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에 참석했는데 진짜 회의가 아니었던 적이 있나요? 회의실의 모든 참석자가 즐겁고 화합하는 분위기에서 의견을 나누었지만, 회의가 끝나자 다른 자리에서 뒷담화를 하거나 비난의 칼날을 세우는 경우 말이죠. 이런 가식적인 분위기는 소위 ‘나이스(nice)’한 문화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입니다. ‘나이스하다’고 포장되는 것들이 실은 예의상의 겉치레, 심리적 안심을 얻기 위한 고개 끄덕임, 그리고 포용, 협업, 높은 성과를 거짓으로 보여주는 신기루일 뿐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문화에서, 리더들은 그저 두터운 공포를 공손함이라는 얇은 껍질로 살짝 덮어둘 뿐이죠. 겉보기에는 조화롭고 화합되어 보이지만 표면 아래에서 실제로는 부작용이 부글부글 끓어올라, 결국 솔직한 의사소통, 지적 용기, 혁신, 책임감의 부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직이 나이스함을 추구하는 이유
나이스한 문화를 육성하려는 의도 자체는 진심일 겁니다.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교육기관, 의료기관, 정부기관, 비영리단체, 자선단체 등 고귀한 사명을 가진 조직들이 보통 그 사명에 따라 협력적 환경을 조성합니다. 선한 목적은 선한 문화를 육성하는 경향이 있고, 선한 문화는 나이스함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죠. 예를 들어, 환자의 안전을 지킨다는 사명을 가진 생명공학 기업과 함께 일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환자에 대한 연민은 진실을 말할 수 없는 나이스한 문화로 변질되고 말았죠.
리더가 나이스함을 추구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수백 개의 조직과 수천 명의 리더와 함께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한 네 가지 가장 큰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갈등을 피하고 동의를 구하기 위해서. 리더들은 호감을 얻기 위해 갈등과 반대를 피하려고 합니다. 남들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기보다는 나이스하게 행동하려는 것이죠. 그 두 가지만이 유일한 선택지라고 잘못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포용을 대체하기 위해서. 나이스함으로 포용을 대체하려는 조직들도 있습니다. 나이스한 것이 인간적이라고 믿는 거죠. 그러나 다양한 직원이 자연적 속성에 따라 끼리끼리 뭉쳐 있는 조직이라면 진정으로 포용력 있는 문화가 아니라 실은 ‘나이스하지만 서로 분리된(separate but nice)’ 문화일지 모릅니다.
명령 체계에 과장된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 두려움에 기반을 둔 조직에서 나이스함은 당신을 안전하게 지켜줍니다. 권력을 가진 이들의 노여움을 사지 않는다면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논리죠.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 물론, 따뜻함을 통해 상대에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책임감도 여전히 필요합니다. 필자는 예전에 매우 상냥한 CEO와 함께 일한 적이 있습니다. 그 자신은 영원히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사실 그의 상냥함은 사람들이 서로 따뜻하게 포옹을 나누고 돌아서서는 약속은 지키지 않는 나쁜 나이스한 문화를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