치와 이미지를 나타내는 스토리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만든 덕분에 에너지 효율화에 성공했다고 보는 것이 맞는 해석입니다. 경쟁우위를 이끌어 내는 요인은 늘 진화합니다. 한 때 비용만 발생시킨다고 홀대받기도 했던 IT가 빅 데이터라는 이름으로 경쟁우위의 절대적인 요소로 각광받는 것처럼 에너지 효율화 역시 기업의 성공에 필요한 핵심요인으로 떠오를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전략 & 재무회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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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6월호
호의, 베푼 만큼 돌아온다? 알고 베푸는 게 더 중요하다!
안녕하세요, 김현진입니다. 오늘은 ‘호의 탈진을 막아라’를 주제로 말씀드릴까 합니다. 호의 탈진이 무슨 뜻일지 감이 안오는 분도 계실텐데 영어로는 ‘generosity burnout’이라고 합니다. 와튼스쿨의 애덤 그랜트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4년 간의 연구를 토대로 남에게 호의를 베푸는 ‘착한 사람들’은 남을 돕느라 탈진해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들이 지치지 않고 조직 내에서 노력한 만큼의 평가를 제대로 받을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실린 이들의 연구내용과 조언을 소개합니다. 이 아티클에는 나도 호의 탈진 위기에 놓여있는지 스스로 체크할 수 있는 체크리스크가 있습니다. 그 중 첫 번째 문항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실제 직장에서 다음과 같은 상황에 처해있다고 생각하고 답변해주시길 바랍니다. ‘당신은 방금 휴가에서 돌아왔습니다. 답장을 요청하는 이메일이 쌓여있고 여러 동료들도 도움을 요청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다음주에는 중요한 마감 일정이 잡혀 있습니다. 업무를 어떤 방식으로 처리하시겠습니까.’ 만약 이 질문에 ‘우선 이틀 동안 이메일 회신과 동료들을 도와주는 일부터 모두 끝난 후 내 프로젝트에 집중한다’는 답변이 떠올랐다면 '헌신적으로 베푸는 사람‘ 유형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분들은 남의 부탁을 들어주느라 점점 지치게 됩니다. 게다가 필자들은 이 경우, 자신의 생각하는 것만큼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 연구를 주도한 애덤 교수는 2013년 기브 앤 테이크>란 책을 내놓으면서 경쟁에서 이기기보다 남에게 인심 좋게 베푸는데 집중하는 착한 사람들에 대해 기술한 바 있습니다. 이들은 이기적인 성향의 ‘챙겨가는 사람’ 또는 기브 앤드 테이크가 확실한 ‘주고받는 사람’에 비해 조직에 대한 기여도가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베푸는 사람들은 이처럼 조직에서 가장 소중한 인재들입니다. 하지만 남을 돕느라 너무 과도하게 일을 많이 하다가 끝내는 탈진하고 맙니다. 게다가 정작 자신의 업무는 제때 처리하지 못해 퇴근 후에도 더 많은 스트레스와 갈등에 시달리게 됩니다. 베푸는 사람들 유형에 속하는 리더는 서번트 리더로 불리기도 합니다. 여러 IT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 연구에선 CFO들이 ‘우리 회사 CEO는 자신보다 조직의 성공을 더 중요시한다’고 응답한 기업이 다른 기업들에 비해 높은 자산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자기 자신보다 조직을 우선하는 것이 언제나 좋은 결과를 낳는 걸까요. 연구진은 미국의 유아원부터 고등학교에 이르는 다양한 학년의 2년차 교사 400여 명을 대상으로 11개의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 중 하나의 질문은 이와 같습니다. ‘선생님이 기하학 담당 교사라고 가정하겠습니다. 주1회 방과 후 알렉스란 학생에게 기하학 보충지도를 해주기로 자원했는데 갑자기 알렉스가 자기 친구 후안도 함께 지도를 받을 수 없을지 묻습니다. 후안은 선생님의 담당 학생이 아닙니다. 이 경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답변은 a.후안을 위한 방과 후 지도시간을 따로 정한다. b. 알렉스를 위한 기하학 보충수업을 후안이 들을 수 있도록 청강을 제안한다. c. 후안을 돕고 싶은 생각은 기특하나 일단 본인의 학습진도를 맞추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알렉스에게 말한다. d. 후안은 본인의 담당 교사에게 직접 도움을 청해야 한다고 알렉스에게 말한다. 이 때 (a)와 유사한 답변을 자주 선택한 교사일수록 정작 자신이 담당한 학생들의 성적은 낮게 나타났다는 게 이 연구의 중요한 시사점입니다. (a)처럼 답한 이타적인 교사들은 모든 부탁을 들어주려고 하다 스스로 지치고 말았습니다. 모두 선의로 행한 일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가장 중요한 자신의 학생들이 뜻밖의 피해를 본 셈입니다. 이 연구는 여러 분야에서 결국 조직에 가장 지속적으로 보탬이 되는 사람들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사용할 시간도 함께 확보하는 이들이었다는 점을 증명합니다. 그리고 연구진은 사람들이 종종 친절함과 이타심을 혼동하는 실수를 저지른다고 연구진은 주장합니다. 따라서 누군가를 도울 때는 도와주는 사람이 치르는 비용보다 도움을 받는 사람이 얻는 이득이 반드시 커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교사를 대상으로 한 위 설문에서 ‘b. 알렉스를 위한 기하학 보충수업을 후안이 들을 수 있도록 청강을 제안한다’라고 답한 교사들이 이런 경우인데 이들은 남을 돕되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기꺼이 소모하진 않습니다. 이타적이라고만은 볼 수 없는 이런 방식을 택한 교사들은 무리하게 시간과 노력을 동원해 다른 이들을 도와준 교사들처럼 성과가 하락하진 않았습니다. ‘지혜롭게 베푸는 사람들’은 어느 한 가지 부탁을 거절할 때 마다 정말 중요한 다른 부탁을 들어줄 여유를 얻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연구진은 말합니다. 그리고 생산적으로 베풀기 위해서는 도와줄 방법, 시점, 그리고 대상 등 세 가지에 유의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연구진이 정리한 생산적으로 선행을 베푸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호의탈진’에 시달리는 분들이라면 좀 더 천천히 곱씹어볼 얘기들입니다. 첫째, 들어오는 요청의 우선순위를 세우는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부탁을 수락하고 필요하다면 거절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나의 관심사와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남을 돕는 것입니다. 셋째, 도움을 줄 때 지는 부담을 고르게 분배해야 합니다. 도움을 제공할 시간이나 기술이 없을 때는 그럴 수 있는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고 도와줄 사람과 방법을 고를 때는 성별에 따른 편견을 강화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넷째 비행기에서 비상 상황 발생시 내가 먼저 산소마스크를 쓴 뒤 노약자 또는 어린이를 도와주도록 안내받듯, 업무 상황에서도 이런 산소 마스크를 나부터 써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 남도 더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다는 게 연구자들의 조언입니다. 또한 누군가를 도왔던 방법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그 효과를 증폭시키기, 매일 조금씩 남을 돕기 보다는 특정 요일이나 시간을 정해 한꺼번에 돕기, 자기 것을 챙기기만 하는 사람을 알아보는 눈을 키워 이들에게 악용당하지 않기 등이 ‘생산적으로 선행을 베푸는 7계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성별에 따른 편견을 강화하지 않기 위해 유의하기’가 무슨 뜻일지 궁금한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실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예상대로 국가에 상관없이 남성은 챙겨가는 사람들이 많았고, 여성은 이타적으로 베푸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여성들이 남성보다 더 잘 도와줄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에게는 베푼 만큼 공로를 인정해주지는 않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에 연구진은 여성들은 남을 먼저 생각하는 대신 도움의 한계를 정하고, 여성 동료가 있는 남성은 남을 돕고 조언을 해주는 일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또한 조직 역시 남성의 이례적인 선행에는 칭찬을 쏟으면서 힘들고 귀찮은 일을 매일 수행하는 여성들에게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7계명의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린 ‘자기 것을 챙기기만 하는 사람을 알아보는 눈을 키우기’도 자세히 들여다볼 만 한 항목입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베푸는 사람은 안타깝게도 챙겨가기만 하는 이기적인 사람에게 약한 경향이 있습니다. 남을 너무 쉽게 믿고 남의 장점부터 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의 깊게 사람들을 관찰할 수 있기에 마음만 먹으면 이기적인 사람들도 쉽게 감별할 수 있습니다. 남에게 도움을 받는 것은 당연시하고, 성공은 내 덕이고 실패는 남의 탓으로 돌리며, 도움을 받기 전에는 아첨하고 그 후에는 모른척하는 사람들이 바로 이기적인 유형의 사람들입니다. 상대가 이기적인 사람임을 알 수 있는 신호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도움을 요청하는 방식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베푸는 사람은 자기 요청이 상대방의 시간에 부담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딱 5분만 시간을 달라’고 부탁하고 여유가 날 때 답변해달라고 말합니다. 반면 챙겨가는 사람은 느닷없이 연락해 ‘오늘 바로 답변을 달라’고 요청하고, 바로 답이 없으면 다시 재촉합니다. 상대가 챙겨가는 사람임을 알아보는 또 다른 단서는 작은 부탁 다음에 더 큰 것을 바란다는 점입니다. 베푸는 사람들은 도움을 받은 뒤에는 자신도 선행을 베풀려고 하고, 추가적인 도움 요청시 거절해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기적인 사람들은 한 번 도움을 받으면 계속 같은 도움을 요구합니다. 친절함은 결국 타인을 위해 마음을 쓰고 배려하는 것이기 자기 자신을 돌보기를 포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너무나 이타적인 사람들은 스스로를 지치지 않게 보호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결과적으로 나와 남을 돕는 일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자기계발 &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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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6월호
진정한 CEO의 자질은 무엇일까? 02
안녕하세요, 이미영입니다. 앞서 성공한 CEO들이 지닌 4가지 특성 중 2가지, 즉 성공한 CEO는 결단력이 강하면서 동시에 이해관계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는 점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학벌, 외모, 출신, 외향적 성격 등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은 성공한 CEO의 공통된 특성이 아니었습니다. 10여년에 걸쳐
를 수행한 엘레나 리키나 보텔로를 비롯한 연구진들이 2000명의 CEO를 포함해 1만7000명이 넘는 C레벨 임원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성공한 CEO들은 4가지 공통된 특성을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연구진들이 밝힌 나머지 CEO의 성공비결 2가지는 무엇일까요? 성공한 CEO들의 세 번째 특징은 적응력입니다. 이들은 회사 안과 밖의 변화에 주도적으로 적응하며 움직였습니다. 요즘 들어 경제뿐만 아니라 글로벌 정치도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 내 금융기업들의 움직임,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글로벌 기업들의 변화를 예로 들 수 있죠. 그만큼 CEO들은 예상치 못한 변화에 잘 대응해야 합니다. 연구진들의 분석에 따르면 적응력이 뛰어난 CEO들이 성공할 가능성은 6.7배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영컨설팅회사 맥킨지 회장인 노미닉 바턴도 “CEO는 각본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적응할 준비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조언합니다. 특히 성공한 CEO들은 미래의 변화를 감지하고 미리 대응하기도 합니다. 이들은 장기적인 이슈에 대해 절반이나 되는 시간을 할애합니다. 단순히 생각에 그치지 않습니다. 성공한 CEO들은 정기적으로 정보의 흐름과 데이터들을 살펴보고, 변화를 감지해 냅니다. 꼭 경영과 관련한 데이터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이들은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를 감지하고, 미리 대응전략을 구축합니다. 또한 자신이 진행한 일에 차질이 생겨도 크게 당황하지 않습니다. 이를 실패라 여기기보다, 재빨리 수정해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겪는 어려움을 성장의 기회라 여기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파악하고 개선한 후 다른 상황에도 적용했습니다. 분석결과, 일이 잘못됐을 때 실패라고 여기는 사람들은 CEO로서 성공할 확률이 50% 낮았습니다.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오히려 이런 상황을 학습과 성장의 기회로 보는 성향을 스탠퍼드대의 캐럴 드웩은 ‘성장 마인드셋’이라고 불렀습니다. 성공한 CEO들은 이러한 성장 마인드셋을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결과가 좋지 않다면 성공한 CEO라고 말할 수 없겠죠. 성공한 CEO들의 공통된 특성 가운데 네 번째 요소는 ‘신뢰할 만한 성과내기’입니다. 연구진들은 여기서 말하는 성과는 단순히 숫자로 표현되는 실적만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주주를 대표하는 이사회 멤버들과 직원들이 CEO의 성공을 안정적으로 믿을 수 있어야 했습니다. 예를 들어, 연구진이 코칭했던 사이먼이란 임원은 목표 매출 성장률을 2%만 넘겨도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 업계에서 150% 이상 매출을 신장시키며 능력을 인정받았습니다. 그는 이 분위기를 등에 업고 CEO출마를 선언했습니다. 그는 과연 CEO가 됐을까요? 불행하게도 CEO는 다른 이의 차지가 됐습니다. 직원들과 이사진들은 왜 사이먼을 선택하지 않았을까요? 그건 바로 그에 대한 신뢰성 문제였습니다. 사이먼이 지속적으로 어마어마한 실적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지속적으로 예측가능한 실적을 보여준 다른 후보가 더 믿을만한 성과를 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죠. 실제로 연구진들의 조사에 따르면 성공한 CEO후보 중 94%가 약속을 지속적으로 지키는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믿음직한 CEO가 되기 위해선 몇 가지 사전에 실행해야 할 과정이 있습니다. 우선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목표치를 세워야 합니다. 회사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높은 숫자만 내놓는다면 당연히 그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CEO가 된 후 당장 무언가를 하기보다 직원들을 만나고 경영상황을 살피면서 목표 설정 수준을 정해야 합니다. 2012년 스콧 클라우슨은 수처리 기업 컬리진의 CEO가 된 후 기업이 예상했던 실적보다 크게 낮은 수치를 제안해 비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의 분석을 토대로 한 경영목표대로 실천에 옮겼고 목표치보다 높은 실정을 달성하며 신뢰를 쌓았습니다. 물론 신뢰받을 수 있는 경영목표를 세우기 위해선 또 한 가지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조직관리입니다. CEO가 아무리 훌륭하다고 한들 혼자서 모든 일을 할 수는 없습니다. 경영목표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실행할 수 있는 팀을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목표를 하나하나 달성해 나가야 합니다. 신임 CEO들이 조직과 목표에 대한 탐색 없이 나홀로 현실과 부딪히는 실수를 가장 많이 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우리는 성공한 CEO들의 4가지 특성을 살펴봤습니다. 이는 공통된 특성일 뿐 성공한 CEO가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또한 업계의 특성에 따라 필요한 성향과 특성의 조합도 다 다를 것입니다. 예를 들어 IT 업계와 같이 변화가 빠른 곳에서는 CEO의 적응력이 중요하고, 금융업과 같은 분야에선 신뢰감 있는 성과를 내는 CEO의 능력이 중시되겠죠. 분명한 사실은 성공한 CEO들이 지닌 특성이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노력해 도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들의 특성을 파악해 이사진들도 회사에 적합한 CEO를 선별할 수 있는 눈을 기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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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6월호
