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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뛰어난 리더는 시련을 즐긴다

디지털
2020.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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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레스토랑 회사를 운영합니다. 그런데 사업이 힘든가 봅니다. 운수 노조 파업 때문에 빈 테이블만 가득한 지 한 달, 그렇게 겨우 버텼더니 코로나바이러스가 미 전역을 강타하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아예 끊겼다고 하네요. 물론 친구 회사만 어려운 것은 아니겠죠. 요즘 전 세계 어디를 둘러봐도 힘들지 않은 기업을 찾기 어렵습니다. 시장의 굴곡에 치이는데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까지 닥치면서 전례 없는 불확실성의 물결에 어떡하든 휩쓸리지 않기 위해 다들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수년 동안 어떻게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역량을 키울까 연구했습니다. 미지의 세계 앞에 놀란 채로 물러서지 않고 되레 가능성과 기회를 움켜쥐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여러 혁신가와 창업자, CEO, 노벨상 수상자를 연구하면서 이들이 미지의 영역을 어떻게 돌파해 나가는지를 배웠습니다. 기업 인사와 전문가만 만난 게 아닙니다. 응급구조사, 도박사, 서퍼, 스타트업 투자자까지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저는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역량은 후천적으로 학습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타고나는 면도 없지는 않습니다만, 이른바 ‘불확실성 역량(uncertainty capability)’이 있으면 남들보다 더 창의적이고, 더 성공할 가능성이 높고, 불확실성을 기회로 승화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저는 불확실성 역량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과도한 압박이나 뜻밖의 상황에 대처하는지를 오랫동안 연구했습니다. 그리고 그 연구 결과를 힘들어하던 제 친구에게 전해주었죠.

제 얘기 중에서 친구가 가장 깊은 인상을 받은 대목은 바로 좌절(frustration)과 프레이밍(framing)입니다. 2016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중한 명인 베르나르트 페링하(Ben Feringa) 네덜란드 흐로닝언대 박사는 “불확실성을 해소하려 한다면 실패는 예정된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인터뷰 당시 페링하 박사의 씁쓸한 얼굴만 봐도 그에게 노벨상의 영예를 안겨준 분자 기계(molecular machine)1 가 탄생하기까지 그가 얼마나 많은 실패를 거듭했는지 절로 짐작할 수 있었죠. 그런데 페링하 박사는 실패에 닥치면 몇 시간이든, 며칠이든 온전히 좌절감을 느끼라고 하더군요. 그다음에 실패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고, 내가 나아가야 할 다음 단계가 무엇일지를 자문하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려면 좌절하지 않고 불확실성에도 꺾이지 않는 근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페링하 박사는 상황을 프레이밍함으로써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행동 과학 연구에 따르면, 주어진 옵션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우리 행동도 크게 달라집니다. 가령,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유일한 비경제학자인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교수와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 교수의 이론을 보면 우리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택지가 주어질 때 손실은 회피하고 이득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실패율이 5%인 1번 선택지와 성공률이 95%인 2번 선택지가 있을 때, 예외 없이 2번(95%의 성공률)에 몰린다는 설명이죠. 물론 프레이밍 자체가 편향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에게 큰 이득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필자의 연구에 응했던 사람 대부분은 프레이밍의 대가들이었습니다. 눈앞의 장애물을 보다 수월하게 뛰어넘을 수 있는 방식으로 상황을 규정하는 데 탁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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