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와 의료기관들은 아주 어려운 임무를 맡았죠. 시민들에게 사회적 거리 두기와 이동 제한에 협조해 달라고 하는 일입니다. 과거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라고 호소해야 하는데, 수주에 그칠지 아니면 수개월간 해야 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단 무작정 따르라고 목소리 높여야 하는 처지였습니다.
그런데 시민들에게 행동의 변화를 요구할 때 정부나 의학계가 접근하는 방식을 보니 하나같이 똑같더군요. "외출을 삼가세요." "2m 간격을 유지하세요." "손을 씻으세요." "마스크 착용하세요."
한마디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는 명령의 연속이지요.
물론 많은 사람이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기는 하지만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일관성 있게 권고사항을 준수하기를 기대하기는 무리입니다. 아무리 말해도 들은 체도 않는 사람이 있고, 잠깐 따랐지만 다시 슬금슬금 친구들과 모임을 잡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집에 머물라는 권고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에서 힘 좀 쓰는 사람들의 비호를 받아 예배를 강행하는 교회도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전문가의 조언을 한 귀로 흘려듣고 상점과 회사의 영업 재개를 요구하며 대규모 집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일방적인 지침이나 명령은 선택을 강요당한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행동 변화를 끌어내기에 비효율적입니다. 어떤 제품을 사고, 어떤 서비스를 이용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 이유는 뭘까요? 답은 “내가 원하니까”입니다. 그렇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누군가 자신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려 하면 순순히 따르지 않습니다. 밀어냅니다. 친구와 만나고, 쇼핑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나가고, 마스크 착용도 거부합니다. 오히려 권고한 내용을 되도록 지키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누군가가 나를 조종하고 있다는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즉, 내면에 벽을 쌓아 상대방이 보내는 메시지를 피하거나 차단합니다. 극단적인 경우 정반대로 행동하기도 하죠. 이때 ‘당신이 틀린 백 가지 이유' 따위의 자기 합리화도 빼놓지 않습니다. 다음과 같이 생각하는 거지요. “정부가 이동 제한 지침을 발동하긴 했지. 그런데 그거 시쳇말로 ‘오버’ 아닌가” “코로나바이러스 문제가 심각하다는데? 그래, 어떤 지역에서는 그럴 수도 있지. 근데 내 주변에 코로나에 감염됐다는 사람이 전혀 없는데?” 또한, 코로나19 환자 상당수가 잘 지내고 있다며 다들 호들갑을 떤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토론 프로그램에 나온 고등학생 마냥 흥분한 목소리로 상대가 물러설 때까지 꼬치꼬치 캐묻고 반박합니다.
그럼 어떻게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요? 상대를 설득하려 들기보다 스스로 납득하게 만드는 편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여기에는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1. 자기모순을 지적하세요.
이동제한령을 예로 들겠습니다. 젊은 세대 중 이동 제한에 반대 의견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할아버지나 할머니, 어린 남동생이나 여동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세요. ‘식구들이 밖으로 나가 코로나19 감염 환자일지도 모르는 사람들과 어울리면 어떻겠습니까’라고 질문하면 '싫다'는 대답이 돌아오겠죠. 그럼 ‘가족을 안전하게 지킬 당신의 대안은 무엇인가요’ 반문하는 것입니다.
인간은 내면의 일관성을 중시합니다. 자신의 태도, 자신의 행동에 모순이 없기를 바랍니다.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을 받으면 그 부분을 시정하고 싶어합니다.
대표적 성공 사례로 태국 보건당국의 금연 캠페인이 있습니다. 태국 보건당국은 흡연자에게 흡연이 해롭다고 말하는 방식으로 홍보 캠페인을 하는 대신, 상황극을 꾸몄습니다. 어린아이가 길거리의 흡연자에게 접근해 불을 빌려 달라고 말하는 시나리오로요. 물론 불을 빌려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상당히 많은 사람이 어린이에게 흡연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 설교를 늘어놓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면 아이는 흡연자에게 종이 한 장을 건넵니다. 종이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습니다. “제 걱정 감사합니다. 하지만 선생님 건강은요?” 전단지 맨 아래 칸에는 무료 금연상담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는데, 캠페인 기간 상담 건수가 무려 60% 이상 급증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