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이 인터뷰는 1992년 7-8월호 HBR에 실린 기사입니다. 원래 러닝화로 유명했던 나이키는 1984년 NBA 유망주 마이클 조던과 첫 계약을 맺었고, 1988년 유명한 슬로건 'Just Do It'을 탄생시키며 마케팅 교과서에 실렸습니다. 탁월한 마케팅을 바탕으로 글로벌 확장하던 시기입니다. 이후 30년간 매출은 10배 이상 성장했습니다. 좋은 제품을 가지고 있지만 마케팅에 서툰 현대의 경영자들에게 권하는 아티클입니다)
나이키는 브랜드를 만드는 일의 챔피언입니다. “Bo Knows” “Just Do it” “There Is No Finish Line” 같은 나이키 광고는 광고 문구를 넘어 대중적으로 많이 쓰이는 표현이 됐죠. 나이키의 운동용 신발과 의류는 단순한 의상이 아니라 ‘미국스러움’을 상징하게 됐습니다. 나이키는 IBM이나 코카콜라처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죠.
그러나 이렇게 완벽한 마케터인 나이키도 실은 아주 늦게서야 마케팅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10억 달러 매출을 기록한 이후에나 말이죠. 10년 이상 화려한 성장을 기록한 후, 나이키는 에어로빅 시장에 대해 잘못 판단했고, 자체 관리 능력을 넘어섰고, 캐주얼화 시장에 진입하는 등의 결정을 내려 큰 손해를 보기도 했습니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회사는 강도 높은 자기 진단을 할 수밖에 없었죠. 설립자이자 회장이며 CEO인 필 나이트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회사가 얻은 궁극적인 깨달음은, 나이키의 강점이던 제품 디자인과 생산을 넘어서 고객과 브랜드로까지 시야를 확장해야만 성공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이라고요.
나이키의 뿌리는 블루리본스포츠라는 회사인데요. 오리건대학 육상 선수였던 나이트와 그의 트랙 코치인 빌 바우어만이 1962년 설립했습니다. 블루리본스포츠는 일본 회사(오니츠카 타이거)가 만드는 운동화를 유통하는 것을 시작으로, 자체적으로 신발을 디자인하고 그것을 외주 제작하는 데까지 사업을 넓혔습니다. 블루리본스포츠는 성능을 중심으로 제품을 혁신했고 저비용 생산 기술도 갖췄습니다. 그 결과 선수들이 신고 싶어 하고, 실제로 구매할 수도 있는 신발을 만들었죠. 나이트와 바우어만이 트랙에서 맺은 인연이 선수들의 발끝에 신겨진 신발로 이어진 겁니다. 그 후 조깅이 새로운 국가적 취미로 떠올랐죠.
블루리본스포츠가 사명을 나이키로 바꾼 1978년, 존 앤더슨이 나이키 신발을 신고 보스턴 마라톤에서 우승하게 됩니다. 지미 코너스는 나이키 신발을 신고 윔블던과 US오픈에서 우승했고, 헨리 로노는 나이키를 신고 네 개의 육상 기록을 세웠죠. 보스턴 셀틱스와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 농구팀 선수들도 나이키를 신고 있었습니다. 매출과 이윤이 매년 두 배씩 늘어났죠.
그러다 1980년대 중반 나이키는 한 가지 실수로 인해 미묘하지만 중요한 변화를 맞이합니다. 제품에 주안점을 두는 대신 소비자를 집중 조명하고 브랜드를 꼼꼼하게 분석했습니다. 즉, 마케팅 지향적이 되는 법을 배웠죠. 그 이후, 나이키는 다시 운동화 산업을 지배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장의 29%를 점유했고 1991 회계연도 매출은 30억 달러를 넘어섰죠.
어떻게 나이키가 마케팅의 중요성을 알게 됐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생긴 차이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필 나이트가 직접 설명합니다. 이번 인터뷰는 오리건주 비버톤 나이키 사무실에서 HBR 부편집장 제랄딘 윌리건이 진행했습니다.
HBR: 나이키는 기술 혁신으로 운동화 시장을 탈바꿈시켰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사람은 나이키를 현란한 광고와 유명한 운동선수들로 알고 있죠. 나이키는 기술 기업인가요, 아니면 마케팅 기업인가요?
필 나이트:십 년 전이었다면 제 대답이 사뭇 달랐을 것 같군요. 수 년 간 우리는 나이키가 생산 지향적인 회사라고 생각했죠. 말하자면 우리는 모든 주안점을 제품 디자인과 생산에 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가장 중요한 건 제품을 마케팅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심지어 이렇게까지 말할 수 있죠. 나이키는 마케팅 지향 회사고, 제품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마케팅 도구라고요. 무슨 말이냐면, 마케팅이 조직 전체를 하나로 엮는다는 겁니다. 제품 그 자체의 디자인 요소와 기능적 특징은 마케팅 과정 전반의 일부일 뿐이죠.
예전에 우리는 모든 게 연구실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게 소비자를 중심으로 돈다는 걸 압니다. 기술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소비자가 혁신을 이끌어야 합니다. 우리가 혁신을 해야 하는 이유가 시장에서 오는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린 박물관에나 전시될 물건을 만드는 걸로 끝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