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CEO들은 미국 경제에 대해 계속해서 같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경기 침체가 다가오고 있지만 노동시장의 강세는 지속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경영진은 이렇게 불확실한 시기에는 비용과 일자리를 줄이는 데 집중하는데, 이와 반대로 고용 시장이 경쟁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팬데믹과 인플레이션, 급격한 금리 인상과 잇단 은행 파산 사태에 이르기까지 최근 몇 년간 연이은 충격을 겪고서도 회복 조짐을 보이는 미국 경제의 복잡성에는 이런 인지 부조화가 기저에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있는 비영리 경제 조사 기관 콘퍼런스보드(Conference Board)가 지난 5월 발표한 CEO 경기신뢰지수에 따르면 많은 CEO가 향후 12~18개월 안에 미국이 경기 침체를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경기 침체가 짧고 얕게 진행돼 전 세계로 파급되는 정도는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지난 분기와 마찬가지로 CEO 87%가 이런 시나리오를 예상했고, 6%는 글로벌 파급 효과를 동반한 극심한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고 봤으며, 경기 침체가 전혀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 응답자는 7%였다. CEO들의 전반적인 비관론은 경기신뢰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는데 올해 2분기 42점으로, 지난 1분기의 43점보다 낮아져 팬데믹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콘퍼런스보드의 CEO 경기신뢰지수는 미국 비즈니스협의회 회원인 CEO 약 150명을 대상으로 분기별로 설문 조사를 실시해 산출한다. 지수가 50점 미만이면 향후 경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CEO가 더 많다는 뜻이다.
지난 설문 조사에서 CEO들은 연준의 인플레이션 방지 노력이 미국의 경기 침체를 짧고 완만하게 이끌 것으로 예상했다. CEO들은 경기 침체와 은행 위기가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여전히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CEO의 82%는 연준의 통화 정책 결정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인플레이션을 꼽았다. 견고한 노동시장(49%), 은행권 스트레스 및 신용 경색 가능성(43%), GDP 성장률(28%), 부채 한도 불확실성(1%) 등 연준 정책에 미치는 다른 영향은 인플레이션만큼 중요하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소비자 인플레이션에 대한 일반적인 지표가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훨씬 웃돌고 있고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높아질 위험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런 견해는 타당하다.
CEO들은 은행 위기가 장기화하는 상황을 느긋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이며 은행 위기가 대규모 경기 침체를 촉발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생각했다. 이번 설문 조사에서 은행 위기에 대한 대응책을 묻는 질문에 CEO의 28%만이 회사의 유동성을 늘리고 있다고 답했으며, 17%는 은행과의 자금 조달 관계를 바꾸고 있다고 답했다. 대부분의 CEO는 위기 여파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과감한 조치를 취하는 대신 그저 관계를 검토하는 데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2%는 거래 은행과의 관계를, 28%는 자체 리스크 관리, 33%는 고객사의 유동성 적정성, 30%는 공급 업체의 유동성 적정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