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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스타트업이 아마존과 경쟁하는 방법

탈레스 S. 테이세이라(Thales S. Teixeira)
디지털
2020.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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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은 새로운 기술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같은 고민에 빠집니다. 잠재력이 큰 혁신 기술을 만들면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거대 테크 기업의 주목을 받게 되는데요. 만약 그런 혁신 기술이 특허로 보호받지 못하는 상태라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IT 공룡들은 자금과 기술, 데이터와 인재 등을 활용해 무엇이든 그대로 복제해서 훨씬 더 좋은 제품을 내놓으려고 할겁니다. 사실 대부분 디지털 제품들이 이렇게 모방될 위험에 직면해 있지요.

최근 들어 IT 공룡들이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교묘하게 베껴서 생존을 위협하는 사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베끼는 방식도 매우 다양한데요. 우선 스타트업의 혁신 기능을 베끼는 겁니다. 스냅챗Snapchat이 24시간 후에 글이 사라지는 ‘스토리즈’ 기능으로 인기몰이를 하자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과 왓츠앱WhatsApp 같은 자사 제품에 똑같은 기능을 도입해 스냅챗에 강력한 일격을 날렸습니다. 페이스북의 모방 전략으로 인해 스냅챗의 이용자 증가세는 주춤했죠. 이후 스냅챗은 새로운 이용자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주가도 급락했습니다.

폼 팩터form factor(하드웨어 제품의 크기나 구성, 물리적 배열 등을 의미)를 통째로 베끼는 좀 더 악질적인 방식도 있습니다. 협업 메신저 서비스인 슬랙Slack은 수년간 이용자 수를 매월 5%씩 늘리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점차 서비스 이용률이 정체하더니 감소하기 시작했죠.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냐고요?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슬랙을 그대로 베낀 팀스Teams를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는 슬랙이 성공할 조짐이 있는지를 지켜보면서 4년을 기다렸다가 모방 제품을 내놓은 다음, 자사의 다른 제품에 통합했습니다.

세 번째 모방 전략은 틈새 제품을 베끼는 것입니다. 친환경 양털 신발을 개발한 올버즈Allbirds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으로 많은 충성 고객을 얻었습니다. 올버즈가 히트를 치자 아마존은 올버즈의 인기 상품을 거의 그대로 베껴 반값에 판매했습니다.

이처럼 IT 공룡들이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집어삼키는 상황이 반복되면 벤처캐피털들은 스타트업 투자를 망설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좌절하긴 이릅니다. 사업 초기에 이런 위기를 잘 넘겨서 IT 공룡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상당한 규모로 성장한 스타트업들도 많습니다. 이렇게 살아남은 기업은 단순히 운이 좋았거나 IT 공룡들이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아서 성공한 게 아니냐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고유의 강점을 잘 활용했기 때문에 성공했습니다. 전략적으로 모방할 수 없는 혁신을 만들어낸 겁니다.

웨이페어Wayfair는 가정용품과 가구를 판매하는 대형 전자상거래 업체입니다. 저는 2014년에 공동 집필한 하버드 케이스에 웨이페어가 200여 개의 틈새 제품 웹 사이트를 인수해 하나의 통합된 브랜드로 탈바꿈시킨 과정을 소개하면서 웨이페어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니라지 샤Niraj Shah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당시 아마존은 웨이페어에 지속적으로 위협적인 경쟁사였는데요, 웨이페어는 몇 년에 걸쳐 아마존에서 실현한 유용한 기능들을 구현해 냈고, 아마존 개발자들도 웨이페어의 기능을 베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마존이 웨이페어를 따라 하지 못한 게 딱 한 가지 있었습니다. 바로 판매하는 가구와 제품의 사진을 직접 찍어 올리고 크기를 측정해 고객에게 알려주는 서비스였죠. 이는 웨이페어만의 큰 강점이었습니다. 소비자는 웨이페어가 제공한 상세 정보 덕분에 인테리어 제품을 시각적으로 쉽게 떠올리며 구매 계획을 짤 수 있었죠. 웨이페어는 아마존과 차별화된 상세 정보를 제공하면서 고객을 유치했습니다. 반면 아마존은 계속해서 제조 업체가 제공한 사진만을 게시했습니다. 참고로 웨이페어는 5년 동안 연평균 49%라는 경이적인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아마존은 26%에 그쳤습니다. 

아마존은 왜 웨이페어처럼 다양한 사진을 제공하지 않았을까요? 그 이유는 규모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아마존이 판매하는 상품은 30억 개에 달하지만 웨이페어는 1400만 개에 불과하거든요. 아마존이 자체적으로 제품 사진을 찍으려면 관련 인프라가 필요하고 추가 비용이 듭니다. 특히 아마존의 매출 절반 이상이 입점 업체가 독립적으로 마켓에 올려 판매하는 제품들에서 나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마존이 일일이 자체 사진을 찍는 것은 부담스럽죠. 게다가 웨이페어의 방식을 제대로 따라 하려면 새로운 제품을 추가하고 준비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파는 가게’를 추구하는 아마존의 성장 속도는 늦춰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진이 많아지면 웹 사이트 로딩 속도가 느려지고 시각적으로도 어수선해질 수 있습니다. 아마존은 웨이페어를 그대로 베낄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는 그런 방식이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죠.