진정한 CEO의 자질은 무엇일까? 01
안녕하세요, 장윤정입니다. 모든 이들이 CEO를 꿈꾸지만 CEO자리는 쟁취하기도 힘들뿐더러, 유지하기도 쉽지 않죠. 실제로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2000~2013년 포춘 500대 기업 CEO의 약 4분의 1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리에서 쫓겨나야 했습니다. 회사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이사진이 고심 끝에 최고 역량을 가졌다고 생각해서 엄선한 CEO들조차 이렇게 ‘해고’를 당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입니다. 성공할 CEO들을 알아보는 이사회의 감식안에 뭔가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인데요.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10여년에 걸쳐 CEO게놈 프로젝트>를 수행한 엘레나 리키나 보텔로 등 석학들은 하버드비즈니스 리뷰를 통해 우리의 고정관념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합니다. 우리가 이상적인 CEO로 생각하는 조건들이 사실 실제로 높은 성과로 연결되는 자질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지요. 예컨대 미국 기업의 성공적인 CEO라고 하면, 키가 180cm가량 되는 백인남성, 최상위권 대학을 졸업한 카리스마 넘치는 이를 떠올리지만 정작 성공적인 CEO들을 확인해보면 딴판입니다. 실제로 연구진들은 2000명의 CEO를 포함해 1만7000명이 넘는 C레벨 임원들을 특징을 샅샅이 분석했는데요. 그 결과 이사회는 카리스마 있는 외향적인 CEO후보에게 높은 점수를 줬지만, 실제로 우수한 경영성과를 내는 이는 내성적인 사람으로 드러났습니다. 엄청난 학벌도 성과와는 아무 관련이 없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뛰어난 CEO중 단 7%만이 아이비리그 학부를 졸업했으며, 8%는 아예 대학졸업장조차 없었습니다. 고정관념과는 달랐지만, 물론 성공한 CEO들에겐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성공적인 최고경영자들은 바로 특정한 4가지의 행동특성을 가진 경우가 많았는데, 이 같은 행동특성은 그들의 성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이 4가지 특성이 엄청나게 ‘이색적인 특성’은 아닙니다. 하지만 성공적인 CEO들의 경우, 이 행동특성들을 굉장히 일관되게 나타났다는 점에서 큰 통찰을 줍니다. 회사가 위험에 빠졌거나,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긴박한 순간에도 말이죠. CEO를 포함한 고위 임원은 물론이고, CEO를 선발해야 할 이사회, 미래의 스타 CEO를 꿈꾸는 인재라면 이 4가지 특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첫 번째 특성부터 살펴볼까요. CEO는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훌륭한 CEO는 당연히 훌륭한 의사결정을 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연구 결과, 훌륭한 CEO들이 훌륭한 의사결정을 했다는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훌륭한 CEO가 언제나 훌륭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아니란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훌륭한 CEO들은 탁월한 '결단력‘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즉, 그들은 미적미적 거리지 않고 남들보다 빠르게, 확신을 갖고 결정을 내립니다. 불확실성 속에서, 불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심지어 익숙한 영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관되게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입니다. 결단력이 있다는 것은 스마트한 것과는 다릅니다. 흥미롭게도 오히려 지적복잡성을 즐기는 스마트한, IQ최상위대 임원들은 너무 완벽한 해답을 추구하기 때문에 결정을 내리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약점을 노출했습니다. 똑똑하지만 느린 이런 CEO들은 조직의 의사결정을 늦추고, 팀원들을 좌절시킨다는군요. 반면 뛰어난 CEO들은 설령 잘못된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이것이 아무런 결정도 하지 않고 미루는것 보다는 100배 낫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레이하운드를 회생시킨 스티븐 고먼 전 CEO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쁜 결정이 방향성이 없는 것보다는 낫다. 대부분의 결정은 취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PL상품업체 비전을 이끄는 또 다른 CEO 제리 보 역시 “65%의 확신만 있으면 결단을 내려야한다”고 조언합니다. 성공적인 CEO들은 이처럼 엄청난 결단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결정을 내리지 말아야 할 때도 잘 가려냅니다. 애로우 일렉트로닉스 전 CEO인 스티븐 코프먼은 의사결정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빗발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땐 잠시 의사결정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자신이 아니라 조직의 하단부에서 결정이 내려져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일주일 또는 한달 정도 결정을 늦출 시 중요한 정보를 새로 얻을 가능성은 없는지 고려해봐야 한다는 얘기죠. 이처럼 성공하는 CEO들은 강한 결단력을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의사결정을 독불장군처럼 밀어붙이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성공적인 CEO의 두 번째 특징은 관계 맺기에도 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이해관계자들을 폭넓게 아우르며, 성과와 가치창출을 위해 사람들과 손을 잡습니다. 이렇듯 결과를 우선시하며 능수능란하게 이해관계자들과 좋은 관계를 맺은 CEO들은 75% 가량 더 성공적으로 주어진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의 CEO매들린 벨의 경우를 살펴볼까요. 매들린 벨은 언제나 큰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꼭 협조를 받아내야 할 핵심인물들로 구성된 이해관계자 지도를 작성합니다. 그리고 반대하는 사람과 그들이 우려하는 바를 알아낸 뒤, 그들의 마음을 어떻게 돌릴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벨과 같은 CEO들은 이해관계자들과 만날 때 자신들의 기분과 몸짓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예민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사실 CEO들의 의도치 않는 표정이나 헛 나온 말의 파급력은 엄청납니다. 만약 CEO가 부하직원의 프레젠테이션 도중 허리가 아파서 잠시 얼굴을 찡그렸다하더라도, 부하직원은 밤새 프레젠테이션 내용 중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걱정하게 됩니다. 성공적인 CEO들은 항시 평정심을 잃지 않고, 유지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단, 이렇게 관계를 중요시한다고 해서 이들이 인기를 의식해 ‘쓴 소리’를 피한다거나 자신의 팀만 챙기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인기를 의식하는 모습은 성과가 좋지 않은 CEO들에게서 발견됩니다. 성공한 CEO들은 대신 팀이 성공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심어줌으로써 동료들의 지지를 얻습니다. 경영목표를 위해서는 갈등도 피하지 않습니다. 필자의 분석에 따르면 관계 맺기에 능숙한 CEO들의 3분의 2는 갈등관리를 잘한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인기에 연연해 관계를 맺는 게 아니라 성과를 위해 갈등을 적극적으로 조정하고, 관여하는 것이 이들의 ‘관계 맺기’ 방식입니다. 빠르고 자신감 넘치는 의사결정, 성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적극적인 관계 맺기. 뛰어난 CEO들에게서 나타나는 4가지 특성 중 2가지를 먼저 살펴봤습니다. 다음 편에서 성공한 CEO들의 4가지 행동특성 중 나머지 2가지 특성을 설명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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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6월호
블록체인,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안녕하세요, 장윤정입니다. 미래 유망 기술을 얘기할 때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블록체인입니다. 미래의 금융 및 핀테크 보안 기술로 전 세계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이 사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구요, 한국에서는 2017년 하반기부터 블록체인을 활용한 공인인증 수단이 등장하기 때문에 더욱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기술이길래 수많은 사람들이 열광하고 그 잠재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을까요. 마르코 이안시티 하버드대 교수 등이 경영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블록체인에 대한 내용을 담은 아티클을 HBR에 기고했습니다. 블록체인이 과연 비즈니스에 혁명을 불러올 수 있을지, 하버드경영대학원 석학의 진단과 전망을 자세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블록체인은 2008년 10월 비트코인이라는 가상화폐를 통해 처음으로 소개됐습니다. 과거 화폐는 발행 기관이 따로 존재했습니다. 달러는 FRB, 원화는 한국은행이 발행기관입니다. 카카오톡의 ‘초코’나 싸이월드의 ‘도토리’도 사이버상에서 화폐 역할을 했지만, 명확한 발행 기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블록체인 기반의 비트코인은 화폐 발행, 소유권 이전, 거래확정 과정이 중앙기관 혹은 중개기관을 통하지 않고 이뤄진다는 게 가장 중요한 특징입니다. 블록체인은 한 마디로 개방적인 분산형 ‘거래 장부’입니다. 특정 기관이 데이터나 정보를 지배하는 게 아니라, 모든 거래 당사자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으며, 중재자 없이도 거래 상대의 기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가 B에게 송금을 했다면 관련 정보가 특정 블록 형태로 온라인에서 생성이 됩니다. 이 정보는 네트워크상의 모든 관계자들에게 전송이 이뤄집니다. 해당 정보는 참여자들의 검증이 이뤄진 후 블록체인, 즉 블록들 간의 사슬 중 하나로 저장됩니다. 그리고 실제 송금이 이뤄지면 거래가 완료됩니다. 이 기술의 가장 큰 특징은 위조나 변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오프라인 지불 수단인 현금은 오랜 역사를 통해 위변조가 이뤄져 왔구요, 온라인 거래도 해킹 등을 통해 거래 기록을 위변조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거래장부가 자동으로 복제돼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려면 모든 이해관계자의 장부를 위조해야 합니다. 현실에서 이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또 블록 체인은 마치 레고 블록처럼 차곡차곡 쌓이면서 거래 정보가 축적됩니다. 따라서, 만약 A와 B의 거래가 이뤄지고 난 후 만약 10개의 거래가 추가로 이뤄졌다면, 나중에 거래됐던 10개의 기록을 모두 바꿔야 비로소 A와 B의 거래를 바꿀 수 있습니다. 소유권을 증명하거나 이전하는 제3의 중재자가 필요 없이도, 사실상 위변조를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혁신적인 개념의 기술입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업계에 큰 지각변동이 예상됩니다. 예를 들어 ‘공증’과 같은 거래 확인 관련 비즈니스가 직접적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공증 시장이 한 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또 금융거래 외에도 도든 결제, 과업지시, 프로세스, 확인, 저장, 공유 등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변호사, 중개인, 은행원, 증권예탁원 등 수많은 중개 비즈니스 모델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과연 블록체인 기술이 얼마나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요? 이안시티 교수 등은 블록체인 기술이 어떻게 자리잡을지 이해하지 못하고 무턱대고 덤벼들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사업적 의사결정에 앞서 제대로 기술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무엇보다 블록체인은 싼 값에 높은 품질로 기존 산업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파괴적 기술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대신, 인터넷처럼 다양한 정치, 경제, 사회적 변화를 가져오는 기반기술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즉, 인터넷처럼 분명히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는 기술임에는 분명하지만, 사회 기반시설로 스며들기까지 수십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즉, 점진적 변화를 가져온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대처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기반기술인 인터넷 기술이 어떻게 자리 잡았는가를 살펴보면, 블록체인의 미래도 조망할 수 있습니다. 1972년 소개되었을 당시 TCP/IP(전송제어 프로토콜/인터넷 프로토콜)는 단일 용도로 사용됐습니다. 