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창업, 전직 등 퇴사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커리어를 시도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다양한 동기가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원격 근무와 유연 근무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는 특히 일과 삶의 균형 등 개인에게 중요한 우선순위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됐다. 그런가 하면 예전부터 간절히 원했지만 두려워 망설인 일에 “한 번뿐인 인생”이라며 도전하는 욜로(YOLO)족으로 거듭난 이들도 있다.
다음 세 가지 사례는 코로나19로 일의 본질에 대한 생각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보여준다. 시류에 편승해 인생이 송두리째 바뀔 수도 있는 결단을 내리기 전에 돌다리부터 두들겨 보는 것은 어떨까? 팬데믹을 계기로 얻은 교훈을 무시하라는 말이 아니라 뻔한 편견에 갇히지 않았는지 심사숙고해 보자는 것이다. 우리는 되돌아올 수 없는 갈림길에 서 있으니 말이다.
왜 결정에 신중해야 하는가
인간의 의사결정은 완벽하지 않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허버트 사이먼(Hebert Simon)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의사결정이 완전히 합리적인 과정은 아니라고 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제한된 정보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또 다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행동경제학의 창시자인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와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인간이 내리는 결정이 생각의 편향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타깝게도 인간의 사고는 운명의 변곡점에서조차 인지 편향의 함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같은 조직에서 일하는 매니저 두 명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둘 다 이직을 고려하고 있었다. 제이슨(가명)은 집에서 일하는 게 훨씬 능률이 높다며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무•직업으로 바꾸길 희망했다. 반면 헬렌(가명)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기 힘들고 팀에서 혼자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 소외감과 단절감을 떨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야박하게 평가하자면 둘 다 '남의 떡이 커 보이는’ 사례였다. 제이슨과 헬렌 모두 각자 처한 상황에서 겉으로 두드러진 부분에만 초점을 맞췄다. 두 사람 모두 전체적인 그림을 볼 필요가 있다. 각자 시간을 투자해 자신에게 주어진 근무 환경의 장단점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절대적으로 이익이 되거나 절대적으로 손해만 보는 이직이나 전직은 없다. 각각 장점이 있지만 치러야 할 대가도 있다. 어려운 결정인 만큼 등잔 밑만 볼 것이 아니라 보다 너른 시야에서 객관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물론 상황이 녹록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일을 겪게 되면서 심리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관련 통계를 보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정신 건강이 악화됐고 의사결정에도 큰 영향을 받았다. 얼마 전 면담한 매니저 크리스(가명)는 사표를 내고 새로운 일을 찾기로 했다고 터놓았다. 더는 의욕도 없고 맡은 일에 집중도 안 되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무의미하고 지루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예상되는 커리어를 생각해봐도 전혀 즐겁지 않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크리스와 이야기할수록 그가 걱정하는 것이 지금 하는 일이 아닌 정신 건강이라는 사실이 뚜렷해졌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정신 건강이 나빠진 직장인이 많아졌는데 크리스도 그중 한 명이었다. 다행히 크리스의 경우 가족과 상의한 덕분에 자신이 엉뚱한 데서 불만의 원인을 찾고 있으며 공허한 마음과 무언가 놓치고 있다는 불안감을 달래는 데 퇴사가 딱히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게 됐다. 또한 실제로 회사를 나가면 그동안 믿고 의지하며 자신을 지지해주던 인맥을 잃게 될 수 있다는 점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