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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혁신” “혁신” 외쳐서 혁신하는 회사 없다

나디아 젬바예바(Nadya Zexembayeva)
디지털
2020. 3. 31.
200327

혁신이란 단어가 등장한 지도 아주 오래됐지. 그 말 자체가 하나의 종교라고 봐도 될 정도야. 지금 판매되고 있는 혁신에 대한 책이 7만 권이라는 조사결과도 있어. 그걸 매일 20페이지씩 읽는다 쳐도, 다 보려면 2500년이 걸리겠지. 구글 검색 결과에는 20억 개가 나와.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서도 혁신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디지털 아티클 4858개와 케이스스터디 1만192개가 나온다구.

CEO들도 혁신을 되게 중요하게 생각해. 2019년, PWC가 ‘제 22회 글로벌 CEO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응답자 55%가 “혁신을 효율적으로 실행하지 못한다”고 응답했지. 혁신을 최우선적 과제로 본 거야. ‘2020 C-레벨 도전과제 리포트’는 “혁신문화 구축”을 전세계 기업인 740명이 선정한 가장 시급한 내부과제 TOP 3로 선정했고.

그런데 딱 한 가지 문제가 있어. 우리 리더들은 혁신을 좋아하는데, 직원들은 굉장히 질색한다는 거?

내가 안정적인 경영대학원 교수직을 떠나 경영혁신 컨설팅 회사를 차리고 만났던 첫 고객사 얘기를 해줄게.

그 회사는 글로벌 채광업체였어. 나는 그 회사에 애자일 문화와 혁신 문화를 심겠다는 꿈을 가지고, 최신 학계 연구 결과로 무장하고 나섰지. 그런데 작업장 한가운데서 어떤 라인 매니저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어. “이 양반, 경영진 회의에서 마약이라도 하고 왔나?”

그 이후에도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어. 어떤 다국적 소비재 기업의 연례 혁신 미팅에서는 참석자들이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더라구. “당신 같은 사람에게는 혁신만이 전부다. 우리에게 혁신이란 성과 없이 일의 양만 늘거나, 최악의 경우 일자리를 잃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이야.

사람들이 혁신을 얼만큼 두려워하는지는 데이터로도 확인해볼 수 있어. 토론토대 연구팀이 미국과 캐나다 국적의 대졸 출신 지식 근로자 1000명을 대상으로 ‘혁신을 대하는 자세’를 조사했지. 2개 국가에서 3개 연령집단(35세 이하, 35~44세, 45세 이상)에 대해 조사를 했는데, ‘혁신을 바란다‘는 응답 비율이 25%이상인 집단은 6개 중 2개에 그쳤어. ‘리스크를 감수하려는 의지’ 항목에서는 응답 집단 중에서 가장 높은 수치가 19%에 불과했고, 연령대에 따라 11%까지 추락했지.


해결책: 혁신이라는 말을 쓰지 마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다니엘 카네만은 60년 동안 사람들이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지를 연구한 사람이야. 카네만은 의사결정에 있어서 공포, 투쟁, 회피를 관장하는 ‘본능의 뇌‘가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내렸어. 그러니까, 아무리 리더가 선의를 가지고 혁신을 하자고 주장해도, 직원들은 그 말을 ‘위험! 위험!’이라는 경고 신호로 받아들인다는 거지.

그러므로 혁신의 ‘혁’자도 꺼내지 말고, 이노베이션의 I자도 꺼내지 마. 그대신 ‘연속성’과 ‘혜택’을 연상시키는 업계 용어를 활용하는 게 좋을 거야.

글로벌 제조업체 단포스(Danfoss)는 직원과 소통할 때, 혁신 프로세스를 '아이디어'라는 쉬운 단어로 불러. 모든 참가자들이 혁신적인 생각을 할 수 없더라도, 아이디어는 누구나 하나 정도 갖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었지. 비슷한 사례가 있어. 건축자재 공급 업체 노프인슐레이션(Knauf Insulation)은 사내에서 혁신이라는 말 대신 "재발명(reinvention)"이라는 말을 써. 뭔가 더 연속성이 있어 보이고, 사람들이 더 쓰기 쉬운 말이지. 다른 표현을 쓰는 회사들도 있어. 직원들한테 돌아가는 혜택을 생각하면서 적당한 이름을 붙이면 돼는 거야. ‘단순함’이라든가, ‘조직의 건강’이라든가, 아니면 ‘망하지 않기 위해서 해야할 일’이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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