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은 흘러넘치지만 기회는 적다. 기회를 잡기 위한 혁신적 투자에 대한 가치평가가 중요해졌다. 저금리 상황이 일반화되면서 성장에 대한 초점은 더욱 강화됐다. 부채 조달 비용이 저렴해지자 자본 투자에 대해 투자자들의 인내심이 커졌다. 심지어 당장 수익성이 없어도 성장에 대한 약속만으로 투자자들에게 기업 가치를 충분히 설득할 수 있었다.
이제는 상황이 바뀌고 있다. 이자율 상승과 세계 중앙은행의 유동성 축소에 따라 초점은 점차 수익으로 옮겨가고 있다. 투자자들이 비합리적 과시 성향과 포모(FOMO) 증후군, 즉 다른 사람들 모두가 누리는 좋은 기회를 놓칠까 걱정하고 불안한 마음에서 벗어나 수익성을 우선하는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미래의 성장 가치에 기반한 기업에 도전 과제가 될 것이다. 과거에는 아담 노이만 CEO가 이끌던 위워크와 같은 기업이 좋지 않은 재무 상태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언변과 미래에 대한 약속만으로 주목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자본비용이 증가하고 유동성이 축소되면서 필연적으로 더 엄격한 잣대가 적용될 것이다.
환영할 만한 변화일 수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매료되고 테크 대기업의 천문학적인 가치평가와 현금 창출에 사로잡힌 나머지 많은 기업이 디지털 확장 전략에 착수했다. 기술 플랫폼 기업들을 보면 “이윤에만 초점을 맞추면 기업이 망할 수 있다”는 오래된 격언이 떠오른다. 성장과 규모 확대가 엄청난 미래의 부를 약속해주기에 눈앞의 수익에 대한 압박을 떨쳐냈던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옳았다.
문제는 테크 대기업들이 고유한 이점을 누리고 있었고 문지기 역할을 하며 막대한 힘을 발휘했다는 점이다. 그들은 좀처럼 모방하기가 어렵다. 그 덕에 용감한 혁신이 생겨나기도 했지만 플랫폼 소유자나 생태계 조정자가 될 것이라 주장하는 몇몇 회사를 인수함으로써 테크 대기업의 접근법을 겉으로만 모방하려는 일부 움직임도 나타났다. 세계 기업들은 앞다퉈 AI 인증을 자랑하고 메타버스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차세대 플랫폼임을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