온라인에서 여성복과 아동복을 판매하는 주릴리Zulily는 아마존과 경쟁할 또 다른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대형 유통 기업이 절대 따라 하지 않을 기발한 방법을 말이죠. 아마존은 끊임없이 고객 중심 전략을 내세웁니다. 그 덕분에 고객은 저렴한 가격과 빠른 배송, 훌륭한 고객 서비스를 누릴 수 있죠. 하지만 소매업 특성상 고객 맞춤 서비스를 우선할 경우, 공급 업체에 비용을 전가하게 됩니다. 결국, 아마존의 공급 업체들은 많은 부당한 요구를 감내해야 하죠. 아마존이 결제금 지급을 보류하는 것은 다반사고, 이런 결정조차 독단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아마존은 공급 업체의 제품을 그대로 베끼고 더 싼 값에 파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망하는 업체들도 있죠.

주릴리는 아마존과 정반대의 길을 택했습니다. 공급 업체에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대량 구매를 약속하며, 공정한 매입 가격을 제시한 겁니다. 그 결과, 시장 규모가 훨씬 큰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대신, 스타트업인 주릴리와 독점 공급 계약을 맺는 공급 업체들이 많아졌습니다. 그 덕분에 주릴리는 다른 쇼핑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참신하고 독특한 제품들을 판매할 수 있었죠.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주릴리의 매출은 연평균 161%나 증가했습니다. 홈쇼핑 채널 QVC와 HSN의 모기업인 큐레이트Qurate에 인수될 때까지 주릴리는 눈부신 성장세를 이어갔고, 하버드 케이스에 따르면 2015년에는 무려 24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온라인 쇼핑이 아닌 다른 IT 산업도 살펴볼까요? 드롭박스Dropbox는 사업 초기에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업 소프트웨어 판매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몇 년째 직원 수가 수십 명에 불과한 작은 스타트업이었던 드롭박스는 기업의 CIO(최고 정보 책임자)와 CTO(최고 기술 책임자) 등을 대상으로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를 판매할 영업팀이 없었습니다. 대신 드롭박스는 개인 고객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했죠. 그러자 드롭박스를 업무용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개인 고객들은 CIO와 CTO 등 자신의 상사들을 설득해 기업용 드롭박스 서비스를 구매했습니다. 이와 같은 드롭박스의 기업 서비스는 하버드 케이스로도 다뤄졌죠. 드롭박스는 개인 소비자를 일종의 트로이 목마로 사용한 셈입니다.

마치 유도 기술처럼 작은 도전자가 훨씬 큰 상대의 덩치와 힘을 지렛대로 삼는 전략은 스타트업에 유망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도 계속해서 통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IT 공룡들이 스타트업의 제품을 베끼는 대신 독립된 경쟁 업체를 세울 때도 있거든요. 물론 공룡들의 자회사가 제품을 그대로 베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거대한 ‘항공 모함’과 직접 대치하기보다는 독립된 전투기와 싸우는 편이 훨씬 수월할 수 있습니다. 틱톡TikTok은 짧은 음악을 넣은 영상을 공유하는 앱으로, 페이스북이 부모님과 조부모님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젊은 세대를 공략해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페이스북은 틱톡과 거의 동일한 형태의 독립 앱인 라소Lasso를 출시했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죠.

또 다른 대응 방법으로, IT 공룡들은 위협이 될 만한 스타트업 인수에 나서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업을 인수한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인수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인수 전략은 점차 고려 사항에서 제외되기도 하죠. 스냅챗은 페이스북의 인수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슬랙을 인수하려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두 사례에서는 스타트업 창업자와 투자자들이 모두 인수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아마존은 IT 공룡 중에서도 인수 전략을 꺼리는 기업으로 유명하죠. 지금까지 아마존은 외부 기업을 인수하기보다는 사내 벤처 육성을 선호해 왔습니다.

저는 스타트업에 다양한 성공 전략을 조언할 때 여러 질문을 던집니다. 스타트업이 IT 공룡들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동시에 제품 모방을 막으려면 아래와 같은 문제를 꼭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1. 상대 기업이 성공을 좌우할 만한 뚜렷한 강점을 지니고 있는가?
2. 고객에게 가치 있는 특정 제품(틈새 제품, 기능, 또는 방식)을 찾을 수 있는가? 상대 기업이 앞서 언급한 강점을 지닌 경우, 이러한 제품을 공급하는 데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은 없는가?
3. 새로운 제품을 모방할 경우, 상대 대기업의 주요 사업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
4. 제품이 시장에서 주목을 받게 된다면 IT 공룡들이 제품을 모방하거나 경쟁하는 데 강점을 발휘하지 않고 순순히 물러날 것인가?

위 질문에 ‘예’라고 답할 수 있다면, 이미 IT 공룡들의 노골적인 모방 전략을 막아 내고 성공할 방법을 찾았는지도 모릅니다. 물론 어떤 전략도 영원히 효과적일 수는 없습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쉽게 모방할 수 없는 혁신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는 게 가장 중요하겠죠.

이 글에 귀중한 조언을 아끼지 않은 랑드로 기소니Leandro Guissoni, 마크 힐Mark Hill, 그레그 피코타Greg Piechota, 헴 수리Hem Suri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탈레스 S. 테이셰이라(Thales S Teixeira)는 디지털 혁신 및 변화 컨설팅 회사인 디커플링.co(Decoupling.co)의 공동 설립자이며, 하버드경영대학원에서 10년간 교수로 재직했다. 저서로는 <디커플링>이 있다.

번역 송이루 에디팅 이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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