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규모와 확장scaling, 즉 사업 규모를 늘리는 것이 스타트업과 기업 세계에서 성배처럼 여겨져 왔다. 많은 사람이 규모를 확장하지 못하면 암묵적으로 실패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더 큰 것이 나은 것을 의미하며 크지 않으면 실패라고 생각한다. 필자들이 아는 한 기업가는 인기 있는 소셜네트워크를 설립했지만 이를 주요 소셜네트워크로 성장시키진 못했다. 한동안 그는 수백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같은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으나 막상 자신의 사업은 실패했다고 여겼다. 필자들은 디자이너 의류 및 액세서리 구독 플랫폼 렌트 더 런웨이Rent the Runway의 실험에 대한 책을 쓴 적이 있다. 이 사업은 실물 자산을 빌려야 하는 내재적 한계로 인해 "실제로 충분히 확장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우리 모두 규모에 대한 의문이 왜 제기됐는지 그 동기를 이해한다. 그러나 왠지 이러한 비판이 어딘가 잘못됐다고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대놓고 말할 수 있을까? 무엇 때문에 더 큰 것이 항상 성공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저명한 경제학자 에른스트 슈마허는 그의 저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 또한 이러한 모순을 지적했다. 확장이라는 개념의 핵심에는 결함이 있다. ‘더 큰 것이 더 낫다’는 주장을 명쾌하게 표현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규모’라는 개념의 뿌리를 되돌아보면 기존의 통념이 놓치고 있는 부분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규모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
우리가 확장에 대해 갖고 있는 아이디어 중 상당수는 애덤 스미스Adam Smith가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에서 설득력 있게 주장한 분업, 전문화 등 기본적인 경제사상에 기반을 두고 있다. 프랑스의 한 핀 공장에 대한 묘사로 이 고전의 서두를 연 스미스는 분업이 전례 없는 효율성을 낳고 확장이 생산량을 증가시킨다고 주장한다. 스미스의 예에서 노동자 한 명은 철사를 당겨 핀의 몸통을 만들고 다른 노동자는 머리 부분을 망치로 두드리는 등 분업을 통해 한 사람이 혼자서 생산할 수 있는 것보다 몇 배나 많은 핀을 생산할 수 있다. 이 접근은 장점이 분명해 보이며 공장의 규모가 클수록 더 나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