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행산업 내부에서 최근 벌어지는 논쟁은 많은 기업이 직면한 일반적인 딜레마를 잘 보여준다. 2021년 온라인 도박 시장이 자유화되면서 이런 디지털 교란자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라이브 베팅이나 카지노 게임을 온라인으로 옮겨와 법적 회색 지대에서 활동하는 디지털 교란자digital disruptor의 등장에 기존 기업들은 새로운 경쟁에 직면했다. 이런 환경에서 규제를 갖춘 전통적인 기업이 어떻게 경쟁할 수 있을까?
네덜란드 복권회사 네덜란즈 로테라이Nederlandse Loterij도 이 같은 상황을 겪었다. 이 회사의 디지털 혁신을 이끄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이자 이 글의 필자로 참여하기도 한 아르잔 블록Arjan Blok이 잘하면서도(상업적 성공) 좋은 일을 하려면(사회 보호) ‘KPI 나비KPI butterfly’를 구현해야 한다고 제안했을 때 어떤 이들은 코웃음을 쳤다. 나비의 두 날개라니. 경쟁을 교란하는 자들을 이길 생각이라면 좋은 일은 접어두고 조금의 효율성도 양보하지 않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지금 네덜란즈 로테라이는 네덜란드 시장에서 선도적이고 책임감 있는 기업으로 인정받을 뿐 아니라 전형적인 전통 기업의 타성을 떨쳐내고 온라인 신생 기업들을 제치며 앞서 나가고 있다. 이 사례에서 우리는 성공적인 디지털 혁신에 대한 지침을 얻고, 리더가 디지털 혁신을 이용해 사업적 성공과 대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