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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조직

해고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

디지털
2025.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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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개월 동안 경제학자, 언론인, 분석가들은 미국 경제에 불황이 닥칠지 주목해왔다. 불황이 발생하면 많은 기업들은 현금을 보존하고, 운영을 간소화한다. 특히, 거시경제적 불확실성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즉각적으로 인력을 감축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해고는 노동자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노동시장 전체에도 장기적인 손상을 야기할 수 있다.

새로운 연구에서 우리는 경기침체 시기 기업의 해고가 직원들의 장기적인 경제적 복지와 그들이 속한 노동시장에 어떤 파급효과를 미치는지를 조사했다. 또한 이러한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기업 리더와 정책입안자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도 살펴봤다. 우리는 인력 감축이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발생할수록 해고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더욱 심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러한 집중 해고는 왜 경기침체기 해고가 노동시장에 특히 심각한 피해를 주는지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의 연구는 경기침체 시기에도 기업과 정책입안자들이 협력해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유의미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개별 기업의 인력 감축이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

인력 감축은 노동자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며, 특히 그것이 광범위한 경기침체의 일환일 경우 그 피해는 더욱 크다. 기존의 학술 연구에서는 기업의 해고와 관련해 두 가지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첫째, 경기침체가 시작되면 많은 기업들이 급격하고 더 많은 일자리를 줄인다는 것이다. 둘째, 경기침체기에 해고된 평균 노동자는 향후 생애 전체 소득이 무려 19% 감소하며, 이는 평상시 해고 시 나타나는 11%의 소득 감소보다 훨씬 더 극심한 수준이다. 이 두 가지 사실은 기업들은 노동자에게 가장 큰 피해가 가해지는 시점에 오히려 해고를 더욱 가속화하다는 불편한 현실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 경영자들은, 경기침체가 시작될 때 회사의 재무 건전성과 장기적인 생존 가능성을 지키기 위해 선제적으로 인력 감축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느낀다.

그러나 분명 문제가 있다. 경기침체는 다양한 지역과 산업 전반의 많은 경영자들로 하여금 ‘지금이 인력을 줄이기에 타당한 시기’라고 동시에 판단하게 만든다. 이렇게 다수의 해고된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시장에 몰리면 재정적으로 건전한 기업조차도 새로운 직원을 수용하기 위해 사업 계획을 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 결과, 실직한 노동자들은 오랜 기간 실업 상태에 놓이게 되고, 이는 이들의 숙련도와 노동시장에 대한 유대감을 약화시킨다. 이처럼 각 기업의 개별적으로는 합리적인 판단이 시장 전체 차원에서는 비효율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노동시장 악화의 급격한 진행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해고의 파급효과spillover effects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분석했다. 이를 위해 1994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인구조사국U.S. Census Bureau이 보유한 행정 데이터를 활용했고, 이 데이터에는 근로자의 분기별 고용 상태와 노동소득 정보가 포함돼 있다. 우리는 전국적으로 다양한 지역 시장에서 사업을 운영하며 신용도와 같이 전사적 요인에 의해 해고 결정을 내리는 대규모 기업들의 인력 감축 변화를 분석했다. 이러한 요인은 한 지역만의 상황과는 관련이 없다. 또한 이들 기업은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이들이 내리는 고용 결정은 지역 노동시장 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일자리 파괴job destruction가 상당한 부정적 파급효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정 지역 노동시장에서 일자리 파괴율이 1%포인트 더 높은 곳에서 해고된 노동자는 그렇지 않은 곳에서 해고된 노동자에 비해 향후 6년간 평균적으로 약 4200달러의 소득 손실을 겪는다. 또한 우리의 분석에 따르면 경기침체 시기에 개별 기업이 해고를 단행할 때마다 그 기업 외부에 있는 다른 노동자들의 연간 총소득이 약 1만7000달러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해고가 연쇄적으로 발생하면 지역 노동시장은 심각하게 침체되고 회복에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


정책입안자와 기업 경영자가 할 수 있는 일

우리의 연구 결과는 일자리 파괴의 총체적인 효과가 노동시장 전반의 여건을 악화시킴으로써 노동자들에게 막대한 비용을 전가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이유는 일부 지역이 글로벌 금융위기Great Recession 이후 오랜 시간 동안 회복에 어려움을 겪은 배경 중 하나일 수 있다.

