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고 비공개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440억 달러 규모 거래를 진행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다사다난한 한 주였다. 정리 해고와 사임으로 트위터 직원 수는 대략 절반으로 줄었다. 트위터 블루(Twitter Blue) 출시를 비롯한 회사의 주요 변화는 즉시 중단됐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위한 새로운 비전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머스크가 트위터의 전략을 변경해 자신이 운영할 수 있는 회사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기존 회사의 전략적 방향을 바꾸는 것은 까다로운 경영 난제 중 하나다. 맥킨지에 따르면 이런 도전의 70%는 실패한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뒤 첫 달 동안 일어난 격변은 트위터에서 일어날 일의 시작에 불과하다. 머스크는 새로운 전략을 세우고 이 전략을 중심으로 트위터를 재구성해야 한다. 쉽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대대적인 변화의 선례가 있다. 1997년 스티브 잡스는 애플에 복귀한 후 역사적 전환을 이뤘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만큼이나 당시에는 단기적으로 소란스럽고 고통스럽우며 많은 논란을 불러온 일이었다. 잡스의 결정을 살펴본다면 전략적 변화를 고려 중인 트위터 경영진에게 지침이 될 수 있다. 어쩌면 머스크 자신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데 트위터의 격변은 미래 생존에 대한 위험 신호등을 켤 수 있다는 점에서 애플 사례와는 다르다.
머스크 이전에 트위터는 다양한 사람과 시간대를 아울러 명확하게 정렬된 전략이 있었다. 트위터는 창립 초기부터 다른 무엇보다 단순성에 중점을 뒀다. 트위터의 선택들은 그 전략과 잘 정렬돼 있었다. 트윗은 트위터 서비스에서 변하지 않는 핵심으로 2006년부터 본 모습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단순성에 중점을 둔 전략은 트위터 문화에도 반영됐다. 트위터 창립자 3인 중 한 명인 이브 윌리엄스(EvWilliams)는 “첫 1~2년 동안 우리는 새로 추가된 기능만큼 많은 기능을 덜어냈다”고 회상했다. 이 접근 방식은 이후로도 지속됐다.
그러나 이 전략은 단점도 분명했다. 트위터는 미지근하고 느릿느릿하게 신제품을 선보였다. 변화에 저항하고 혁신을 기피했다. 단순성이라는 목표에 정렬돼야 하기 때문에 변경과 추가 사항이 지속되기 어려웠다. 트위터는 동영상 공유 앱 스쿼드, 팟캐스트 앱 브레이커, 뉴스레터 앱 레뷰 등 60여 개 기업을 인수했지만 지금의 트위터를 보면 그 사실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이런 식의 정렬은 트위터를 정체시켰다. 머스크와 주요 주주들은 이 전략 때문에 트위터가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기존 전략의 효과적인 정렬로 인해 새로운 전략의 구현이 어려워지고 있다.
재정렬을 관리하는 법
전략적인 변화는 골치 아픈 오정렬(misalignment) 기간을 통과하는 괴로움을 반드시 수반한다. 이 기간에 기업은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못하게 되는 한편, 새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만큼 갖춰지지는 못한다. 한마디로 미숙한 상태다. 대다수 CEO가 실수하는 때가 바로 이 기간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해야 할 일을 훼손하면서까지 단기적인 고통을 덜어보려다가 오정렬 기간을 연장시키고 전환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불러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잡스가 좋은 모델을 제시해준다. 1997년 애플로 복귀한 잡스는 사용이 간편하고 미적으로 매력적인 제품을 추구하는 전략으로 전환했다. 이 전략이 마침내 성공한 이야기는 비즈니스 전설이다. 하지만 이 성공 스토리의 진가는 바로 잡스가 낡은 전략을 새로운 전략으로 전환하는 기간을 잘 관리해낸 방법에 있다.
1985년 잡스가 애플을 떠난 후 애플은 차별화되지 않은 회색상자(컴퓨터)를 가격 경쟁을 통해 판매하는 전략에 매몰돼 있었다. 잡스가 애플로 복귀했을 때에도 회사는 그 목표에 정렬돼 있었다. 회색 상자를 캔디 색상의 아이맥(iMac)으로 전환하려면 단기적으로 고통스러운 오정렬 기간을 견뎌내야 한다. 잡스에게 그것은 재무 상황이 악화되고 인력의 거의 절반을 감축하며 이사회 전부를 잃으면서 비판에 직면해야 함을 의미했다. 이런 난관을 뚫고 회사를 이끌어가려면 색다른 경영진이 필요했다. 아마도 냉정하고 독재적으로 비춰지는 경영진이 적합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끈기 있게 이겨냈다. 그리고 구제 불능에 가까웠던 기업을 오늘날 세계적인 성공 사례로 손꼽히는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트위터를 개혁하려는 머스크의 첫 번째 시도 역시 이와 유사한 고통과 비판을 촉발했다. 관건은 트위터가 장기 전략을 완전히 이행할 수 있을 만큼 이 단기적 고통을 충분히 오래 견뎌낼 수 있을지다. 이 기간을 통과하려면 관리자가 제품, 조직, 이해관계자라는 세 가지 영역에서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한다.