미 국방부 아르파넷에서 연구자들이 이메일을 교환하는 기반을 제공한 것입니다. 사전에 회선을 연결하지 않고도 정보를 디지털로 전환해 전송할 수 있게 한 이 기술은 혁신적이었지만 업계에서는 TCP/IP를 회의적으로 바라봤습니다. 그러나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TCP/IP를 사용했고 1990년대 월드와이드웹의 등장으로 순식간에 대중화됐습니다. 넷스케이프 등 인터넷 브라우저들이 생겨나고 야후 등 검색 엠진들이 탄생했습니다. 이렇듯 기반이 다져지자 신세대 기업들은 기존 비즈니스를 대체할 강력할 인터넷 서비스를 창조했습니다. 아마존은 어떤 오프라인 서점보다 많은 책을 상품으로 내놓았고, 프라이스라인과 익스피디아는 항공권 구매를 더 쉽게 만들었습니다. 더 나아가 구글, 이베이 같은 혁신기업이 쏟아졌습니다. TCP/IP가 궁극적으로 경제구조를 바꿔놓기까지 3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렇다면 블록체인이 세상을 바꾸는 데 몇 년이 걸릴까요? 기반기술을 활용한 비즈니스가 발전하는 데는 두 가지 요소가 영향을 미칩니다. 일단 첫 번째는 생소함입니다. 생소함이 클수록 사용자들이 그것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이해시키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또 다른 요소는 복잡성이죠. 복잡성이 클수록 생태계 창출을 위해 더 많은 이해당사자들 간 조율이 필요합니다. 이 두 가지 요소를 기준으로 이안시티 교수 등은 기반기술 발전단계를 크게 4가지로 나눴습니다. 일단 생소하지도 않고 조정도 별로 필요 없는 ‘단일용도’ 단계가 있습니다. 초기 아르파넷에서 제한적으로 TCP/IP기술을 적용해 도입한 이메일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사용자가 많지 않아 조율이 필요 없고, 기존 우편과 본질적으로 유사한 서비스여서 생소함도 적었습니다. 비트코인의 경우 블록체인 기술을 지불 수단으로 국한해 도입했다는 측면에서 단일용도로 사용된 사례입니다. 두 번째 사분면은 생소함은 크더라도 사용자 수가 제한적이라서 도입을 촉진하기가 비교적 쉬운 단계입니다. 이 단계는 ‘제한적 용도’라고 이름을 붙였는데요, 특정 조직이나 단체에서 제한적 목표로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게 이 단계입니다. 실제 나스닥의 경우 블록체인 기반으로 금융거래를 처리하는 기술을 도입하고 있는데. 이런 경우가 제한적 활용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 다음 단계는 ‘대체’입니다. 생소하지는 않지만, 사용자가 많아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조율이 필요한 단계입니다. 아마존의 온라인 서점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오프라인 서점과 유사한 서비스여서 생소하지는 않지만, 이해관계자들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조율의 필요성이 대단히 높은 단계입니다. 대중을 대상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상품권 발행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이 단계를 거쳤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단계는 다수 소비자들의 행동 패턴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거나, 많은 어려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실제로 MIT의 비트코인클럽에서 학생들 4494명에게 100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지급했다고 합니다. 흥미롭게도 그 중의 30%의 학생은 그 공짜 돈을 사용하는데 필요한 등록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등록한 학생의 20%는 불과 몇 주 만에 비트코인을 현금으로 바꿨습니다. 첨단 기술에 가장 잘 적응할 것 같은 MIT학생들조차 비트코인을 어떻게, 어디에 사용해야할지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생소함도 크고, 조율의 필요성도 큰 단계가 있습니다. 이 단계는 ‘혁신’이라고 이름붙였는데요, 이 단계에서 성공하면 사회의 근간이 바뀝니다. 만약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계약’이 활성화된다면 사회 전반에 혁명적 변화가 일 것입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쌍방이 거래에 합의하면 자동적으로 결제가 실행되고 화폐나 자산이 이전됩니다. 예컨대 스마트 계약이 현실화되면, 직원들이 복잡한 대금 지불절차를 밟지 않더라도 화물이 도착하자마자 공급업체에 자동으로 대금 지불이 이뤄집니다. 그렇다면 경영진들은 각자의 조직을 위해 블록체인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필자들이 제시한 틀을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경우 단일용도 적용물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생소하지 않고 제3자와 조율할 일도 적기 때문에 위험이 최소화되지요. 예를 들어 결제방법의 하나로 비트코인을 추가하면 쉽게 블록체인 역량을 쌓아나갈 수 있습니다.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택할 수 있는 다음 단계는 제한적 용도의 적용물입니다. 기업들은 제한적 용도의 블록체인 적용물을 통해 구체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미 기업들은 복잡한 공급망을 거쳐야 하는 품목을 추적할 때 블록체인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다이아몬드 업계에서는 광산에서부터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다이아몬드의 위치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추적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대체용 적용물을 개발하는 일은 신중해야 합니다. 기존 솔루션을 밀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많은 준비와 치밀한 고려가 필요합니다. 또 아직까지 혁신적인 적용물 관련 비즈니스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입니다. 이런 과제는 다소 먼 미래의 사업 아이디어로 분류하는 게 좋습니다. 블록체인도 인터넷과 같이 진화를 거듭할 것입니다. 인터넷을 모르고 비즈니스 하기 어려운 시대인데요, 앞으로 블록체인을 모르고 비즈니스 하기 어려운 세상이 올 것입니다. 다만, 이런 변화가 올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그렇다고 준비 없이 기다리는 것은 위험합니다. 단일 용도와 제한적 용도로 활용하면서 기술을 이해하고 익혀야 합니다. 특히 블록체인이 큰 영향을 끼칠 금융회사라면 대체 모델까지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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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2월(합본호)
‘나와 너무 다른 그들’과 함께 성과 내려면?
안녕하십니까, 휴먼솔루션그룹 김한솔입니다. 우리는 항상 ‘나와 너무 다른 사람들’을 만납니다. 그리고 그 관계 속에서 크고 작은 부딪힘이 생기죠. 당연한 얘기지만, 사람은 다 다르니까요. 하지만 참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 당연한 걸 자꾸 잊어버립니다. 그래서 갈등도 생기죠. 특히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모인 조직에서는 더 그렇죠. 그런 의미에서 ‘팀의 궁합’에 대해 다룬 HBR의 논문은 ‘나와 다른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 큰 의미를 줍니다. 새롭고 창의적인 생각에 열광하는 개척자, 협력과 소통에 치중하는 통합자, 저돌적으로 목표 달성에 집착하는 조종자, 체계적 질서 유지와 일관성을 중시하는 수호자 등 4가지 대표적인 성격 유형을 ‘조직 내’에서 나타날 수 있는 행동 중심으로 풀어낸 덕분이죠. 게다가 성격 유형별 장점을 살려 좋은 성과를 얻었다는 관리자들의 ‘고백’을 읽고 나면, 당장이라도 이를 활용해 보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막상 실행해 보려면 막막하기도 합니다. 대체 개인의 특성을 어떻게 파악해야 하나, 싶으니까요. 개척자, 통합자, 조종자, 수호자라는 4가지 패러디임을 활용해서 팀워크를 공고히 하고, 더 높은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2가지 팁을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첫 번째 방법입니다. 자, 여러분 앞에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다면, 어떻게 행동하시죠? 상대가 뭘 좋아하는지, 요즘 관심사는 뭔지, 무슨 이야기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지, 이런 시시콜콜한 것까지 관심을 갖지 않으시나요? 그리고 그것에 자기 자신을 맞추죠. 갑자기 연애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조직 내 인간관계에서도 이런 마음가짐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아, 그렇다고 직원들끼리 연애하란 얘기는 아닙니다. 자신의 본 모습을 버리고 아부하라는 것도 아닙니다. 상대에 대한 개인적 관심을 통해 ‘업무적 특성’을 파악해 두라는 뜻입니다. 어차피 일은 각자가 하는 건데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친해지는 게 뭐 그리 중요하냐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건 단순히 친하고 안 친하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바로 이게 조직의 성과와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1>을 국민 예능으로 만들고, <꽃보다’ 시리즈>, <삼시세끼> 등으로 연예인보다 더 유명해진 나영석 PD가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어느 작가가 있는데 굉장히 트렌디하고 20대를 대변하는 코드를 확실히 가지고 있다고 치자. 회의 중에 20대에 관련된 아이디어가 나오면 난 그 작가의 표정을 살핀다. ‘쟤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지? 지루해하나? 아님 반짝반짝 관심을 나타내나?’ 그들의 진짜 속마음을 휙휙 지나가는 반응이나 표정에서 읽어야 한다. 그것을 판단의 근거로 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평소에 스태프들의 캐릭터를 파악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자, 아직도 상대에게 관심을 갖자는 게, 단지 ‘친해져서 마음 편하게 일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시나요? 나 하나 잘나서 조직을 성공시키긴 어렵습니다. 그리고 조직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나의 성공 역시 멀어집니다. 결국 함께 뛰는 구성원들이 얼마나 ‘서로의 입장에서’ 뛰어 주느냐가 핵심입니다. 그러려면 일단 알아야 합니다. 나를 성공으로 이끌어 줄 구성원들이 어떤 사람인지. 그러기 위해서는, 충분히 봐야 합니다. 두 번째 방법은 ‘의도적인 정보 공유’입니다. 어떤 정보일까요? 바로 ‘건드려서는 안 될 무엇’입니다. 이를 역린, 이라고 하죠. 쉽게 말해 ‘상대를 욱하게 하는 딱 하나’는 정확히 알고 있자는 뜻입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정보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갖고 있는 제한된 정보 안에서 상대를 판단하죠. 그러다 보면 상대의 행동을 해석하는 데에 왜곡이 생기고, 이게 쌓여 갈등이 커집니다. 하지만 ‘공통된 정보’가 있다면 그 빈도는 줄어들겠죠. 만약 상대에 대한 정보를 몰랐다면 ‘이게 저렇게 화 낼 일인가? 왜 저러지?’라고 생각했을 일이, ‘아, 저 사람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라는 인식의 전환이 나타나는 겁니다. 그래서 귀찮고 힘들더라도, ‘의도적인’ 정보 공유를 통해 정보의 비대칭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많은 회사가 ‘조회’를 하고, ‘정기 회의’를 열죠. 필요한 겁니다. 여기서 한 발만 더 나가 보죠. 그게 바로 ‘개인’에 대한 정보 공유의 시간입니다. 최소한 ‘무엇이 나를 힘들게 하는지’는 공유하자는 의미입니다. 상대에 대한 작은 ‘정보’ 하나가 큰 갈등을 막아줄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죠. 여기까지만 얘기하면, 조직의 많은 리더들은 고민합니다. 개인의 특성에 관심을 갖는 것, 좋죠. 건드리면 안 되는 영역을 아는 것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개성을 어디까지 맞춰줘야 하는 걸까요? 특성이 제각각인 사람들을 한 방향으로 이끌면서 ‘조직력’을 극대화해야 하는 리더 입장에선 고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리더는 우리 조직 만의 업무 가치, 즉 ‘워크웨이 (Work way)’를 만들어야 합니다. 일을 할 때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야 하는 약속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보죠. 우리 팀의 강 과장은 완벽주의자입니다. 그가 제출하는 보고서의 수준은 상당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매번 하루 이틀, 마감일을 넘깁니다. 자, 당신이 강 과장을 평가해야 하는 리더라면 어떤 점수를 주시겠습니까? 또 다른 경우를 생각해 보죠. 박 과장은 무슨 일이든 부딪혀 가면서 문제를 풀어가길 원합니다. 그리고 상상하지도 못했던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갖고 올 때도 많죠. 하지만 새로운 것에만 집중하다 보니 완결성이 떨어질 때가 많습니다. 자, 이런 박 과장을 평가해야 한다면요? 쉽지 않은 질문입니다. 그래서 팔이 안으로 굽듯, 많은 경우 ‘나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에게 정이 갑니다. 하지만 조직에서 정으로 판단해선 안 됩니다. 이때 필요한 게 바로 ‘워크웨이’입니다. 쉽게 말해 조직원들이 예외 없이 지켜야 하는 원칙과 기준인겁니다. 여기에 좋고 나쁘고는 없습니다. 우리 팀이 처한 상황, 조직에서 기대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약속을 미리 정하면 되는 겁니다. 만약 우리 팀이 새로운 마케팅 툴 개발 같은, 도약을 위한 시도를 해야 하는 영업 부서라면 ‘도전적 업무 태도’가 필요하겠죠. 반대로 숫자를 다루는 부서라면, ‘시간 준수’ 등 꼼꼼한 태도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에 따라 구성원을 평가해야 합니다. 이것은 리더의 특성보다도, 구성원 누군가의 개성보다도 앞서야 합니다. 중요한 건 사전에 이를 조직원들과 충분히 공유해야 한다는 겁니다. 자, 나와 너무 다른 성격 유형의 구성원과 함께 일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계신가요? 답을 찾기 전에, 스스로에게 한 번 물어보시죠. 여러분은 함께 일하는 동료의 관심사를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상대가 예민하게 생각하는 건 뭔가요? 우리 조직은 모두가 지켜야 할 업무 가치가 있습니까? 이 질문에 명쾌하게 답을 할 수 있다면, 이미 충분한 준비가 되신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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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3월호
CEO는 가만히 앉아있는 자리가 아니다. 관념의 틀을 깨라!
