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산업만큼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산업도 없다. 수영복에서 웨딩드레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이 ‘탄소중립’, ‘유기농’, 또는 ‘비건’이라며 판매된다. 버섯으로 만든 요가 매트와 사탕수수로 만든 운동화도 찾아볼 수 있다. 지구환경을 구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라면서 재활용, 재판매, 대여, 재사용 및 수리를 내세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지난 25년간 패션 산업에서 해왔던 모든 실험과 혁신 활동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이는 데 실패했다. 이러한 자발적인 노력이 기후변화와 사회가 직면한 여러 과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해 주길 바랐겠지만 말이다.
패션 산업에서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이려던 노력이 왜 실패했는지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왜 지속 가능한 패션이 지속가능하지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환경 영향 Environmental Impact
패션 산업이 환경에 얼마나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상당하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패션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퍼져 있고, 다층으로 이뤄진 공급망은 상당히 복잡하게 형성돼 있다. 무역 자유화, 세계화, 지속적인 비용 압박으로 인해 생산 공장을 직접 소유하는 브랜드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은 상품의 최종 생산을 위탁할 뿐이다. 환경 과학자 린다 그리어(Linda Greer)는 "자사의 제품이 어디서 생산되는지 아는 브랜드는 매우 드물다”라며 “심지어 그중에서도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공급 업체들과 활발한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은 찾기 힘들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복잡성으로 인해 패션 업계가 미치는 탄소 영향 범위는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4% (맥킨지와 글로벌 패션 어젠다 조사)에서 10% (유엔)까지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