제품 로드맵
새로운 전략을 구현하려면 오늘의 제품을 내일의 가치 제안에 맞게 바꿔야 한다. 그러나 이는 기존의 가치 제안과 새로운 가치 제안 사이에 불가피한 충돌을 초래한다.
트위터의 파란색 체크 표시를 생각해 보자. 원래 이 표시는 팔로워가 진짜 계정과 가짜 계정을 구별할 수 있도록 계정 소유자의 신원이 확인됐음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용자의 영향력을 나타내는 표시로 변모했다.
머스크는 이와 다른 가치 제안을 내놓았다. 파란색 체크 표시는 이제 트위터 블루(Twitter Blue) 구독자에게 제공된다. 이는 광고를 더 적게 보고 새 기능을 먼저 체험해보고 싶어 하는 사용자를 위한 프리미엄 멤버십이라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고급 사용자와 일반 사용자 모두가 제품의 상당한 변화를 실감했다. 혼란이 뒤따랐고 트위터버스(Twitterverse)에 큰 타격을 입혔다. 움찔한 머스크는 트위터 블루 출시를 연기하고 다양한 유형의 체크 표시 도입을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제품을 새로운 전략에 맞게 정렬하려면 리더가 새로운 가치를 제안해야 한다. 제품 라인의 대대적인 변화를 통해 새로운 전략적 방향에 대한 명확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 잡스가 애플에 복귀했을 때 그는 기존 애플 제품 라인의 70%를 포기하고 완전히 새로운 아이맥 G3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애플의 가치를 새롭게 제안했다. 당시 데스크톱 컴퓨터의 전형적인 형태였던 네모난 회색 상자가 아닌 13가지 색상으로 제공되는 달걀처럼 생긴 아이맥은 애플이 저가 컴퓨터 시장에서 완전히 발을 빼고 섹시한 인더스트리얼디자인에 초점을 맞추겠다는(그리고 아이맥의 달러당 성능을 희생하겠다는) 의도를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변화는 1억 달러의 대규모 광고 캠페인도 수반했다. 이는 잡스가 새로운 전략적 방향에 대해 얼마나 진심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줬다.
개편된 트위터의 체크 표시 시스템은 구독자 중심으로 가치를 바꿔나가겠다는 의도를 보여준다. 머스크는 은행, 투자 서비스 추가와 같은 보다 급진적인 변화를 암시했다. 이런 변화가 효과를 내려면 잡스가 저비용보다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에 중점을 뒀던 것처럼 제품을 새롭게 제안한 가치와 정렬시켜야 한다. 애플이 아이맥 광고 캠페인을 벌였듯이 트위터도 이 가치 제안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조직 문화
문화적 오정렬은 경영진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람들이 행진하려 하지 않을 때 나타난다. 2021년 트위터 경영진은 “트위터가 너무 물러터졌다”고 결론 내렸다. 트위터의 과거 협업 환경에서는 사람들이 서로를 비판하는 것을 꺼렸다. 조직은 석회화됐다. 반면 머스크는 이 조직이 ‘하드코어’가 되길 원한다. 이로 인해 직원들이 집단 퇴사하고 많은 사람이 머스크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회사 내부는 큰 혼란에 휩싸였다.
조직이 정렬되려면 남아 있는 직원들에게 새로운 조직 방향을 선택할 수 있는 실행 가능한 옵션, 그리고 그것을 선택한 사람들에게 보상과 보호를 제공할 수 있는 실행 가능한 옵션을 경영진이 제시해야 한다. 1988년 잡스는 “청산해야 하는,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직원 1만 명”이 애플에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그는 인더스트리얼 디자인 부서를 광범위한 정리 해고로부터 보호했다. 이 같은 결정을 통해 잡스는 애플이 훌륭한 제품을 디자인하는 문화로 돌아갈 것이란 신호를 보냈다. 아이맥 G3를 통해 제시한 가치 제안과 광범위하게 정렬된 결정이었던 셈이다.
머스크는 현재 트위터의 기존 문화를 뿌리 뽑고 있지만 그것을 대체할 문화가 어떤 것인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는 여전히 자신이 구축하고자 하는 ‘하드코어’ 문화의 가치와 우선순위가 무엇이며, 트위터가 어떤 종류의 제품이 되길 원하는지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또한 머스크는 자신과 함께 이 방향으로 나아가는 직원들을 어떻게 측정하고 보상할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조직에 남아 그와 함께 같은 방향으로 행진하려는 직원들에 대한 대우가 가장 중요하다.