안녕하세요, 김현진입니다. 오늘은 CEO가 말을 줄이고 질문을 더 많이 해야 하는 이유’와 그 방법을 밝힌 하버드비즈니스리뷰 기고문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MIT슬론 경영대학원의 혁신 및 리더십 전공 교수 할 그레거센은 ‘CEO버블’이란 말로 CEO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운 ‘소통’ 이슈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한 기업을 이끄는 CEO의 가장 중요한 책임은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어떤 중대한 변화가 필요한지 인식하는 것입니다. CEO는 의무와 권한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특별한 위치 때문에 자신의 믿음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곧 다가올 위기나 기회를 인지할 정보를 얻는데 있어 고립될 가능성도 크다는 점이 함정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아이디어나 정보에서 고립되는 ‘버블’을 뚫고 나올 수 있을까요 인도의 대표 정보통신(IT)기업 인포시스의 공동 창업자 난단 닐레카니는 “경영자들은 스스로를 좋은 소식들로 가득한 누에고치 속에 가둘 수 있다”고 말합니다. 모든 사람이 “아무 문제없이 모든 일이 잘되고 있다”고 말한 바로 다음 날 모든 것이 잘못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CEO의 권한과 위치 때문에 생긴 ‘CEO버블’을 기업 내부에서 뚫지 못할 정도라면 조직 외부에서 ‘빨간 불’이 켜졌음을 알리는 경고 신호가 울리더라도 이 버블을 통과하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필자인 그레거센 교수가 지난 몇 년간 기업 최고위층을 상대로 약 200회 이상 인터뷰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이런 소통의 문제를 겪지 않은 CEO를 만난 적은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성공한 혁신 기업의 리더일수록 이런 문제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만 합니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저스는 “집무실에 갇혀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다면 이를 벗어날 방법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합니다. 성공하는 리더들은 이처럼 아주 이례적인 상황을 의도적으로 찾으려고 합니다. 익숙한 곳에서 벗어나는 모험을 감행하면서 그 과정 속에서 도전적인 질문을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예상치 못한 위험과 관련해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일'은 대개 통찰력 있는 질문을 통해 밝혀낼 수 있다고 필자는 설명합니다. 예컨대 인터넷 환경이 전 세계 경제를 재편함에 따라 GE의 경영진은 100년 넘게 생산에만 집중해온 회사가 어떻게 하면 디지털 스타트업 시대에 어울리는 사업들을 더 많이 찾을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GE에는 ‘자기 성찰의 순간’에 필요한 근본적인 질문을 권장하는 기업 문화가 있었고, 그 덕에 제프 이멜트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창의적인 질문을 던지는 통찰력을 갖출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통찰력을 갖기 위한 출발점은 무엇일까요. 먼저 광범위한 분야의 다양한 구성원들을 접하고, 상대방이 접근하기 쉬운 자세를 보이며, 이들이 발언할 수 있게 장려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온라인 증권 거래 업체 찰스 슈와브의 CEO월트 베팅거는 이를 위해 직원과 애널리스트, 고객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을 정기적으로 만나 “만약 당신에 제 자리에 있다면 어떤 일에 집중하겠는가”라고 묻는다고 합니다. 예측할 수 없고, 겪어보지도 못한 기회나 위협요소를 찾아내기 위한 ‘열린 질문’인 셈입니다. 또한 본사에서 벗어나 현장을 수시로 방문했습니다. 자신의 가장 큰 과제가 ‘회사 내에서 고립 상태에 빠지지 않는 것'이라고 직원들에게 강조하고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입니다. 또 중간관리자들이 정보를 숨기거나 좋은 말로 포장을 하지 않도록 “완전히 망가진 부분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을 포함해 관찰해야 할 5가지 분야를 제시하면서 이 분야들에 대한 ’잔인하리만치 솔직한 보고서‘를 한 달에 두 번 제출하라고 요구합니다. 또한 중간관리자들도 자신이 이끄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같은 방식을 시행하도록 촉구합니다. 심지어 그는 실상을 면밀히 파악하는 사고방식이 회사 내에서 문화로 굳어질 수 있도록 중요한 문제를 제시한 몇몇 직원들을 샌프란시스코 본사로 초청하기도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급속도로 성장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업 중 하나로, 뉴질랜드에 본사를 둔 ‘지로’의 창업자 로드 드러리는 기업 내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전체 직원들이 대화에 참여하도록 유도합니다. 그는 이 공간에서 다른 직원들의 게시물을 검토하는 일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전략과 시장 정보를 직원들과 공유하기도 합니다. 또 게시물을 통해 신입사원까지도 질문이나, 기업 전략에 대한 반대 의견을 자유롭게 올릴 수 있게 했습니다. 기업의 이사회는 최고경영자들에게 자신 있게 옳은 결정을 내리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성공하는 경영자는 오히려 자신의 의사결정이 잘못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사람들입니다. 성공한 경영자가 남들보다 빨리 잘못된 의사결정을 인식하고 조정하는 반면, 실패하는 경영자는 잘못된 결정에 집착하고 자신이 옳았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설득하려고 노력한다고 성공적인 CEO들은 입을 모아 말합니다. 그레거센 교수가 정리한 ‘나는 CEO버블에 갇혀 있는지’ 감별하는 질문 리스트를 보면, 잘못을 발견하는 방법을 미리 익힐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CEO에게 직접 보고하기 위해 직원들은 얼마나 많은 장벽을 넘어서야 하나 △일주일 근무시간 중, CEO사무실이나 본사를 벗어나 보내는 시간이 어느 정도인가 △ 마지막으로 실수를 했을 때 얼마나 신속히 그 사실을 발견했는가, 그에 따라 얼마나 빨리 방향을 수정했나 △자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직원들과 얼마나 자주 대화하는가, 불편함을 느끼게 만드는 곳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는가 △자신의 질문에 상대방이 대답할 수 있도록 3초 이상 침묵을 유지하며 기다리는 경우가 얼마나 자주 있나 △자신의 도발적 질문이 조직의 일부분을 급격히 변환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한 적이 마지막으로 언제였나 등을 자문하다보면 자신이 일상 업무 속에서 중요한 아이디어와 정보로부터 고립돼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쁜 소식을 감지할 수 있는 소통 능력을 갖추는 일은 비단 CEO뿐 아니라 관리자 모두에 해당되는 덕목일 것 같습니다. 높은 자리로 갈수록 ‘불편한 진실’에서 멀어질 위험이 점점 높아지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솔루션 업체 SAP의 CEO빌 맥더멋의 조언처럼 조직의 최상층에서 가장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어려운 상황을 받아들이고 올바른 질문을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이들이란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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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3월호
멀리 내다보는 경영02
안녕하세요, 조진서입니다. 오늘은 ‘멀리 내다보는 경영’에 대해 얘기하는 두 번째 시간입니다. 지난 상편에서는 하버드경영대학원 조지프 바우어 교수와 린 페인 교수가 HBR에 발표한 논문을 소개해드리고, 특히 ‘기업 실체 이론’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오늘은 이것을 한국적 현실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상편을 보시지 않은 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쉽게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우선 지난 시간 요약을 해보죠. 그동안 많은 사람들은 주주가 기업의 주인이며 기업임직원은 주주의 명령을 받고 일하는 대리인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법적으로 볼 때 근거가 부족합니다. 기업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법적 실체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이른바 기업 개체 이론이 요즘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주주는 기업의 주인이 아니라 자본공급자에 불과하고, 경영자는 주주의 대리인이 아니라 수탁인으로서 재량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리인 이론이 옳으냐, 기업 개체 이론이 옳으냐를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나라마다, 기업마다, 또 시대에 따라 사람들이 기업에 부여하는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대리인이론과 주주자본주의가 힘을 받았던 70~80년대 미국에서는 그게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구요, 2010년대에 기업 개체 이론이 조명을 받기 시작한 것 역시 나름대로의 필요성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기업 개체 이론에 좀 더 무게를 실어주게 됩니다. 세계 최초로 주식이 공개적으로 거래된 회사는 1602년 창립된 네덜란드동인도회사인데요, 이 회사나 다른 초기 주식회사들은 대부분이 국가 경제발전 사업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해외 식민지 운영, 철도 부설, 운하 건설, 대륙간 무역처럼 장기간 많은 돈의 투자가 필요하고 또 리스크도 높아서 일개 개인 사업자가 하기 힘든 일들을 하기 위해서, 정부 주도로 차터, 즉 정관을 허가해주는 것입니다. 초기 주식회사에서 대부분의 주주는 자본을 대는 사람일뿐이지 경영에 개입하지는 않았습니다. 일례로 네덜란드동인도회사는 처음 10년간은 주주에게 배당도 주지 않았고 재무제표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주주들이 주식을 언제든 사고 팔수 있는 자유권을 주고 또 증권거래소라는 판을 깔?팁?것이죠. 한국 역시 포항제철, 한국전력 같은 일종의 국영사업체가 초기의 주식거래를 선도했는데 이들 역시 국가 경제개발계획의 일부였습니다. 주식 소유권은 민간에 있어도 경영은 국가가 했죠. 주주의 권리는 20세기 들어서 강화됐습니다. 대규모 국가 인프라 사업뿐 아니라 작은 규모의 소비재 사업을 영위하는 주식회사들도 많아지면서 민간 주주 특히 금융자본의 힘이 세졌습니다. 미국의 신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1970년 뉴욕타임스 매거진에 기고한 글이 유명합니다. 이 글에서 프리드먼은 주주가 법인의 소유주이며 경영자는 주주의 대리인이다, 그리고 법인 자체에는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 의무가 없다고 묘사했습니다. 뭐 사회에 좋은 일을 하고 싶으면 그건 주주가 알아서 할 일이지, 법인은 주주에게 돈을 벌어주는 데에만 집중하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까지 이런 주주자본주의가 금과옥조로 받아들여지게 됩니다. 2008년의 금융위기 이후 영미권에서는 주주자본주의에 대한 비판론과 반성론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미국식 주주자본주의가 확립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아시다시피 한국의 대기업들은 대부분 재벌가문의 지배권 아래 있고 혹은 정부가 경영진을 임명합니다. 일부 재벌 기업의 경우 창업자 가문의 보유 지분율은 높지 않은데도 경영권은 독점적으로 행사를 하다보니, 소액주주들의 항의를 받기도 하고 때로는 해외 투기자본과 행동주의 펀드들의 공격을 받기도 합니다. 과거 SK그룹과 또 삼성그룹이 그런 해외 펀드들의 타깃이 된 적이 있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서울대 경영학과의 김우진 교수가 HBR한국어판에 바우어 페인 교수의 기업 개체 이론에 대한 반론을 제시했습니다. 김우진 교수는, 기업 개체 이론을 한국에서 여과 없이 받아들일 경우 소액주주들의 권리 행사를 방해할 수 있고 재벌 가문의 경영권 독점을 옹호하는 논리로 쓰일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아직 한국 기업들은 일반 주주들의 권리조차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는데, 여기서 기업 개체 이론까지 적용하자는 건 너무 앞서간다는 것입니다. 김 교수는 또한 주주들의 재산권을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어느 벤처캐피탈리스트가 혁신적인 기업에 투자를 할 것이냐고 묻습니다. 더 나아가, 4차 산업혁명과 같은 큰 변화를 직면하고 있는 시점에서 월급 받고 일하는 경영자보다는 본인의 돈을 투자한 사업가, 앙트리프리너가 좀 더 절박함을 갖고 변화에 잘 대처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제시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과연 한국에서 기업 개체 이론은 시기상조이며, 일단은 미국이 70~80년대 그랬던 것처럼 모든 주주들의 권리를 찾는 데에 먼저 집중해야 할까요? 저는 이에 대해 좀 유보적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솔직히 바우어/페인 교수의 이론에 더 끌리는 입장입니다. 김우진 교수 말처럼 한국만의 특수성은 있지만, 한국의 기업 역시 근본적으로는 주주 개인들과는 분리되는 하나의 실체로 인정받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직 한국의 주주자본주의가 영미권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해서 꼭 거기 먼저 도달한 다음에 다음 단계로 진화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다 아시겠지만, 개인사업자로 사업을 하는 것과 법인으로 사업을 하는 것의 차이가 있죠. 바로 내 돈과 회삿돈을 분리해서 취급한다는 것입니다. 애초에 법인이라는 제도, 유한책임제라는 제도가 도입된 것부터가 법인과 주주의 책임을 구분하려는 목적입니다. 이것은 미국이든 한국이든 다를 바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바우어 페인 교수가 지적하는 것처럼 현대 금융자본주의의 폐해는 미국이든 한국이든 똑같이 경험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밀리세컨드 단위로 주식의 손바꿈이 일어나고 주식거래 대부분이 증권업자들의 손에서 일어나는 마당에, 여전히 ‘기업의 주인은 주주’라는 흘러간 유행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필요하다면 중간단계를 생략하고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자본주의의 모습으로 직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정답은 없습니다. 기업의 목적과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원래 모든 철학이나 법체제는 논쟁으로 발전하고 진화하는 것이죠.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습니다. 미래에는 법인의 역할이 더 커질 것입니다. 자본주의 종주국인 영국의 경우 향후 4,5년 안에 법인의 수가 자연인, 즉 시민의 수를 넘어설 것이라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매년 신설되는 법인 개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개인사업자들의 영역으로 생각됐던 부동산 전월세 시장까지도 이제 법인들의 활동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자율주행차나 로봇과 같은 미래 기술에 법인 제도가 적용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법인은 이미 하나의 로봇이나 다름없습니다. 상주하는 직원이 ?毬さ?없이 컴퓨터 프로그램만으로 금융투자를 하는 페이퍼 컴퍼니의 경우는 이미 하나의 로봇이라고 볼 수 있겠죠. 자율주행차와 같은 영역에도 법인 제도가 도입될 수 있지 않을까요?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내더라도 소유자의 법적인 책임과 분리해서 따질 수 있게 도와줄 것입니다. 지금까지 두 편에 걸쳐서 ‘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 또 ‘멀리 내다보는 경영을 위한 지배구조는 무엇인가’에 대해 정리해드렸습니다.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며 얘기하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네요. 당장 물건 하나 더 파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얘기였지만, 우리가 다니는 회사라는 것이 과연 본질적으로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셨기를 바랍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면 HBR에 실린 바우어 페인 교수의 글, 또 김우진 교수와 저의 글을 찾아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재무회계 &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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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5월호
내 선행의 가치를 올바로 인정받는 법 外
호의 탈진을 다룬 패키지 기사의 일환으로 준비한 HBR 웨비나에서는 일터에서 선량한 시민 역할을 할 때 치르는 대가를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가 오 갔다. 시청자들이 제시한 여러 좋은 질문을 시간 부족으로 다루지 못했는데, 자주 언급된 항목을 아래 지면에 수록한다. 한 팀을 이뤄 일할 때는 베푸는 사람, 챙겨가는 사람, 주고받는 사람의 행위를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얼마 전 워크숍 참가자 중 한 명이 렙에게 “제가 팀원의 일을 도와주면 그건 선행이 아니라 업무상 당연한 일이 아니냐”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팀마다 시민행동[3]의 기준이 제각기 다르고, 항상 남을 돕기 위해 더 노력하는 이들은 효율적인 팀 운영에 남들보다 더 많이 기여를 하게 마련입니다.
