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 근무를 활용해 전 세계 다양한 지역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여행하고 생활하는 라이프스타일인 디지털 노마드족은 기술 전문직뿐만 아니라 자녀가 있는 가족부터 은퇴자까지 다양한 계층과 직종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2023년 미국 근로자 중 1700만 명 이상이 디지털 노마드로 이는 2019년 대비 131% 증가한 것이다. 이들 중에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도 있다. 팬데믹 이후 많은 국가에서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쉽게 취득할 수 있게 된 것도 이러한 증가세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는 팬데믹 이후 늘어난 근무지 유연성과 원격 근무 차원을 훨씬 뛰어넘는다. 선진국에서는 많은 사람이 이전 세대가 추구했던 “좋은 삶”의 기준에 회의를 가지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자기 소유의 집과 오전 9시에 출근해 5시에 퇴근하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이상적인 삶의 기준이었다. 하지만 일자리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불안정해진데다 주거 및 교육, 생활비가 점점 더 비싸지면서 많은 사람이 주택 소유나 ‘9 to 5’ 근무와 같은 안정성의 상징을 비현실적이거나 바람직하지 않다고 느끼게 됐다. 디지털 노마디즘digital nomadism은 무거운 주택담보대출 이자 부담과 자동차와 같은 수많은 소유물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대신 생활비가 저렴한 국가에서 거주함으로써 소득을 극대화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