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은 기업 이사회 구성과 임기에 대한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파산 당시 SVB 이사회 12명 중 5명은 재직 기간이 3년이 채 되지 않았고 이 중 3명은 1년을 넘기지 못했다. 반면 7명은 13년 이상 근무했으며 은행업 경험이 있는 이사는 파산 직전 몇 달 전 임명된 토마스 킹뿐이었다.
이는 이사회에 업계와 회사 관련 경험이 부족하면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으며 오래 재직한 이사가 있다면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문제다. 장기 재직한 이사는 시간이 지나면서 안일해지거나 CEO의 편에 서게 될 위험도 있다.
그렇다면 회사는 독립 이사를 오래 유지해 제도적 경험을 쌓아야 할까 아니면 이사를 자주 교체해 권력 집중을 막아야 할까? 2021년 우리는 S&P 1500 기업의 15년 이상 데이터를 분석해 이 질문을 탐구했다. 그 결과 이상적인 이사회 구성은 균형에 달려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임기 제한의 함정
미국 외 시장 참여자와 규제 당국은 독립 이사의 임기 제한을 자주 도입해 왔다. 미국에서는 명시적 제한은 없지만 이사가 고정된 임기를 가지되 임기 시작 시점을 달리해 모든 이사의 임기가 동시에 끝나지 않는 계단식 이사회 임명 방식이 사용돼 왔다. 캘리포니아 공무원 연금California Public Employees' Retirement System과 같은 주요 기관투자가는 이사가 12년 이상 재직하면 독립성이 약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산운용사인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State Street Advisors는 임기 문제를 이유로 수백 명의 이사에 반대투표를 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은 평균 임기에 대한 목표치를 설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