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구매 과정은 인지Awareness가 관심Interest으로, 관심이 욕망Desire으로, 욕망이 구매 행위Action로 이어진 단계별 계층 구조였다. 고객의 구매 결정 과정은 각 단어의 앞 글자를 딴 ‘AIDA 모델’이라 불리며 다양하게 변주됐다. 이 모델은 깔때기나 파이프라인처럼 고객이 순차적으로 구매 단계에 진입하는 것을 뜻한다.
실제 연구를 살펴보니 현실은 달라졌다. 요즘 구매자는 구매 결정을 내릴 때 계층 구조를 따르지 않고 평행하게 움직인다. 이런 흐름을 탐색, 평가, 참여, 경험이라 부른다.
자동차를 산다고 생각해보자. 미국에서 차량 구매자가 자동차를 사기까지 온라인 검색에 쓰는 시간은 13시간이다. 반면 실제 판매점에서 보내는 시간은 3시간 반에 불과하다. 90% 이상이 판매점에서 자동차를 구입한다. 그러나 구매자가 온라인으로 가격을 비교하고 제품 리뷰 등 각종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행동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구매자의 약 40%가 판매점 웹사이트에 차량 정가가 공개되지 않으면 사지 않았고, 가격표가 붙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사지 않는 사람도 40%가량 됐다.
다양한 출처의 정보는 소비자의 기대치를 바꿔 놓았다. 기업이나 판매자는 고객을 도와주려고 다가가지만 기존 방식대로 판매한다면 고객 마음만 상하게 할 뿐이다. 요즘 구매자 대부분은 온라인을 보조 수단으로 여길 뿐 세일즈 담당자의 설명까지 듣고 싶어 한다.
이제 고객이 어디 있고 시장 흐름을 어떻게 탐색하는지, 고객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이해해야 좋은 고객 경험을 만들 수 있다. 무엇보다 기업은 가치 사슬에 대한 사고를 경험 사슬에 대한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 가치 사슬이 제품을 생산 지점에서 소비 지점으로 이동시킨다면 경험 사슬은 고객에서 시작해 옴니채널 구매 여정에서 만나게 되는 접점을 조정한다. 이는 자사 제품이 구매자의 삶을 더 편리하고 생산적으로 만든다는 것을 강조하는 경험 마케팅을 뛰어넘어 선다. 고객의 니즈 인식부터 평가, 구매, 구매 후 활동까지 아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