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23일, 중국 정부는 우한시에 봉쇄 명령을 내렸습니다. 1100만 명에 달하는 우한 시민은 격리됐고 주요 고속도로가 모두 폐쇄됐습니다. 봉쇄는 무려 60일간 지속됐습니다. 그 누구도 이렇게 길어질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통제가 시작되자 곳곳에서 문제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우한시에서는 유통산업이 몸의 순환 시스템 역할을 합니다. 식재료와 생활필수품을 시내 곳곳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봉쇄 명령으로 주요 일상 생활용품 공급이 끊기자 매장 등 곳곳에서 사재기가 목격됐고 이후에는 감염을 우려한 시민들이 자택에서 숨은 듯이 지냈습니다.
우한시에 생활용품을 공급하는 막대한 과제에 직면한 중국 최대 유통사 알리바바와 제이디닷컴JD.com이 혁신과 유연성을 발휘해 2개월에 걸쳐 임무를 성공적으로 해결한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테크놀로지의 도입
알리바바는 자사의 디지털 물류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가장 먼저 대응에 나섰습니다. 알리바바는 봉쇄 결정 후 48시간 만에 중국 내 58개 도시에서 N95 마스크 등 의료 소모품 생산을 위해 춘제 기간에 공장을 재가동한 협력업체 중 기준에 충족되는 곳을 찾아냈습니다. 알리바바는 또 마스크와 손 세정제 등 필수 물자의 정기 배송 일정을 설정해 자사의 창고에서 우한으로 빠르게 배송하는 패스트트랙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이를 통해 이러한 필수 물자가 B2C 및 C2C 온라인 몰인 타오바오와 티몰에서 고정된 가격에 팔리도록 했습니다. 동시에 디지털 결제 시스템 알리페이AliPay 를 활용한 온라인 모금 캠페인을 벌여 8시간 만에 10억 달러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이전부터 알리바바의 물류 합자회사 카이니아오네트워크Cainiao Network와 알라비바의 경쟁사인 제이디닷컴JD.com은 아마존과 알파벳 등 해외 경쟁사의 중국 진출에 대비해 배송 서비스 신기술을 실험하고 있었습니다. 제이디닷컴은 2018년 무인 드론과 무인 자동차를 활용한 배송 실험을 시안시 외곽지역과 베이징시 하이덴구에서 각각 진행했습니다.
우한시가 봉쇄되자 온라인 유통사들은 사람을 투입하지 않고도 상품을 배송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했습니다.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었지만 제이디닷컴을 포함한 여러 유통사는 실험 중인 기술을 우한시에서 활용했습니다. 무인 스마트 자동차를 우한시 인근으로 이동시킨 뒤 현지 지도를 설치하고 750마일 떨어진 베이징시에서 원격 조종으로 우한시의 병원에 기부 물품을 조달하고 각 가정에서 구매한 상품을 배달했습니다. 텅 빈 거리는 오히려 스마트 기기를 실험할 수 있는 샌드박스로 안성맞춤이었습니다. 게다가 정부의 통제를 위반하지 않고도 치솟아 오른 수요를 감당할 수 있었습니다.
봉쇄령으로 인해 쌀, 밀가루, 식용유, 야채, 해산물 등 기본 식료품 수요가 급등했습니다. 오프라인으로 구매했던 소비자들이 하룻밤 사이에 온라인으로 몰려오자 중국의 e커머스 공급망은 인력 부족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알리바바의 식료품 전문 자회사 프레시포Freshippo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휴업 중인 레스토랑과 아웃렛 직원들을 고용했습니다. 제이디닷컴의 7프레시7Fresh 사업부도 이를 곧 따라 했습니다. 두 회사는 공급망과 물류에 대한 기초 지식을 쌓았던 덕분에 전자상거래의 특성에 대한 최소한의 훈련만으로 이들을 현장에 투입할 수 있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유통사들은 ‘재능 있는 경력직’ 덕분에 구색을 넓혔습니다. 7프레시는 요식업계 출신의 기간제 직원들의 도움으로 봉쇄 시간 중에 간편가정식을 다양하게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유사 사례로 음식 배달 플랫폼 슈퍼 앱인 MTDP는 배송 서비스의 취급 품목 범위를 일상용품으로 넓혔고 폭증하는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 7000여 개의 오프라인 매장과 제휴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