운영관리 & 전략
매거진
2017. 6월호
제대로 선행하는 법을 아는 리더들 外
몇 년 전 마거릿 배럿은 인텔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로부터 와튼스쿨의 애덤 그랜트 교수가 쓴 <기브 앤 테이크> 한 권을 받았다. 이 책은 배럿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배럿은 평소 배려심이 많기로 소문난 사람답게 중간에 끼워진 책갈피를 발견하고는 동료에게 ‘마저 읽고 다시 빌려달라’고 했다. 그러자 그는 두 손으로 다시 책을 돌리며 “아니, 당신이 꼭 읽어야 해”라고 말했다. 그렇게 책을 읽기 시작한 배럿은 동료의 뜻을 깨달을 수 있었다. 갑자기 자신과 가족, 친구, 동료들과의 인간관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리더십 & 인사조직
매거진
2017. 6월호
호의 탈진을 막아라
일터에서 이타심을 발휘하다 보면 지치기 일쑤다. 그리고 정말 돕고 싶어했던 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보다 효과적으로 타인을 위해 시간을 할애하고 전문 지식을 나누는 방법을 알아보자. 전 세계 리더들이 청년들에게 조언할 때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메시지가 있다. 바로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라’는 것. 미국의 여러 대학교 졸업식 축사를 분석한 한 연구에서도 모든 연설의 거의 3분의 2가 이 메시지를 핵심 주제로 다루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자기계발 & 운영관리
매거진
2017. 6월호
“아픔을 인정하는 것이 회복의 시작입니다”
셰릴 샌드버그는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인생을 살고 있었다. 좋은 직장, 베스트셀러 저서,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었다. 그러던 2015년 어느 날 멕시코에서 함께 휴가를 보내던 남편 데이브 골드버그Dave Goldberg가 심장 이상으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그날 이후 그녀에게는 갑자기 ‘슬픔에 잠긴 미망인’이라는 원치 않은 정체성이 새로 생겨났다.
자기계발 & 전략
매거진
2017. 6월호
당신의 데이터 전략은 무엇입니까
급류처럼 흘러넘치는 데이터를 관리하는 능력이 기업 성공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 관리부서와 최고데이터책임자(CDOs)가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런 변화에 늑장대응을 하고 있다. 다양한 산업을 대상으로 수행한 한 연구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볼 때 한 조직이 구조화해서 보유한 데이터 중 의사결정에 활용되는 데이터는 반도 되지 않는다. 구조화되지 않은 데이터 중에 분석대상이 되거나 사용되는 데이터는 1%도 되지 않는다.
전략 & 데이터 사이언스
매거진
2017. 6월호
최고경영진을 위한 에너지 전략
거대 기업들은 매년 수백만에서 수십억 달러를 에너지 비용으로 직접 지출한다. 게다가 공급망 내에서나 아웃소싱, 물류 비용으로 간접적으로 지출하는 에너지 비용도 수백만 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에너지 집약적 업종을 제외하면, 대부분 기업들은 에너지를 단지 관리해야 할 비용 항목으로만 여긴다. 이런 접근방식은 위험을 줄이고 회복력을 향상시키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엄청난 기회를 간과하는 전략적 실수다.
전략 & 운영관리
매거진
2017. 6월호
B2B 영업의 새로운 성공 공식
대부분의 B2B 판매자는 고객사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객사는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고, 많은 정보로 완전 무장했으며, 자신들에게 뭐가 필요한지를 너무나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생각한다. 그래서 구매결정이 내려지는 막바지 단계에 오기 전까지는 공급업체들과 소통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여긴다.
전략 & 운영관리
매거진
2017. 6월호
비선형 세계에서 선형적 사고를 할 때…
당신이 회사의 차량 관리 책임자라고 생각해 보자. 당신은 1갤런에 10마일을 달리는 SUV 차량과 1갤런에 20마일을 달리는 세단 차량의 두 모델을 관리한다. 모델별로 회사가 보유한 차량 수는 동일하고 모든 차들은 모델과 상관없이 연간 1만 마일을 주행한다. 당신에게는 충분한 예산이 있어서, 이 중 한 모델을 연비가 더 높은 것으로 교체함으로써 차량 유지비도 낮추고 회사의 지속가능성 목표도 달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마케팅 & 전략
매거진
2017. 6월호
CEO 게놈 프로젝트:성공하는 CEO는 무엇이 다른가
최고경영자는 힘든 자리다. 콘퍼런스보드The Conference Board에 따르면 2000~2013년 포천 500대 기업 CEO의 약 4 분의 1은 비자발적으로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해고로 인한 악영향은 엄청나다. 세계 2500대 기업에 대한 2014년 PwC 연구는 최고위층의 강제적인 인사 이동이 주주들에게 매년 1120억 달러의 시장가치 손실을 불러온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 같은 수치는 CEO를 선정하는 어려운 임무를 맡고 있는 이사들을 낙담시키고, C레벨 경영진을 꿈꾸는 모든 리더들을 주눅들게 만든다. 유능한 많은 경영자와 이사회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문제는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냐는 것이다.
리더십 & 인사조직
매거진
2017. 6월호
여전히 식지 않은 인도 화폐개혁의 여운 속에서
지금까지 단행된 화폐개혁, 보다 정확한 이름으로 폐화demonetization 정책의 전개를 한번 보자. 2016년 11월, 민주주의 국가로 세계 최대의 인구를 가진 인도 정부는 부패 근절을 목표로 하는 고강도 경제 개입을 단행했다. 리스크도 컸지만 기대 효과도 그만큼 컸다. 정책에 따라 고액권 화폐 2종(500루피, 1000루피)의 사용이 중지되었고, 단 하룻밤 사이 시중 현금의 86%가 무효화됐다. 경제활동의 90%를 현금에 의존했던 만큼 일대 혼란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나는 당시에도 같은 지적을 한 바 있는데, 정책 자체도 부실했고 집행 과정은 그보다 더 부실했다.
재무회계 & 운영관리
매거진
2017. 6월호
스스로 소리 내어 묻고 답하면 학습 효과가 상승한다
일리노이대 심리학과의 브라이언 로스Brian Ross교수는 컴퓨터과학 과목에 수강 신청을 했다. 학생 입장에서 강의를 들은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까마득했다. 덥수룩한 수염에 머리가 벗어진 그는 외모부터 눈에 띄었다. 다른 학생들보다 최소 열 살 이상 나이가 많은 그는 강의실에서 언제나 ‘그 아저씨’였다. 강의가 있는 날은 늘 긴장했다.
자기계발 & 전략
매거진
2017. 6월호
내가 창업하는 회사에 내 이름을 붙여도 좋을까?
창업을 앞둔 사람들은 한 번쯤 자기 이름을 회사명에 넣을지 말지 고민한다. 사실 회사명을 정하는 판단은 매우 중요하고 특징적인 동시에 지극히 주관적인 의사결정이다. 내 이름을 넣으면 과연 좋을까, 나쁠까? 최근 발표된 두 논문에서 내린 결론은 ‘경우에 따라 다름’이다.
운영관리 & 전략
매거진
2017. 6월호
P&G와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의 인공지능 전략
어떤 혁신적인 기술이 등장하면 많은 이들이 그에 따른 새로운 관리방식, 조직구조, 전문인력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곤 한다. 이러한 경향은 크게 인공지능, 머신러닝, 딥러닝으로 이루어진 인지기술cognitive technologies도입 흐름에서도 강하게 나타난다. 일각에서는 인지기술의 도입을 책임지고 이끌 최고인지기술관리자Chief Cognitive Officer직책의 신설을 주장하기도 하며, 실제 많은 기업들이 딥러닝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를 고용하기 위해 앞다투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마치 ‘뭐든지 싹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것처럼.
전략 & 운영관리
매거진
2017. 6월호
경쟁자와 똑같은 장점을 강조해도 살아날 방법 있다
고객의 관심을 끄는 메시지는 단순해야 한다. 마케터들은 이를 잘 알고 있다. 관건은 제품의 여러 속성 중 어디에 마케팅의 초점을 둘 것 인지인데, 필자들의 새로운 연구결과를 보면 경쟁사들이 강조하는 속성을 그대로 전략에 반영하는 편이 나은 경우가 분명히 있다. 일회용 생수의 사례를 보자. 가장 탄탄한 브랜드 중 하나인 에비앙은 그동안 ‘청정함purity’을 대표적인 속성으로 내세웠다. 에비앙의 모기업 다농은 발길이 닿지 않은 빙하로 둘러 쌓인 알프스 수원지의 깨끗함을 강조하며 브랜드 연관성association을 만들어냈다. 우리 회사가 조만간 에비앙과 나란히 생수 사업에 뛰어든다고 생각해 보자.
마케팅 & 전략
매거진
2017. 6월호
창의력 높이려면 일이 술술 풀려도 휴식하라
만약 세 번째 항목을 선택했다면 우리가 위와 같은 질문을 제시했을 때 수백 명의 사람들과 같은 답을 고른 셈이다. 세 번째는 최대한의 자율권과 융통성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어느 한 문제를 풀다 막히면 언제든 다른 문제로 자유롭게 넘어갈 수 있는 형태다.
