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에도 불구하고 현재 주요 자동차 회사 중 그 누구도 시장 선두주자이자 전기차와 거의 동의어가 된 테슬라에 별다른 위협이 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건 놀라운 일입니다. 연 매출 1000억 달러 이상에 풍부한 제조 전문성, 높은 시장점유율까지 가진 회사가 전기차 시장으로 관심을 돌렸다면 누구나 게임은 끝난 거라고 예상했을 테니까요.
아우디의 이트론 같은 제품이나 GM의 뷰익, 캐딜락, GMC, 그리고 쉐보레에서 나온 매력적인 전기차보다 소비자들이 여전히 테슬라를 선택하는 이유는 놀라울 정도로 단순합니다. 그건 테슬라를 몰고 장거리 주행을 할 때 충전소를 쉽게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기 때문이죠. 기존의 자동차 업체들이 여전히 완벽한 전기차를 만드는 것에만 몰두하고 있는 반면, 테슬라는 소비자들이 주행할 때 갖는 핵심 문제를 해결하려고 자동차 시스템 전체를 고민하고 있었던 거죠.
플랫폼으로서의 자동차
자동차는 주행할 때 가치를 창출하지만 그러려면 연료 보급이 필요하죠. 휘발유 자동차나 트럭 제조사들은 이걸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주유소는 미국에만 16만 개 이상에 달하고, 또 접근이 쉽거든요. 따라서 그들은 제품, 가격, 유통, 프로모션 같은 마케팅의 기본 요소를 중심으로 전략을 짰습니다. 품질 좋은 승용차와 트럭을 만들고,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괜찮은 가격에 적절한 시장에 그걸 내놓으면, 제품은 팔릴 거라는 겁니다.
하지만 전기차에는 다른 가치 분석을 적용해야 합니다. 전기차 충전소, 즉 급속 충전 설비는 초기 단계로, 미국에 단 4000곳만 있는 상태죠. 더구나 이용 가능한 충전 네트워크는 소유권과 기술에 따라서 호환 여부가 달라집니다. 테슬라 다음으로 큰 네트워크는 테슬라 규모의 10%밖에 되지 않습니다. 테슬라를 구입하지 않는다면 급속 충전 충전소 이용이 보장된 주행 경로를 짜는 데 선택권이 거의 없게 되는 겁니다.
따라서 전기차는 양면의 플랫폼 제품입니다. 즉, 회사 입장에서는 다수의 고객 기반이 있어야 하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지리적으로 분산된 급속 충전소라는 대규모네트워크가 필요한 거죠. 전기차를 판매하려면 강력한 충전 네트워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대규모 충전 네트워크 구축에 투자한다는 건 충분히 큰 규모의 사용자 기반과 그 충전소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경우에만 합리적이죠. 테슬라는 그런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머지 회사들의 네트워크는 터무니없는 수준이죠. 왜 이런 일이 왜 일어났을까요? 테슬라의 역사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