이해관계자의 참여
새로운 전략으로 전환하다 보면 기존의 일부 이해관계자가 사업의 새로운 방향과 제대로 정렬되지 못해 더 잘 정렬된 이해관계자로 교체되는 일도 생긴다. 하지만 당신을 응원하는 소수의 사람으로 인해 자칫 더 많은 사람을 화나게 만들 수도 있다.
영구 정지된 전력이 있는 계정을 복구하고, 그 밖의 계정에 대한 사면과 같은 머스크의 새로운 콘텐츠 조정 정책이 트위터의 기존 정책과 상충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해관계자와의 관계에 중요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즉각적인 부작용을 불러왔다. 수많은 광고주가 자사 브랜드를 보호하기 위해 트위터에 광고를 중단했다.
두 번째 사례는 머스크가 광고주가 아닌 사용자로부터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기로 결정하면서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결제한 구독 서비스에 대해 수수료 30%를 부과하며 애플과 충돌한 것이다. 트위터가 광고 수익에 의존하고 사용자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했을 때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부분이다. 앱스토어 사용자가 더 높은 가격을 부담하는 선에서 이 분쟁은 해결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도 머스크가 많은 적을 만들고 명확한 동맹을 아직 구축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여전하다.
경영진은 새 전략에 호의적인 새로운 이해관계자를 끌어들이는 한편 새 전략과 모순되는 가치를 지닌 이해관계자로부터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잡스는 초기부터 중요한 부분에서 아군과 적군을 만들었다. 그는 데스크톱 전쟁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승리했다는 착각에 빠지지 않았다. 장기전을 끝내고 마이크로소프트가 걸어간 길에서 최대한 멀어지고자 노력했다. 최대 컴퓨터 매장 체인 컴프유에스에이와 매장 내에 애플 매장을 세우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회색 상자에서 벗어나 다양한 색상의 아이맥을 내놓겠다는 애플의 새로운 전략을 강화하려 했다. 사람들이 아이맥을 직접 보고 경험해야만 그 진가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잡스는 파트너사들이 맥을 복제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약속을 번복해 파트너사들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특히 이 결정은 저가 제품에서 탈피하겠다는 애플의 새로운 전략과도 궤를 같이했다.
트위터가 모든 이해관계자와 화기애애한 관계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머스크는 트위터에 대한 그의 장기 비전과 정렬된 이해관계자에게 집중하고 그렇지 않은 이해관계자는 단호하지만 품위 있게 떠나보내야 한다. 애플은 소프트웨어 제조 업체와 수억 명의 사람 사이에서 어떻게 문지기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심층적인 반독점 조사에 직면해 있다. 머스크가 애플에 대항해 싸우기로 한다면 머스크는 에픽게임즈, 스포티파이, 넷플릭스, 에어비앤비, 페이스북, 기타 뉴스 퍼블리셔와 같이 애플과 겨루는 데 관심이 있는 다른 이해관계자(경쟁사 포함) 중에서 동맹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이 목록에는 주요 국가의 정부도 포함된다. 머스크의 도전 과제는 참전하지 않을 전투를 신중하게 골라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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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전략적 변화 중 하나를 달성하기 위해 스티브 잡스는 애플에서 단기적으로 엄청난 고통이 따르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그러나 이들 결정은 애플의 명확한 전략적 방향에 대한 굳은 의지를 보여줬다. 이 방향은 제품과 직원을 안내하는 등불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들에게 애플의 의도를 알리기도 했다.
머스크도 이 길을 따를 것을 필자들은 제안한다. 현재 트위터가 취할 수 있는 수많은 전략적 방향이 있지만 핵심은 지금 하는 선택들이 모두 장기적으로 함께 정렬돼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대부분의 관리자가 전략적 변화에 실패한다. 그래서 필자들은 경영진과 학생들에게 이런 상황에 휘말릴 일을 만들지 말라고 자주 조언한다. 우리가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에서 발견한 가장 큰 잘못은 그가 거래 전 실사에서 이 문제를 더 많이 고려해보고 애초에 거래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험난한 시기를 너무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 오늘의 혼란은 내일의 변화 가능성을 위해 꼭 필요하다. 성공적인 변화는 가능하다. 그러니 험난한 시기는 당연히 있을 것이고 또 필요하다. 지금 남은 단 하나의 질문은 머스크가 트위터를 탈바꿈시킬 때까지 트위터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다. 평범한 관리자라면 물론 실패할 것이다. 그러나 머스크는 갖가지 놀라운 업적을 통해 우리의 기대를 거듭 넘어섰다. 다만 조직의 방향을 바꾸는 일은 로켓을 착륙시키는 것과는 다르다. 전자의 난도가 더 높다는 여러 논거가 많다.
앤디 우(Andy Wu)는 하버드경영대학원 전략 부문 조교수이자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맥 혁신경영 연구소(Mack Institute for Innovation Management)의 선임 연구원이다. 고란 캘릭(Goran Calic)은 캐나다 맥마스터대 전략관리 부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