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넷플릭스는 흑인 금융인이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은행에 자사 현금 보유액의 2%에 해당하는 1억 달러를 예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들 은행이 더 많은 사람에게 돈을 빌려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뒤이어 트위터도 현금 보유액의 1%인 1억 달러를 지역 개발 금융기관(Community Development Financial Institutions)에 예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지역 개발 금융기관이란 전체 여신 및 금융 서비스의 60%를 저소득 계층 및 지역에 제공하는 금융기관을 말합니다. 마찬가지로 코스트코는 2500만 달러, 바이오젠은 1000만 달러, 페이팔은 5억 달러를 예치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들을 비롯해 발빠르게 행동을 취한 기업들이 예치하기로 한 액수를 합하면 총 8억 달러에 달합니다. 현재 흑인이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은행 자산액 전체의 20%와 맞먹는 규모지요.
기업뿐만이 아닙니다. 시카고 지역에 다수의 예배당을 둔 대형 교회인 커뮤니티 크리스천처치(Community Christian Church)는 현금 보유액의 5%에서 10%를 브로드웨이 연방은행(Broadway Federal Bank)에 예치했습니다. 브로드웨이 연방은행은 조만간 시티 퍼스트 뱅크(City First Bank)와 합병해 미국 최대 규모의 흑인 소유 은행이 될 예정입니다. 미국 최대 규모의 교회인 신시내티 소재 크로스로즈 처치(Crossroads Church)도 상당 규모의 현금을 예치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두 교회 모두 소셜미디어에서 ‘#정의로운예금(#justicedeposits)’이나 ‘#정의로운자본(#justicecapital)’ 등의 해시태그를 사용해 이를 홍보했죠. 전국 각지의 종교 단체들이 종파를 막론하고 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정의로운 예금’ 운동이 일어나게 된 걸까요?
첫 번째 이유는 기업 경영진이나 종교 단체 리더들이 그동안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견뎌야 했던 끔찍한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을 직시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주택 자산은 평균 가계 순자산의 35%를 차지합니다. 그런데도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백인에 비해 은행에서 모기지 대출 신청을 거절당할 확률이 두 배나 높습니다. 부담해야 하는 이자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흑인 금융가가 소유한 은행은 이 문제에 훌륭한 해결책이 됩니다. 흑인 소유 은행의 경우 전체 대출의 67%가 아프리카계 미국인 가정에 제공되기 때문입니다. 다른 은행들의 경우 이 비율이 1%에 불과한데 말이죠. 자본에 대한 접근성 부족 문제는 흑인 공동체 전체에 엄청난 파급 효과를 일으킵니다.
둘째로, 정의로운 예금은 상대적으로 손쉽고 안전하게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입니다. 특히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ederal Deposit Insurance Corporation, FDIC)가 최대 25만 달러까지 예금액을 안전하게 보호해준다는 점에서 그렇죠. 25만 달러까지는 정의로운 예금에 대한 리스크가 아예 없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