자기계발 & 전략
매거진
2017. 6월호
2017년 6월호 EDITOR’S PICK
‘오리지널스’란 책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심리학자 애덤 그랜트 와튼스쿨 교수가 HBR에 ‘호의(好意) 탈진(generosity burnout)’이란 흥미로운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조직 내에서 다른 사람을 위해 이타적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가치는 매우 높습니다. 타인을 위해 배려하고 조직원을 위해 베푸는 리더가 되라는 사회적 압력도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운영관리 & 전략
매거진
2017. 6월호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고객의 습관은 여든까지 안 간다
안녕하십니까. 장윤정입니다. 디자인씽킹이란 개념을 창안한 경영 거장인 로저 마틴 토론토대 교수가 하버드비즈니스리뷰를 통해 ‘누적우위 이론’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발표했습니다. 고객들은 제품을 고르는 과정에서 정신적 에너지를 쓰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고객의 습관적인 구매를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었죠. 누적우위 이론에 따르면 브랜드를 너무나 새롭게 리뉴얼하거나, 과감한 혁신을 추진하면 고객들이 습관성 소비를 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즉 고객들의 습관적 소비가 이어지도록 브랜드 정체성을 비슷하게 유지하고, 익숙한 소비 관행을 지속하도록 마트에서도 똑 같은 곳에 물건을 올려놓는 등 가급적 보수적인 경영을 해야 한다고 누적우위 주창자들은 강조합니다. 하지만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누적우위 이론을 소개하면서 이에 대한 반론도 함께 소개했습니다. 논쟁을 즐기는 서구식 문화를 그대로 반영한 편집자의 결정이라고 생각되는데요, 반론을 제기한 사람은 경영 전략 분야의 스타급 연구자 중 한 명인 컬럼비아대학교의 리타 건터 맥그래스 교수입니다. 그녀도 인간이 습관의 동물이며, 고객의 무의식적 생각이 의사결정 과정을 지배한다는 로저 마틴 교수의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산업의 경계가 명확하고, 한번 확보한 우위를 유지하기 쉬운, 즉, 환경변화가 적은 상황에서만 ‘누적우위 이론’이 잘 들어맞는다고 말합니다. 아시다시피 오늘날에는 많은 산업 분야에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산업경계도 갈수록 흐릿해져가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경쟁우위를 지킨다하더라도 누군가가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디지털화 해버리거나, 우버나 에어비앤비처럼 제품을 서비스로 만들어버리면 하룻밤 사이에 우위가 뒤집어 진다는 게 맥그래스 교수의 주장입니다. 실제로 애플은 원래 컴퓨터 제조업체였지만 스마트폰 시장을 개척하면서, 모바일 산업은 물론이고, 디지털카메라, 내비게이션, 날씨전문방송, 온라인 게임, 교육 등 수많은 산업들에 파괴적 변화를 유발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고객의 습관 만들기에만 집중하다가 혁신기업에게 한 순간에 생존 기반을 박탈당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래플리와 마틴이 지적했듯이 소비자의 습관은 경쟁우위를 유지하는데 강력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환경요소들과 마찬가지로 소비자들의 습관 역시 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면 습관은 매우 빠르게 변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맥그래스 교수는 2012년 런칭한 달러세이브클럽닷컴의 예를 들었습니다. 이 서비스는 굉장히 단순합니다. 저렴한 가입비만 내면 불필요한 거품을 뺀 품질 좋은 면도날을 알아서 집으로 배달해주는 것입니다. 귀찮게 가게에 직접 가지 않아도 되고, 어렵게 시간을 내서 가게에 갔는데 하필 면도날이 동이 나서 헛걸음을 해야 하는 문제도 원천적으로 없앨 수 있었습니다. 2010년 P&G의 질레트는 세계 면도기·면도날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충성고객을 거느렸으며 고객들은 습관적으로 질레트 면도날을 구매했습니다. 강력한 누적우위가 존재하는 대표적인 사례였던 셈이었죠. 하지만 누적우위만으로는 충분치 않았습니다. ‘배달’을 앞세운 달러셰이브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질레트의 면도날 사업도 변곡점을 맞았습니다. 5년 만에 P&G의 점유율은 70%대에서 59%로 떨어졌고 P&G는 부랴부랴 ‘질레트 셰이브클럽’을 시작했습니다. 유사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죠. 이렇듯 P&G처럼 잘 나가는 대기업도 불의의 일격을 당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누적우위를 구축하고 습관의 힘을 활용해 경쟁우위를 확보하려는 노력과, 습관적 행동에는 반하는 새롭고 혁신적인 시도 사이에서 경영자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맥그래스 교수는 이와 관련해서 실용적인 전략 대안을 제시합니다. 조직의 핵심기술이나 역량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입니다. 모기업의 핵심기술을 활용해 흥미로운 변신에 성공한 예로는 끊임없이 디지털화를 추구한 노르웨이 신문사 십스테드를 들 수 있습니다. 그들은 전통적인 종이 신문을 발행하는 회사였습니다. 그런데 디지털화로 광고시장이 잠식되는 위기를 경험했는데요, 이 회사는 오히려 이런 위기를 기회로 여겼습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일찌감치 광고주들에게 디지털 광고를 내달라고 호소하며 디지털 광고 사업을 확대하는데 주력했습니다. 오랫동안 광고주들과 맺어온 깊은 유대관계 등을 활용한 십스테드는 온라인 광고 제공업체로 성공적으로 변신할 수 있었습니다. 맥그래스 교수가 2000년부터 2009년까지 10년간의 순이익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시가총액이 10억 달러가 넘는 상장기업 2347개 중 단 10개 기업만이 10년 동안 매년 순이익을 5%이상 늘리는데 성공했습니다. 굉장히 어렵지만 일부 기업들은 대대적인 불황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오랜 기간 이익 증가를 이어왔습니다. 이런 기업들은 리더십, 기업문화 같은 안정적인 요소와 신속한 실험, 인적자원의 이동과 같은 역동적인 요소가 잘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맥그래스 교수는 제품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해보면, 누적우위와 새로운 습관 창출 사이의 딜레마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실제로 경영학계의 거장인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교수는 우리가 제품을 사는 것은, 그 제품이 우리를 위해 특정한 ‘일’을 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고객을 위해 우리가 만드는 제품이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 고민해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제품들은 꾸준히 진화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하는 일 자체는 놀랍게도 유사한 사례가 대단히 많습니다. 예를 들어, 역사 속에 등장하는 봉화, 그리고 전보와 전화, 그리고 오늘날의 최첨단 통신기술은 근본적으로 하는 일이 같습니다. 즉, 타인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죠. 결국 제품이 하는 ‘일’ 그 자체에 집중한다면 경쟁자들보다 한발 앞서 더 나은 방법을 고안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고객들 입장에서는 언제라도 주어진 일을 더 잘 수행하는 다른 해결책을 쉽게 고용할 수 있다는 점을 기업들은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맥그래스 교수는 강조합니다. 로저 마틴 교수의 누적우위 개념에 대한 리타 맥그래스 교수의 반론을 소개해드렸는데요, 두 관점은 상충하기보다는 상호 보완적인 측면을 갖고 있어서 실무에 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많은 경영학 이론들은 고객들의 습관이라는 강력한 구매 동인에 대해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누적우위 이론의 교훈대로 소비자들이 손쉽게 제품을 구매하고 이용해서 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구매 및 사용 편의를 강화하려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생존이 보장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더 쉽고 편안하게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혁신 모델이 등장하면 고객들은 새로운 습관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고객은 언제라도 배신할 수 있죠. 기존 주력제품의 누적우위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는 동시에 새로운 습관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는지 탐구하는 노력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됩니다. 감사합니다.
마케팅 & 전략
영상
2017. 1-2월(합본호)
멀리 내다보는 경영01
안녕하세요, 조진서입니다. 주주에게 최대의 이익을 돌려주면서 회사도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오늘은 기업 지배구조와 성과에 대한 최신 논문을 소개해드립니다. 하버드경영대학원 조지프 바우어 교수와 린 페인 교수가 HBR에 실은 논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주가 기업의 주인이라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주주라고 해서 꼭 기업에게 책임감을 느끼고 주인의식을 갖고 행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헤지펀드, 벌쳐펀드 등이 우량기업을 사들여서 자산을 조각조각 팔아버리는 일 들어보셨죠? 게다가 요즘은 컴퓨터 알고리즘 투자기법의 발달로 주식 보유기간도 대폭 줄었습니다.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1960년대 주주들의 평균 주식 보유 기간은 8년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평균 8개월로 줄어들었습니다. 고작 8개월 지분을 보유하는 사람을 과연 그 기업의 ‘주인’이라고 불러야 하느냐,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과정에서 그런 사람들의 요구를 어디까지 들어줘야 하냐는 것이 바우어 교수와 페인 교수의 문제의식입니다. 기업의 주인은 주주이고, 경영자는 주주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대리인일 뿐이라는 생각, 이른바 ‘주주자본주의’는 경제학의 ‘대리인 이론’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바우어 교수는 이런 대리인 이론이 법적으로는 근거가 불명확하다고 지적합니다. 상법을 뒤져봐도 ‘주주가 법인의 주인이다’라는 문구는 나오지 않습니다. 법인의 주인이 주주라고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법적으로는 법인은 마치 살아있는 한 명의 인간, 즉 자연인처럼 독립된 개체의 대접을 받습니다. 개인이 개인소득세를 내듯이 법인은 법인소득세를 내는 것도 그 때문이죠. 이렇게 법인이 하나의 독립된 개체라느 것을 경영학에서는 실체 이론, ‘엔티티 씨오리’라고 부릅니다. 주주 중심의 대리인 이론이 있다면, 기업 중심의 실체 이론이 있는 셈입니다. 이 두 가지 이론의 대비점을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볼까요?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주주중심주의, 즉 대리인 이론에서는 기업이라는 것은 주주의 부를 극대화하기 위한 도구, 혹은 법적 허구라고 생각을 합니다. 허구이기 때문에 당연히 기업에게 어떤 사회적 책임 같은 것을 물을 수도 없고요. 기업과 기업의 경영자는 주주를 위해 돈만 벌어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을 갖고 기업을 운영하면 장단점이 있습니다. 일단 총주주수익률 지표 하나만 생각하고 경영하면 되니까 기업 운영이 심플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법인세를 적게 내기 위해 해외에 있는 조세회피처를 사용한다든가 하게 되는 것이죠. 또 회사의 장기적 성장에는 관심이 없는 단기 주주들의 입김에도 취약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장기적 투자가 필요한 사업은 도외시하고, 자산을 매각하거나 주주배당금을 과도하게 지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 이번엔 대리인 이론에 맞서는 기업 실체 이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기업 실체 이론에서는 기업 즉 법인이 하나의 법적인 실체이며, 법인도 자연인처럼 사회적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돈을 버는 것 외에도 사회적 윤리규범에 따라 성실한 기업 시민답게 행동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기업 실체 이론에서는 주주가 법인의 주인이 아니라 법인의 자본 공급자라고 봅니다. 자본을 공급하는 대가로 주주총회 의결권도 받고 감사청구권도 받는 등 일정한 권리와 책임을 주고받는 계약관계일 뿐이지, 어떤 주종관계는 아니라는 것이죠. 그럼 우리와 같은 기업 임직원의 역할은 이 두 가지 이론에서 어떻게 달라질까요? 대리인 이론에서는 경영자와 기업 임직원은 말 그대로 주주의 대리인입니다. 반면 기업실체 이론에서는 대리인이 아니라 수탁인이라고 봅니다. 대리인과 수탁인은 어떻게 다를까요? 영어에서 대리인은 agent,수탁인은 fiduciary라고 하는데요, 쉽게 얘기해서 대리인은 누가 시키는 그대로 해야 하는 사람이고, 수탁인은 재량권을 갖고 판단하는 사람입니다. 예를 들어 한 어린이의 부모는 대리인이 아니라 수탁인입니다. 어린이를 보호하고 어린이를 위한 여러 가지 의사결정도 대신 내려주어야 하는데, 어린이가 원하는대로만 해주는 게 아니죠. 애가 밥을 안 먹고 과자를 먹겠다거나, 학교에 가지 않고 PC방에 가겠다거나 하면 들어주지 않고 혼을 내야겠죠. 이것이 대리인과 수탁인의 차이입니다. 그럼 기업 실체 이론에서는 왜 경영자가 주주의 대리인이 아니라 수탁인이라고 보는 걸까요? 또 왜 하버드대 교수들이 이렇게 목소리를 높이게 되었을까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이젠 주주들이 기업에게 좋은 일이 무엇인지를 잘 알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루에도 수백 회 주식을 샀다팔았다 반복하는 주식 트레이더나, 자신의 포트폴리오 안에 수백 개의 기업 주식과 채권을 담아넣고 있는 펀드매니저가 그 개별 기업들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장기보유에 대한 책임감도 전~혀 없지요. 앞서 말했듯이 미국의 평균 주식보유 기간은 8개월에 불과하고, 거래되는 주식의 85%가 증권업자 명의로 되어있다고 합니다. 기업 실체이론은 이런 증권업자들에게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을 맡겨서는 안 되고, 기업 임직원들과 경영자가 회사에게 좋은 것이 무엇인지를 적절하게 자유재량으로 판단해야 하는 수탁인이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주가 기업의 주인이 아니라고 보는 두 번째 이유는, 주주가 회사의 활동에 대해 상당부분 면책을 받기 때문입니다. 만일 주주가 진짜로 기업의 주인이라면, 또 기업이 누군가에게 해를 입혔거나 누군가에게 빚을 갚지 못한다면 주주가 주인으로서 대신 책임져줘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법률에 따르면 주주는 기업의 부채나 기업이 제 3자에게 입힌 피해에 대해 대신 보상할 책임이 없습니다. 어떤 회사가 은행 부채를 갚지 못하고 파산했을 때, 주주는 그 빚을 대신 갚을 의무에서 면제됩니다. 그 피해는 채권자인 은행과 국가 등이 나눠서 부담하게 되지요. 이것을 주주의 ‘유한책임’이라고 하죠. 이렇게 책임이 제한되어 있으므로 주주가 기업의 온전한 주인이라는 주주자본주의가 틀렸다고 보는 것입니다. 세 번째 이유는, 주주 개개인의 목적과 주식 보유기간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이들을 뭉뚱그려서 하나의 소유자 취급을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연기금이라면 보유 주식에서 장기적, 안정적 수익이 발생하기를 원하겠지만 헤지펀드라면 단기 배당을 올리기를 원하겠지요. 주주가 회사의 주인이라 쳐도 대체 어느 주주의 이해관계에 장단을 맞춰야 하는지가 불분명하다는 현실적 문제가 있습니다. 이렇게 바우어, 페인 교수는 HBR논문에서 대리인 이론에 의한 주주자본주의를 비판했습니다. 그 대신 기업은 기업 그 자체가 하나의 실체라는 기업 실체 이론을 옹호하면서, 기업 경영자들과 이사회에게 다음과 같은 사항을 주문합니다. 첫째, 기업은 주주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기업 그 자체의 장기적 이익을 위한 의사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유능한 리더와 경영진이 있어야 하며, 이들은 회사의 현재와 미래를 모두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둘째, 기업은 주주수익 극대화뿐 아니라 국가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 상품과 서비스 제공 등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또 사회 구성원으로서 윤리규범도 지켜야 합니다. 셋째, 기업의 이사회는 특정 주주집단이나 특정 이해관계자집단의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말고, 주주의 대리인이 아니라 수탁인으로서 행동해야 합니다. 오늘은 주주와 기업의 관계, 그리고 기업 실체 이론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바로 이어서, 하편에서는 한국의 기업 현실에서 바우어 교수와 페인 교수의 기업 실체 이론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해 말씀드리고, 또 역사적으로 기업의 실체는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하편을 기대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재무회계 & 전략
