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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조직

‘인력 부족’의 함정

디지털
2023.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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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철도 회사들의 유급 병가 거부 사태는 미국 경제의 뜻밖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직원이 아플 때 휴가도 낼 수 없을 만큼 철도 인력의 채용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파업 저지를 위해 의회가 나섰지만 노동 분쟁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철도 부문의 구조적인 인력 부족은 앞으로도 지속될 문제다. 사실 이는 수년간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낮추는 데 몰두했던 철도 기업이 초래한 결과다. 이런 집착은 직원을 수만 명이나 해고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무조건 효율성만 추구하는 잘못된 신념은 제조업 분야와 의료(병원, 요양원, 약국 등), 소매업 등 다른 부문에도 널리 퍼져 있다.

'나쁜 일자리' 시스템은 근로자와 고객은 물론 기업에도 좋지 않다. 철도의 경우 인력 부족 사태는 작업자의 건강은 물론 승객과 지역사회의 안전, 고객 서비스의 품질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필자들이 몸담고 있는 좋은 일자리 연구소(Good Jobs Institute)는 기업이 기존 운영 시스템과 차별되는 '좋은 일자리 전략'을 채택해 근로자가 탁월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좋은 일자리 전략의 기본 요소 중 하나는 여유로운 인력 운영이다. 필자들의 연구 결과, 그런 방식으로 인력을 운용하는 기업은 높은 수익성, 고객 만족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다.

인력 부족의 비용

직원에게 업무 완료 시간이 충분하지 않으면 실수로 이어지고 일을 대충할 수밖에 없다. 이는 서비스 실패 및 지연, 부적절한 재고 관리, 낭비, 긴 계산대 줄, 고객 문제 해결을 위한 대역폭 부족 등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로 나타난다.

이런 결함은 매출은 줄이고, 비용은 늘린다. 휴가를 낼 수 없는 직원과 관리자는 번아웃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직원들의 이직이 늘어난다. 이직률이 높고 인력이 부족하며 운영이 부실한 시스템에서 일하는 일선 관리자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느라 여념이 없다. 적절한 사람을 고용하고 잘 훈련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계속해서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필자들은 서비스 업체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놀라운 광경을 목격한 적이 있다. 물품을 냉각기에 보관할 인력이 부족해 냉동식품과 유제품들이 화물 팔레트 위에서 썩고 있는 모습이었다. 심지어는 생활 보조 시설에 사는 사람들이 도와줄 사람이 없어 화장실에 가려고 45분이나 기다리는 모습도 봤다. 매장에 필요한 인력 수준을 경영진의 판단이 아닌 스케줄링 소프트웨어에 따라 결정하는 소매 업체의 경우 고객 트래픽이 적을 것이라고 잘못 예측하는 바람에 계산대에 긴 줄이 빈번하게 생기는 사례도 있었다. 이밖에 직원을 충분히 고용할 수 없어 관리자가 직접 계산대를 맡는 경우도 매우 많다. 이런 환경은 문제에 대응하느라 주어진 업무를 잘 수행하지 못하는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고객들에게도 피해를 준다.

여유로운 인력 운영의 효과

인력 부족에 시달리기보다 인력을 넉넉히 편성해 여유롭게 운영하는 전략은 코스트코나 퀵트립(QuikTrip)과 같은 성공적인 소매 업체가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들 기업은 직원에게 표준 이상의 급여를 지급한다. 소비자에게는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제공하고, 큰 주주 가치를 창출한다. 이런 접근 방식은 대기행렬 이론(queuing theory)을 따른다. 즉 운영 시스템상에 여러 변수가 생길 가능성이 있는 경우 가동률을 100%에 딱 맞춰 운영하지 않는다. 가변성이 높을수록 더 많은 추가 역량이 필요하다는 법칙이다.

모범적인 소매 업체들이 인력을 여유 있게 운영하는 이유가 있다. 비즈니스에서 어떤 변수가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고객이 직원의 업무를 방해할 수도, 항상 제시간에 납품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직원이 아프거나 날씨 변화도 업무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소매 업체들의 경우 인력이 부족하면 고객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 직원과 관리자의 이직률을 높이는 대가도 치러야 한다. 이는 인력 과잉으로 치러야 하는 비용보다 더 크다. 퀵트립은 직원이 아프거나 급히 휴가 중일 때 해당 업무를 대신해 줄 수 있는 '구호 전담 직원'까지 두고 있다. 회사의 높은 운영 기준에 맞춰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들 업체도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여유로운 인력 운용 덕분에 경쟁 업체들과 달리 계속 문을 열어둘 수 있었다.

여유로운 인력 운영은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하다. 직원들은 업무를 잘하고 실수도 줄어든다. 고객의 피드백을 듣고 지속적인 개선에 참여하며, 올바른 지원자를 고용하고 교육할 수 있는 역량도 생긴다. 그렇다고 직원들이 여유를 부려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제시간에 나타나지 않고 의욕이 없거나, 자신의 업무를 잘 수행하지 못하는 직원은 여유로운 인력 운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좋은 일자리 전략'을 채택한 회사는 적임자를 유치하고 오랫동안 유지한다. 효과적인 직무 설계를 통해 동기를 부여하고 생산성과 성과를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철도 기업들은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연방 정부의 조치로 파업을 면하긴 했지만 위기를 벗어난 것은 아니다. 철도 기업의 인력 부족은 직원과 고객, 업계 활력에 여전한 위험 요소로 남아 있다. 효율성과 저비용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지금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때다.



원문 | https://hbr.org/2022/12/u-s-railroads-and-the-pitfalls-of-systematic-understaffing


아만다 실버는 좋은 일자리 제공을 통한 기업의 번창 지원을 사명으로 하는 비영리단체 좋은 일자리 연구소의 좋은 일자리 펠로로 활동하고 있다.
제이넵 톤은 MIT 슬론 경영대학원 실무 교수이자 비영리단체 좋은 일자리 연구소의 공동 창립자이자 회장이다.

번역 류아람 에디팅 장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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