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비즈니스리뷰

비행기표부터 양말까지 무엇을 사든 점점 많은 온라인 쇼핑몰이 그동안 제품 가격이 어떻게 변했는지 상세히 보여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가격 정보 서비스는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우리 연구팀은 미국과 유럽 경영대학원 재학생 및 성인 직장인 5000여 명을 대상으로 일련의 실험을 진행했다. 비행기표나 신형 텔레비전, 블루투스 스피커, 텀블러 등 쇼핑 예정인 물건들의 가격 변동 추이를 본 이후 소비자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정확히 측정하는 게 목표였다. 참가자들에게 실험마다 동일한 제품 정보를 제공했다. 다만 제품 가격 상승, 하강 등 가격의 방향과 총 몇 번 상승 또는 하락했는지와 관련한 변동 빈도는 매번 다르게 조정해 제시했다. 그다음 해당 제품을 구매하고 싶은지 의사를 물었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다음과 같이 일정한 경향을 보였다.

첫째, 소비자들은 오늘 확인한 제품 가격이 예전보다 낮다면 당장 구매하는 경향을 보였다. 현재 가격이 상당히 괜찮은 수준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오늘 확인한 제품 가격이 과거보다 높으면 당장 사지 않고 미루는 경향을 보였다. 현재 가격에 사면 손해 보는 장사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를테면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는 가정하에 지난주에는 200달러였던 것이 지금 100달러라면 즉시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현재 가격이 이전 가격보다 훨씬 매력 있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동일한 제품이 지난주에는 50달러였지만 지금은 100달러라면 현재 가격이 과거보다 덜 매력적인 만큼 당장 구매하지 않고 미루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과거 가격 변동이라는 변수를 추가하자 상황이 복잡해졌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같은 방향으로 가격이 세 차례 이상 변동했다는 정보를 접한 소비자들은 제품 가격이 앞으로도 동일한 방향으로 계속해서 움직이리라 추정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같은 방향으로 가격이 한 차례나 두 차례 정도만 변한 정보가 주어진 경우에는 가격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 추정했다. 다시 말하자면, 어떤 제품의 가격이 2주 전에 200달러, 1주 전에 150달러, 어제 125달러, 현재 100달러라고 하면 소비자 대부분은 제품 가격이 계속해서 떨어질 것으로 생각해 구매를 미뤘다. 하지만 2주 전 가격(200달러)과 현재 가격(100달러) 변동 상황만이 주어졌을 때 또는 2주 전(200달러)과 지난주(50달러), 어제(200달러)의 가격 변동 정보가 주어졌을 때 대다수가 제품 가격이 다시 오를 것으로 여기고 당장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연구가 판매자 측에 시사하는 것은 무엇일까? 소비자가 당장 구매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 한 차례의 대대적인 가격 인하 또는 여러 차례에 걸친 소폭 인상을 단행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시간을 들여 천천히 가격을 낮추는 방법이 더 마음에 들 수도 있겠지만 이는 제품 가격이 앞으로도 자꾸 하락할 것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보내 소비자들이 구매를 망설이게 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 제품 가격이 단 한 차례밖에 내려가지 않았다면 소비자들은 조만간 그 반대 상황, 예컨대 대대적 가격 인상이 한 차례 있을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당장 제품을 구매할 확률이 높다. 마찬가지로 제품 가격을 한 번만 올린다면 소비자들은 가격이 다시 내려가겠다고 생각하지만 여러 차례 반복해 가격을 소폭 인상한다면 소비자들은 제품 가격이 앞으로도 계속 오르겠다고 짐작하고는 가격이 오르기 전에 구매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연구는 소비자들에게도 시사점을 준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은 어떤 일이 반복해서 일어나면 앞으로도 같은 일이 반복되리라 무의식적으로 기대한다. 또 어떤 변화가 한 차례만 일어났을 때에는 이를 앞으로의 반락 또는 반등을 예고하는 지표로 여긴다. 우리에게 이런 비합리적인 편향성이 있다는 것을 의식하면 합리적으로 판단해 구매하는 것인지 여부를 실제로 구매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다. 무분별한 기대감에 근거해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닌 가격 변화를 둘러싼 기저 요소를 제대로 파악한 다음 물건을 사게 된다. 가령 미국 블랙프라이데이같이 예정된 일회성 이벤트가 가격에 미치는 영향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지정학적 변수나 글로벌 물가 상승 등 거시경제 트렌드가 가격에 주는 영향은 확실히 다르다. 소비자 스스로가 장기적인 가격 변화 추이와 가격 변동폭, 업계 전반의 가격 범위를 잘 알고 있으면 단기 가격만 알고 결정을 내릴 때보다 확실히 유리하다. 나아가 해당 제품이 급하게 필요한지, 자신이 잠재적 가격 인상에 얼마나 내성이 강한지도 미리 생각해두는 것이 좋다. 위 두 가지 역시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버티는 게 좋을지를 결정할 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물론 소비자의 제품 구매 여부와 시기, 판매자의 제품 가격 책정 등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소비자와 판매자가 가격 변동을 보고 각자 무엇을 기대하는지, 각자의 기대가 이런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판매자의 자체 온라인 쇼핑몰이든, 가격 비교 사이트든 여러 플랫폼을 통해 과거 가격 변화 정보를 구하기가 갈수록 쉬워지고 있다. 가격 변화의 방향과 빈도를 아는 것이 향후 가격 변동에 대한 기대와 판단, 그리고 지금 구매하는 게 좋을지 판단하는 데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잘 알면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 큰 도움을 받을 것이다.




원문 | https://hbr.org/2023/01/research-how-price-changes-influence-consumers-buying-decisions

요안니스 에반겔리디스(Ioannis Evangelidis)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라몬율대University Ramon Llull 에사데ESADE 경영대학원의 마케팅 부교수로 의사결정 환경 변화에 따른 소비자 구매 행동 등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마니스 구나디(Manissa Gunadi)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이다EADA 경영대학원의 마케팅 조교수로 주로 다양한 형태의 수치 정보가 소비자의 판단과 결정,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한다.

번역 노이재 에디팅 조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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