정책입안자에게 있어 해고로 인한 큰 파급효과는 경기침체 시기에 고용을 직접적으로 안정시키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개입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유럽에서는 역사적으로 단축근로short-time work와 같은 고용유지 보조금 제도의 확대가 노동시장 정책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돼 왔으나, 미국은 최근에 들어서야 이러한 기업 지원 방식을 시험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시행된 급여보호프로그램Paycheck Protection Program, PPP인데, 이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수백만 명의 노동자들이 해고되지 않도록 하는 데 기여했다. 다만 이 제도는 지원 대상이 충분히 선별되지 않았고, 재정 비용이 과도하게 발생했다는 점에서 향후 경기침체에 대비한 보다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우리는 이번 연구에서 미국의 민간 고용만을 분석했지만 그 결과는 노동시장 혼잡을 피하려는 공공기관의 인력 결정에도 시사점을 줄 수 있다. 최근 연방정부의 대규모 해고 사태에서 확인되듯이, 공공부문에서도 해고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 연방 인력 감축으로 인해 신규 구직자 수가 급증하면서, 해고된 노동자들이 주정부나 지방정부에서 일자리를 찾는 게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이는 공공기관의 인력 조정 또한 노동시장 전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의 연구는 기업이 인력 구조를 재편할 때 마주하게 되는 어려운 결정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대규모 해고 시 사전 통보를 의무화한 WARN법WARN Act이나 연방 기관의 절차처럼 인력 감축을 사전에 예고하는 것은 노동자들에게 자신의 숙련도와 경험에 맞는 새 일자리를 찾을 시간을 제공함으로써 노동시장의 활력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또한 노동자들은 노동시장 여건이 악화된 시기에 구직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재정적 압박을 겪고 있는 기업이라면 해고를 단행하기 전 대체적인 근로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최근 연구에 따르면 많은 노동자들은 해고를 피할 수 있다면 임금 삭감을 기꺼이 수용하겠다고 응답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의 개입은 노동자들이 전면적인 실업 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고, 노동시장의 활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노동자들이 감수해야 할 재정적 손실 일부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주의해야 할 점들

우리 연구 결과의 해석과 함의에는 몇 가지 중요한 주의사항이 있다. 첫째, 추가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해고 이후 노동력이 성장 중인 기업으로 재배치되면서 고용주들은 종종 노동자 1인당 매출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우리 연구에서는 이러한 생산성 향상이 노동자들이 겪는 예상 비용을 완전히 상쇄하지는 못한다고 보고 있지만 향후 연구를 통해 일자리 파괴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전반적 효과와 그로 인한 시장 악화가 기업의 수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다 정밀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기업들은 경기침체기에 사업을 안정시키기 위해 해고에 의존한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들이 여러 기업에서 동시에 이루어질 경우, 그 집단적 영향은 노동자와 노동시장에 지속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우리의 연구는 위기 시기에 기업과 정책입안자가 협력하여 고용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경우, 보다 건전한 노동시장을 유지하는 데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원문 | https://hbr.org/2025/07/new-research-on-how-layoffs-affect-the-labor-market?ab=HP-hero-featured-1

마이클 블랭크(Michael Blank)는 스탠퍼드경영대학원의 금융학 조교수다. 그는 2024년 하버드 대학교에서 경영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의 연구는 혁신적인 실증 분석 기법과 대규모 행정 데이터를 활용하여, 금융 및 노동시장의 마찰이 거시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신용 및 자산가격 순환의 장기 효과는 무엇인지, 그리고 최적의 경기안정화 정책이 어떻게 설계돼야 하는지를 탐구한다.

오미드 막지안(Omeed Maghzian)은 MIT 슬론 디지털 이코노미 이니셔티브의 박사후연구원이다. 그는 2025년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의 연구는 노동시장의 거시경제, 재정정책 설계, 그리고 인공지능(AI)이 노동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에디팅 이규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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