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로 인해 사실상 전 세계 모든 분야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시장과 사회가 혼란에 빠지고 가짜 뉴스가 횡행하기도 하죠. 비즈니스 협상 분야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전 세계 50개 이상의 대형 프로젝트와 관련한 협상에서 ‘적대적 이해관계자(adversarial stakeholder)’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소셜미디어가 큰 역할을 하는 일이 잦았고 궁극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지 여부와 프로젝트 스케줄, 조건까지 좌지우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로 정보 혁명이 일어났는데도 협상 분야는 딱히 이를 의식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협상 분야의 사각지대라 할 수 있죠. 우리 연구팀이 사회 윤리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소셜미디어를 잘 활용한다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거나 최악의 사태를 모면할 수 있다고 보는 까닭입니다.
협상 분야에서 기성세대는 보통 소셜미디어의 힘을 피해야 할 것으로 취급하지 적극적으로 이용할 생각은 하지 못합니다. 최근 연구팀과의 인터뷰에서 존 케리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은 과거 참여했던 미-이란 핵 합의 및 미-쿠바 국교 정상화 협상을 거론하며 “[소셜미디어와]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소셜미디어 때문에 협상을 더 비밀스럽고 은밀하게 진행하게 됐다”고 덧붙이기도 했죠. 정치인만 그럴까요. 비즈니스 협상 책임자도 마찬가지로 소셜미디어를 되도록 무시하거나 회피하려 애씁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비즈니스 마케팅과 고객 서비스 부문에서 소셜미디어로 인한 변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온 모습과 퍽 대조적입니다.
디지털 혁명에 대한 협상 이론을 보면 기존 관행을 어떻게 새로운 채널에 맞춰 바꿀 것인지를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심리학자 할 모비우스(Hal Movius)나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 디팍 말호트라(Deepak Malhotra)의 효과적 전술로서의 줌 활용 연구를 생각하면 상당히 유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핵심 포인트는 놓치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는 단순히 새로운 도구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역량이자 패러다임입니다. 이 때문에 비즈니스와 문화, 정치, 외교에서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면 인터넷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현재 새로운 변화가 협상 분야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미지의 영역으로 남은 실정입니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설득하기
협상 전문가는 하루라도 빨리 디지털 시대를 개척하는 방법, 디지털의 무한한 잠재력, 좋은 프랙티스, 흔히 빠지는 함정에 대해 배워야 합니다.
특히나 디지털 공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동맹을 결성하거나, 회복탄력성 등을 선제적으로 발굴함으로써 와해적 변화에 대비해야 합니다. 주요 취약점을 파악하고 공격받을 만한 거리를 줄여 논란을 사전에 차단해 거래를 무산시킬 요소도 제거해야 하죠. 다른 협상 관련자를 파악하거나, 움직이고, 동원하고, 중립으로 끌어들이는 등의 행위를 할 때는 구체적인 프라이버시나 윤리 관련 우려 사항을 숙지하고 준수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명성과 정당성이 훼손되고 역효과를 초래합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에는 새로운 협상 전략이 요구됩니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협상 분야의 모든 게 빠짐없이 변하고 있기 때문에 이른바 '3차원 종합 접근법'을 도입해 기존과 협상 과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파악하고 대응하는 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특히 지금같이 고도로 연계되고 밤낮의 경계가 무너지는 세상에서 협상을 하다 보면 직접적인 협상 참여자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참여해 협상 국면이 바뀌는 일이 흔히 일어납니다. 필승 전략이라면 전통적인 협상 테이블에서 펼치는 전술(1차원)과 협상 타결의 구체적 설계안(2차원), 협상장 밖 주요 움직임에 대한 대응(3차원)이 모두 아우러져야 합니다. 우리 연구팀이 3차원 종합 전략을 인터넷 시대에 맞게 살펴본 바에 따르면 소셜미디어는 다음 네 개 측면에서 협상 효과를 증대시키는 것으로 확인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