영상
2017. 5월호
신경다양성을 경쟁력으로
안녕하세요, 고승연입니다. 여러분 혹시 30년 전에 나온 명작 영화 ‘레인맨’이라고 기억하시는 분 있나요? 톰크루즈와 더스틴호프만이 나온 영화인데, 뛰어난 작품성으로, 61회 아카데미상에서 작품상/감독상/남우주연상 등 여러 부문을 휩쓸었습니다. 그 ‘레인맨’으로 등장하는 주인공 더스틴 호프만은 자폐증을 가진 캐릭터로 나오는데, 평범한 사람들은 감히 흉내도 못 낼 정도의 암기력과 천재성을 보여줍니다. 다만 자폐증의 증상으로 인해 종종, 주기적으로 평범한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을 할 뿐입니다. 제가 왜 갑자기 오래된 명작영화 얘기를 꺼냈을까요? 바로 조직에서의 신경다양성 확보 문제를 말하기 위해섭니다. 신경다양성이란 말이 낯설게 느껴지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신경다양성이란 자폐, 통합운동장애, 난독증 등 흔히 우리가 함부로 ‘비정상’ 심지어 ‘무능’의 범주에 넣어버리는 많은 증상들이 사실은 엄청난 잠재력을 의미하기에 이런 증상을 가진 이들을 조직의 다양성 범주에 포함시켜야한다는 뜻입니다. 즉, 마치 인종과 성별의 다양성이 조직의 창의력과 건강함을 보장해주듯, 신경다양성 인재들이 그들이 가진 천재성으로 조직의 혁신과 발전을 이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서는 바로 이 ‘신경다양성 인재 확보방안’에 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로버트 오스틴 아이비경영대학원 정보시스템 교수와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개리 피사노 교수가 쓴 글입니다. 두 글로벌 석학은 왜 신경다양성 인재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요? 이제 그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오스틴 교수와 피사노 교수는 가상의 ‘존’이라는 인물의 사례를 먼저 들려줍니다. 존은 데이터분석의 귀재로, 발군의 수학실력과 소프트웨어 개발능력 두 가지를 동시에 갖췄고 석사학위를 두 개씩이나 우수한 성적으로 취득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는 남들과 좀 다르다고 합니다. 10여 분마다 몸을 숙여 구두끈을 고쳐매야 하고, 끈이 조금이라도 느슨하면 어떤 것에도 집중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구두끈만 단단히 묶여 있다면 그는 거의 쉬지도 않고 가장 생산적으로 일하는 직원이라고 합니다. 몇 몇 실제 사례를 조합해 만든 이 존 과 같은 인물은 생각보다 꽤 많다고 합니다. 다만 기존의 ‘표준화된’ 채용절차에서 다 떨어지기 때문에 실제 기업에서 일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겁니다. 기업으로서는 이게 큰 손해라는 게 문제입니다. 존과 같은 신경다양성 인재들은 패턴인식, 기억, 수학 등에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아예 활용할 기회가 사라지는 셈입니다. 그 인재들에게도 기업들에게도 모두 손해입니다. 하지만 초경쟁 상황, 극한환경에 몰린 기업들이 이제 ‘초인적’ 능력을 발휘하는 이 신경다양성 인재들을 찾아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인재들을 채용하고 관리하는 사람들은 “신경다양성 인재들은 ‘남들과 다른’사람들이지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적절한 도움과 편의시설만 제공해준다면, 똑똑하긴 하지만 ‘평범성’의 범주에 있는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성과를 낸다고 합니다. HPE는 신경다양성 인재들을 소프트웨어 테스터로 활용합니다. 프로젝트 출시 직전 뭔가 혼란스러운때에 무질서함을 참지 못하는, 이를 바로잡는데 강하게 집착하는 테스터들이 달려들어 소프트웨어를 바로잡는다고 하는데, 고객사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합니다. 호주 복지부는 HPE처럼 소프트웨 테스트 업무에 신경다양성 인재들을 배치했는데, 이들로 구성된 팀은 타 팀에 비해 생산성이 30% 이상 높았다고 합니다. 이처럼 기업이나 조직에 큰 도움이 되는 신경다양성 인재들이 그동안 묻혀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왜 그동안 기업들은 신경다양성 인재를 발굴하지 않을까요? 우선 예전에는 ‘표준화된’ 우수한 인재들이 기업에 많이 필요했다면, 지금은 혁신을 위해 좀더 탁월한 재능, 아무리 똑똑하더라도 흔히 ‘신경전형성’이라는 범주에 있는 인재들은 해내지 못하는 업무를 할 사람들이 필요해졌습니다. 즉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찾아나선지 얼마 안됐다는 겁니다. 문제는 기존 모집, 채용, 인재개발 관행이 그대로인 상태에서는 신경다양성 인재를 뽑을 수가 없다는 겁니다. ‘신경전형성’ 인재들 중 우수한 사람을 뽑고 관리하는 과정과 아주 독특한 행동양식이나 사고방식을 가진 신경다양성 인재를 뽑고 관리하는 방식은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HPE, SAP,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기업처럼 신경다양성 인재를 제대로 뽑아 이들의 천재성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채용을 하고 채용 후에는 어떻게 관리해야하는 걸까요? 오스틴 교수와 피사노 교수는 몇 가지 중요한 팁을 알려줍니다. 첫째, ‘사회적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신경다양성 인재에 대한 기업의 부족한 지식과 전문성을 보충해야 합니다. 기업의 관리자들은 아무리 박식한 사람이어도 절대 신경다양성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요. 또 직원 사생활까지 관여하는 관리자는 거의 없기 때문에, 신경다양성을 지닌 인재가 회사에 있었더라도 쉽게 파악하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이런 이유로 앞서 언급한 글로벌 기업들은 장애인들의 취업을 지원하는 정부나 비영리기관 등 ‘사회적 파트너’들과 협력하기 시작했습니다. SAP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재활국, 팬실베니아주 직업재활과, 미국 비영리기관 익스팬더빌리티 등과 협력하고 있고, HPE는 자폐관련 단체인 오티즘SA와 공조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파트너들이 자폐증이나 강박증 등 신경다양성 인재 중 각 기업에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주고, 원활한 채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거지요. 저자들은 신경다양성 인재의 채용과 훈련을 위한 방법도 제시합니다. 바로 면접에 의존하지 않는 파격적 평가와 훈련과정을 도입하라는 겁니다. 덴마크의 IT회사 스페셜리스테른은 신경다양성 채용자들이 기업의 관리자들과 한나절 동안 편안하게 대화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수 있도록 ‘어울리기’라는 편안한 분위기의 행사를 기획한다고 합니다. 행사가 끝날 무렵 지원자 가운데 몇 명을 선택해 2~6주 정도 평가와 훈련을 해 인재를 육성합니다. HPE는 스페셜리스테른과 유사한 방식의 인턴십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피사노 교수 등은 ‘훈련’이 꼭 신경다양성 인재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라는 점도 지적합니다. 신경다양성 인재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기존 직원들 역시 간단한 교육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저자들이 신경다양성 인재를 위해 제언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는 ‘지원환경 마련’입니다. SAP는 두 개의 ‘서포트 서클’이라는 걸 만들어 새로 들어온 신경다양성 인재들의 직장생활과 개인생활을 돕습니다. HPE는 신경다양성 신입직원을 15명 내외로 구성된 ‘포드’에 배치하는데요, 한 포드에는 이들과 기존 동료들이 약 4대1 비율로 함께 일하면서 2명의 관리자와 1명의 컨설턴트가 신경다양성으로 생기는 문제를 지원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고 합니다. 오스틴과 피사노 두 교수는 이렇게 처음에 적응을 돕고 이후 맞춤형 경력관리 방식을 제공하면서 신경다양성 인재 채용관리 프로그램을 확장하고 보편화하라고 말합니다. 신경다양성 인재 채용과 관리는 우리 기업들에게 다소 생경하게 느껴질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이런 인재들을 찾아나서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마땅한 인재를 구하기 힘들었던 분야에서 우수하거나, 평범함을 넘어서는 진짜 ‘탁월함’을 가진 인재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 인재가 보여주는 암기력, 강박, 천재적 발상이 불량률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고 때론 혁신적 아이디어를 가져왔습니다. 전혀 의도하지 않은 긍정적 효과도 나타났습니다. 일반적인 의사소통 방식이 쉽지 않다보니 다양한 방법으로 신경다양성 인재들의 어법이나 소통방식을 이해하려고 했고, 이 과정에서 조직 전체의 의사소통 스킬이 올라갔다고도 합니다. 물론 ‘다양한 인재를 채용한다’는 ‘정치적 올바름’으로 인해 회사의 평판이 올라가는 것도 덤이겠지요. 너무 먼 나라 얘기, 먼 미래 얘기라고 보고 넘어가서는 안 될 것입니다. 신경다양성 인재들의 탁월함이 절실할 만큼 글로벌 경쟁 상황이 녹록치 않기 때문입니다. 영화 엑스맨에 나오는 초인적 능력의 주인공들이 여러분의 기업에서 일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지금 소개해드린 이 내용이 여러분의 채용과 인사관리에 하나의 획을 긋는, 완전히 새로운 발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인사조직 & 재무회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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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5월호
제품다각화가 초래하는 문제
안녕하세요, 조진서입니다. 네덜란드에 본사가 있는 필립스는 2003년 기준 유럽에서 특허를 가장 많이 출원한 회사였습니다. 미국의 대표 전자기업이 GE라면 유럽에는 필립스가 쌍벽을 이뤘죠. 그런데 2000년부터 2010년 사이 이 회사의 매출이 40%나 하락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문제는 너무 많은 것을 팔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제품다각화 전략의 문제점과 대안을 알아보겠습니다. 필립스는 120여 년 동안 사세를 확장하면서 2000년 기준 조명, 전자제품, 가전 및 생활용품, 전자부품, 반도체, 의료시스템 등 6개 분야에서 사업을 하고 있었고, 세부 상품군은 2011년까지 60개 이상으로 불어납니다. 또 제품 라인별로 또 지역별로 사업 책임자들이 자신들에게 필요한 지원 시스템을 개별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게 해줬기 때문에 공급망과 영업, 마케팅, R&D, 그리고 관리 프로세스의 운영이 지나치게 복잡해졌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병원이 필립스의 의료용 스캐너와 관련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까지 구매하려 할 때, 이 병원은 이 각각에 대해서 필립스 각 부서의 여러 담당자들과 따로 상담하고 인보이스도 별도로 받아야 했습니다. 고객 입장에선 똑같은 데이터를 몇 번씩 반복해서 입력하고, 또 부서마다 일관성 없는 담당자들을 상대해야 하니 시간과 리소스 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내부 직원들에게도 혼란이 가중됐습니다. 사내 ERP시스템만 60개까지 불어났고 전체 IT 서비스의 수는 1만개 이상이었습니다. 고객 데이터가 이 수많은 시스템에 산재해있다 보니 일선에서 뛰는 직원들이 필요한 데이터를 찾기도 어렵고 고객들에게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불가능했습니다. 이렇게 사업이 무분별하게 확장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보통 일선 직원들은 제품 다각화가 몰고오는 문제들을 잘 이해합니다만, 가장 위에 있는 리더급들은 문제점들은 잘 보지 못하고 잠재적 혜택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항상 신제품을 빨리 도입하거나 경쟁사 제품을 모방하려고 합니다. 신제품 출시로 인한 다른 제품들의 자기잠식(카니발라이제이션)까지는 리더들도 잘 파악을 하지만, 운영상 복잡성이 높아지면서 발생하는 비용 상승은 제대로 고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결국 필립스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해야 했습니다. 이 중 의료와 소비자용품을 합쳐서 만든 헬스테크 부분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순차적으로 매각했습니다. 이로서 수익률과 주가는 모두 상승했지만 덩치는 상당히 줄어들 수밖에 없었고, 또 해고와 같은 조직원들의 고통이 수반되었습니다. 이렇게 제품다각화로 인해서 운영이 방만해지고 그로 인해 부작용을 겪었던 또 다른 사례로 레고가 있습니다. 레고그룹은 원래 장난감 블록을 만들죠. 1990년대부터 이 회사는 블록의 종류를 크게 늘립니다. 1997년부터 2004년 사이에 블록 수가 약 6000종에서 1만2000종으로 두 배가 늘어납니다. 또 컴퓨터게임, 아동복, 테마파크 사업에도 진출합니다. 그러다보니 공급망이 복잡해지고 직원과 고객들 모두가 어려움을 겪기 시작합니다. 어떨 때는 한 세트를 구성하는 블록 500개 중에 단 하나의 재고가 없어서 생산을 못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한 국가에는 재고가 동이 났는데 바로 옆 나라엔 재고가 쌓여있고 그것을 가져오지 못하는 상황도 연출됐습니다. 결국 2004년에 파산 위기까지 몰리게 됩니다. 네덜란드 로이틀링겐대의 마틴 모커 교수, 그리고 미국 MIT경영대학원의 잔 로스 연구원은 이렇게 필립스와 레고 같은 기업들이 겪었던 제품다각화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일곱 개 글로벌 기업의 경영진 72명을 직접 인터뷰하고 255명을 설문조사했습니다. 그런 다음 세 가지 해결책을 집중했습니다. 첫째, 다각화 대신 통합에 집중해야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신제품 출시나 새로운 수입원을 포기하더라도, 통합적인 고객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과거 필립스의 의료기기 부서는 의료기기 하드웨어를 판매하는데 집중했지만 이제는 한 부서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병원 운영 컨설팅 서비스까지 통합적으로 판매합니다. 또 미국 아이오와주에 본사가 있는 프린시플 파이낸셜 그룹이라는 보험회사는 중소기업 근로자들 대상의 연금과 보험상품을 판매하는데요, 판매하는 상품의 수는 줄이는 대신 중소기업의 HR담당자 입장에서 가장 심플하고 가장 편안하게 일할 수 있는 통합 연금보험 패키지를 제공하면서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둘째, 신제품을 개발하고 혁신을 추진하는 팀과, 그 혁신의 결과를 처리해야 하는 영업, 서비스 팀을 통합시켜야 합니다. 일을 벌?甄?사람과 뒷감당하는 사람을 떨어뜨려놓지 말라는 것이죠. 필립스는 이제 신규 디지털 제품을 도입할 때 엔지니어뿐 아니라 영업과 IT직원들도 함께 모여 애자일 방법론에 따라 개발 과정에 참여합니다. 레고 역시 사내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기 위해 영업, 제조, 재무, 혁신, 개발 등 주요 직무별 전문가들이 모이는 PEN이라는 팀을 만들어서 통합 작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했습니다. 마지막 셋째, 조직원들이 혁신에 중독되지 않도록, 혁신을 위한 혁신을 하지 않도록, 회사의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해줘야 합니다. 레고는 회사의 미션이 ‘미래의 빌더들을 육성하고 그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빌더’는 뭔가를 만드는 사람을 말하는 데요, 이런 회사의 미션에 맞지 않는 제품이나 프로세스는 설령 수익성이 보인다 해도 도입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미션 선언문은 혁신이 목적성을 잃고 방황하지 않게 하는 나침반 역할을 합니다. 지금까지 제품다각화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해드렸습니다. 일반적으로 경영진은 신제품을 출시해서 회사를 성장시키려는 욕구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따르는 복잡성의 증가라는 짐은 일선직원들이 떠안기 마련입니다. 너무 일이 커진 후에 제품을 통합하려 하면 조직 전체에 막대한 스트레스를 주게 됩니다. 현명한 기업 매니저라면 미리미리 사내 조사를 통해서 현재 우리 사업이 너무 복잡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오퍼레이션에 과부하가 걸리거나 고객의 불편을 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체크해봐야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전략 &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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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5월호
경쟁사로 이직했던 유능한 직원이 다시 돌아오고 싶어한다면?
