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 짐은 포장소비재(consumer packaged goods, CPG) 기업에서 잘나가는 회사원이었다. 그는 임원진(C-suite) 물망에 올라 있었고,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며 행복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랬던 그가 어느 날 짤막한 문자를 보내왔다. “나 관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괜찮냐고 답장을 보내면서 짐이 상사와 갈등을 겪고 있었거나 사업이 좋지 않게 흘러갔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그는 완전히 다른 말을 전해왔다. “나는 내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어.”
전화 통화에서 그는 회사 임원진이 최근 내린 사업상 결정이 그를 멈칫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의 눈에 임원진은 고객, 공급업체, 그리고 환경을 희생하면서까지 금전적 이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이런 결정을 “강력한 한 방”이라고 일컬으면서 별로 거리낌을 느끼는 것 같아 보이지도 않았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이 기업의 운영 방식 및 철학에 동조하지 않아왔다는 걸 깨달았다. 그동안은 마음속에서 자기도 모르게 커져가는 의심을 애써 억눌러 왔었다. 하지만 최근 겪은 부친상, 건강에 대한 불안, 팬데믹으로 인한 격리 연장의 경험 등은 그에게 성찰할 시간을 줬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회사 제품은 정말 별로야. 그런 제품을 우리 애들이 쓰게 할 순 없어.”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일류 회사에서 고액 연봉을 받으며 일할 수 있다는 기쁨도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의 머릿속에는 “왜 내가 이런 회사를 위해 일해야 하나”라는 물음밖에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