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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조직 & 전략

체면을 세워줘야 협상에서 이긴다

디지털
2020.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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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서의 인질 석방 협상, 캐나다 캘거리에서 벌어진 자살극 소동, 브라질 사람과 프랑스 사람 간의 사업 분쟁, 셋의 공통점은 뭘까요? 글쎄, 언뜻 보기에는 전혀 없어 보이죠. 그러나 이 세 가지 위험한 협상들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습니다. 바로 체면이라는 개념입니다. 체면이란 정확히 무엇일까요? 지금은 고전이 된 페넬러피 브라운과 스티븐 C. 레빈슨의 공손함에 관한 연구 논문을 보면, 체면을 “모든 사회 구성원이 저마다 드러내고 싶어 하는 공적 자아상”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체면은 사람들이 남들에게 보이고 싶은 모습입니다. 자기 정체성이나 자존감과 관련돼 있죠. 협상은 개인의 평판을 지키는 문제인 동시에 그가 속한 조직의 평판을 지키는 문제고요.

그럼, 체면이 성공적인 협상을 이끄는 데 얼마나 중요한 지를 이해하기 위해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이 내용은 새로 나온 제 책에도 나와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인질 석방 협상

2002년 캐런은 아프가니스탄 서부인 헤라트에서 유엔난민기구(UNHCR)의 선임 보호관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캐런이 인근 마을에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 점심시간에 외무부 지국의 주방에서 어떤 사람이 종이에 손으로 쓴 꼬깃꼬깃한 메모를 그녀에게 슬며시 건넸습니다. 쪽지에는 이란 여성 20~25명이 이 근처 마을에 인질로 잡혀 있다고 적혀 있었어요.

이 단서를 바탕으로 캐런과 팀은 조사에 착수해 정보원을 찾아냈습니다. 정보원은 자기가 인질로 잡힌 여성들에게 음식을 주고 있어서 이런 상황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죠. 그는 투옥되거나 처형당하는 보복이 두려워 이야기하기를 주저했지만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이 사실을 알려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어요.

캐런과 팀은 이 문제를 놓고 아프가니스탄 외무부의 관심을 끌고 싶었어요. 하지만 눈치를 보아하니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사건에 연루된 것 같았죠. 만약 이 문제에 대해 세간의 이목을 끌어 외부에서 압박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면 국내 관료들의 체면을 손상시켜 협상을 시도조차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캐런과 팀은 이 일을 공개하는 대신에 중개자들에게 몰래 접근해서는 자신들이 이미 이 상황에 주목하고 있고 사건을 조사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외무부는 캐런과 팀이 인질 여성들을 방문할 수 있도록 허가했어요. 수차례 만나 논의하고 협상한 끝에 여성들은 풀려났고요. 인질 가운데 몇 명은 카불에 있는 은신처로 옮겨졌지만 나머지 사람은 이란에 있는 자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알고 봤더니 아프가니스탄 외무부도 이미 이 문제가 자기들 손에 달려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때마침 유엔난민기구 팀이 그들에게 체면을 세워주는 타개책을 제시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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