최근에 ‘평생직장’이라는 말은 완전히 사라지다시피 했습니다. 경제환경과 산업환경이 엄청나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유능한 직원들일수록 이동이 잦습니다. 특히 첨단기술 스타트업이나 컨설팅 업계 등 ‘인재’가 중심이 되는 업계일수록 이러한 이직은 더욱 자주 일어납니다. 경쟁사로 훌쩍 떠나는 일도 많지요.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케이스스터디에서는 바로 경쟁사로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희망하는 직원을 두고 다시 받아들여야할지 고민하는 CEO얘기를 하나 다뤘습니다. 람 카푸르는 친환경디자인회사 그린임팩트컨설팅의 창업자이자 CEO이고요, 하리 슈클라는 회사 설립초기에 회사에서 가장 유능한 직원 중 하나였지만, 2년 전 경쟁사로 떠난 사람입니다. 그런 하리가 람에게 다시 연락을 해서 그린임팩트컨설팅으로 돌아오고 싶다고 한 것이죠. 아마 여러분이 CEO라도, 혹은 회사의 옛 팀원이 다시 돌아오고 싶어하는 상황이고 여러분이 재채용 권한이 있는 팀장이라도 결정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 람 CEO의 고민 속으로 한 번 같이 들어가 보겠습니다. 모든 문제의 시작은 돌아오고자 하는 직원인 하리가 매우 유능한 직원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창업 초기 하리는 그린 임팩트에서 람의 오른팔 같은 존재였습니다. 람이 사무실에서 기술분석팀과 디자인팀을 이끌 때, 하리는 회사의 주거용, 상업용 부동산개발사업 현장에서 토목기사들을 감독했다고 합니다. 람 입장에서는 하리가 1등 공신이었는데요, 회사를 설립한 첫해에, 지역 개발자들에게 친환경 건축기법의 중요성을 납득시키는 게 매우 어려웠던 상황에서 8년차 하리가 들어와 사업을 호전시킬 수 있었다는 거죠. 두 사람은 친구이자 동료로서 완벽한 팀을 이뤘고, 람은 당시 그린임팩트가 친환경 건축회사로서 인도 내에서 탑 3안에 들어가는 게 시간문제라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때, 그린임팩트가 인도 탑 3 회사로 올라서려던 바로 그때 하리가 회사를 그만두게 됩니다. 말은 ‘개인적 사유’였지만, 결국 더 큰 경쟁사인 서스테이너블빌드 그룹으로 간 거죠. 람의 배신감은 아주 컸다고 합니다. 물론 람도 인도에서 기업가로 살면 이런 위험요소가 따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인재시장에는 늘 사람이 부족한 탓에 소규모 회사는 인지도가 더 높고 성공적인 회사들에 유능한 직원들을 자주 빼앗겼던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람의 배신감은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하리가 떠난 후 확실히 회사는 어려워졌습니다. 람이 사무실과 현장을 모두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됐고, 업무가 과중해지면서 계획했던 성장도 차질이 생겼습니다. 기존 고객을 관리하고 직원의 고용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둘 수밖에 없었던 거죠. 심지어 다른 직원들이 하리처럼 회사를 떠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전 직원의 급여를 올려줘야 했습니다. 마케팅에는 당연히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고, 간신히 사업을 유지했던 겁니다. 그렇게 힘든 한 해를 보내면서 람은 그린임팩트를 다시 정상궤도에 올려놓게 됩니다. 하리 밑에 있던 직원 두 명이 능력을 키웠고, 집중적인 교육과 코칭을 통해 하리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럼 굳이 람이 자신에게 배신감을 안겨?少?하리를 다시 받아들일 필요가 있을까요? 아시다시피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케이스스터디에서 독자들에게 던지는 ‘딜레마’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최근 람은 중동지역으로의 시장확대를 고려하기 시작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겨우 인도 내의 비즈니스를 완벽하게 소화하게 된 직원 두 명을 데리고 중동지역까지 커버할 수는 없는 노릇인거죠. 그런데 하리가 돌아온다면 람의 이 꿈이 실현가능해집니다.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그가 다시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던 겁니다. 람은 하리가 ‘왜 돌아오려하는 지’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하리와 통화를 하게 됩니다. 하리는 그린임팩트에서의 끈끈한 유대감을 그리워했고, 새 직장의 지나치게 긴 근무시간에 힘들어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계속 ‘관리’만 하는 게 아니라 뭔가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고 이뤄가는 경험을 다시 하고 싶다는 말도 전했습니다. 람도 예전의 추억이 떠오르면서 그와 함께 다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려운 시기를 함께 고생하며 성장해 준 다른 직원들의 의견도 존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때 하리가 없는 동안 크게 성장하면서 회사의 중추가 된 두 직원이 람을 찾아옵니다. 한 직원은 이미 자기들끼리 하리의 컴백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고 하면서 대부분이 하리의 복직에 찬성한다는 의사를 밝힙니다. 일단 현재 하리처럼 능력있는 사람이 그린임팩트로 와야 중동 지역 시장확대 등 신사업과 신시장 개척이 가능하다는 현실적 이유였습니다. 또 그가 그린임팩트로 오지 않고 또 다른 경쟁사로 가게 될 경우 그것 역시 큰 손해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다른 동료들은 여전히 하리에 대한 원망이 남아있는 경우가 있다며 ‘믿음의 회복’이 가능할지 고민해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무리 비즈니스적으로 하리가 다시 필요하다고 해도, 정말 직원들이 진심으로 다시 하리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고민이 되는 대목입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케이스는 이번에도 역시나 상반된 두 전문가의 의견을 제시합니다. 여러분도 한 번 두 의견을 꼼꼼히 따져보시기 바랍니다. 우선 삼다르시 나이야르라는 인도 그린호라이존 컨설팅의 창업자이자 대표이사는 하리를 다시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합니다. 우선 람과 하리 사이에 신뢰는 예전에 무너진 상태였고, 그건 전화 몇 통으로 복구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하리가 돌아오려는 동기도 불분명하고 심지어 수상하다는 지적도 합니다. 또 하리가 돌아온 지 얼마 안돼 다시 떠날 가능성도 있는데, 그땐 어떻게 수습할거냐는 질문도 던집니다. 혹시나 하리가 경쟁회사의 정보를 가져올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100%확실한 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또 한편으로 과연 람에게 하리가 정말 필요하냐는 질문도 합니다. 이미 성장한 훌륭한 두 직원이 하리보다 더 나을 수도 있다는 거죠. 그냥 하리는 하리대로 잘 되기를 기도해주고, 어려운 시기를 함께 보낸 믿음직한 동료들과 다시 시장을 개척해나가라고 조언합니다. 글로벌 디자인업체 겐슬러의 공동 CEO인 다이앤 호스킨스는 상반된 의견을 제시합니다. 하리를 다시 고용해야 한다는 거죠. 그린임팩트의 현 성장단계를 고려해보면, 람은 지금 전략적 리더십을 발휘해야하는데 바로 하리가 이 중요한 순간에 꼭 필요한 기량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얘깁니다. 람이 새로운 인재를 기용할 수도 있겠지만, 하리는 더 짧은 시간안에 업무에 적응가능하다는 장점도 있고, 직원들과 회사 문화에도 익숙하다는 겁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직원을 꼭 ‘용서’의 관점에서 봐야하는지도 의문이라고 합니다. 직원들이 회사 외부에서 성장하더라고, 각자의 성장이 팀에 어떤 이로움을 주는지 관점에서 볼 문제라는 것입니다. 직원들이 기량을 향상시키고 리더십 역량을 키우는 건 꼭 회사 내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거죠. 다른 회사, 경쟁사로 갔다가 거기에서 더 성장해 돌아온다면 그건 회사로서 좋은 일이라는 논리입니다. 오히려 그렇게 돌아온 직원들을 환영하는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잠깐 어떤 이유로든 나갔던 인재가 자꾸 돌아온다면 그게 회사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하리를 다시 데려오는 방법은 신중하게 고민해야한다고 조언도 합니다. 람이 어떤 감정에 치우치지 말고 전략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오직 하리가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가 아닌가만을 놓고 고민하라는 게 핵심입니다. 하리와 깊은 얘기를 나누고 그가 왜 떠났는지, 돌아온다면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논의해야하고 이 과정에서 비즈니스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이 들 때 받아들여야한다고 조언합니다. 앞서 이 비즈니스 케이스를 다루기 시작할 때, 여러분이 CEO라면, 혹은 회사의 옛 팀원이 다시 돌아오고 싶어하는 상황이고 여러분이 재채용 권한이 있는 팀장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오늘 이 비즈니스 케이스를 쭉 따라오시면서 아마도 마음 한 구석에 ‘나는 어떻게 하겠다’라는 결심이 서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두 전문가의 상반된 조언이 있지만, 어느 것 하나를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두 가지 상반된 의견은 매우 보완적인 관점을 제시해줍니다. 재채용 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하더라도, 이런 문화가 자칫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조직문화를 해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또 재채용을 결정했다 하더라로 하리가 다시 배신할 수 있는 가능성과 그에 대한 나름의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사한 상황이 다양한 조직에서 반복될 수 있는 만큼 여러분의 동료들과 함께 워크샵에서 혹은 자유로운 회의나 회식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꺼내놓고 논쟁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인사조직 & 재무회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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