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위기에도 손 소독제 수천 개를 사재기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위험 경고를 무시한 사람들로 바와 식당가가 붐비는 등 여기저기서 이기적인 행동들을 쉽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무책임한 사례들이 아주 일부, 예외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세월에 걸쳐 절망적인 상황이 늘 반복되다시피 찾아왔지만 개인과 지역 사회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항상 선한 행동을 보여주곤 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 자신이 추구하는 삶, 그리고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바를 보여주겠다는 듯 동정심과 공감의 손길을 내밀어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돼 주었습니다.
작가 리베카 솔닛(Rebecca Solnit)은 저서 『지옥 속의 천국(A Paradise Built in Hell)』을 쓰기 위해 사전에 대비하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최악의 자연재해와 인재에 맞닥뜨렸을 때 사람들이 풀뿌리식으로(bottom-up) 대응한 사례를 조사했습니다. 작가 솔닛은 샌프란시스코, 멕시코시티의 대지진부터 캐나다 핼리팩스항 폭발 사고와 9•11 테러까지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솔닛은 말합니다. “재난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인류는 관계, 목적과 의미를 갈망하는 사회적 동물임을 알 수 있다. 비관적인 상황은 우리를 위급한 상황에 몰아넣으면서 나의 생명이나 타인을 구하기 위해 정치적 성향이나 생계 수단과 상관없이 이타적이고 결단력 있는 용감한 행동을 하게 만든다”고 말이죠.
제가 작가 솔닛을 생각하면서 그녀의 말에 들어맞는 경영 사례가 떠올랐습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뉴올리언스시와 미시시피주 걸프 해안가를 초토화했던 당시에 일어난 일입니다. 사람들은 음식, 의복이나 기저귀와 같은 필수품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 물품들을 구매조차 할 수 없어 수개월간 고난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전기가 끊겨서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도 멈추었습니다. 은행 지점마다 홍수 피해를 입었고 ATM 기기도 고장나 현금 인출도 불가능했습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미시시피주 걸포트시의 지방 은행 핸콕은행의 직원들은 기상천외한 기지를 발휘했습니다. 은행 직원들은 개인적 어려움을 뒤로한 채 40여 개 지점의 바닥, 책상 서랍, 금고를 샅샅이 뒤져 물에 흠뻑 젖은 현금을 일일이 비닐봉지에 담아 수거했습니다. 그리고 세탁기와 건조기를 발전기에 연결하고 여러 다리미판을 동원해 현금을 일일이 세탁하고 다림질했습니다. 말 그대로 ‘돈 세탁’을 한 것입니다.
직원들은 지점 밖에 접이식 테이블을 설치해 방수 시트를 깐 뒤 돈이 필요한 모든 이에게 신분증 확인 없이 공급했습니다. 컴퓨터 시스템이 다운된 상태였기 때문에 직원들은 고객명, 주소, 사회보장번호 내용을 폐지에 기록해 ‘인출증’으로 활용했습니다. 핸콕은행의 임시방편 활동으로 ‘돈세탁’ 된 금액은 4200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한 언론사는 이 광경을 두고 “조폭 두목도 울고 갈 만한 작전”이라고까지 평가했죠.
이런 풀뿌리식 창의성과 인간미가 돋보인 활동에 은행과 고객 모두는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핸콕은행은 유통된 현금의 95%를 회수했고, 예금 잔고와 자산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기존 고객과 신규 고객 모두 감사의 마음을 표하기 위해 돈을 갚으면서 기존 계좌에 더해 신규 계좌를 개설하고 추후 주택담보 대출이나 자동차 할부 대출을 할 때면 반드시 핸콕은행을 이용했습니다. 핸콕은행 CEO 조지 슐로에겔(George Schloegel)은 한 구술사 프로젝트에서 그 당시 사람들은 한마음으로 “(핸콕) 은행은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 있었다. 이 은행은 앞으로 나의 은행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회상합니다. 피해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나자 핸콕은행의 계좌 잔고는 15억 달러까지 늘어났습니다.
이 같은 사례를 계기로 핸콕은행의 경영 전략은 더 큰 지지를 얻었습니다. 핸콕은행은 자연재해를 인생의 동반자라고 생각하고 이에 대비하는 문화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태풍 카트리나 피해를 계기로 “가장 빨리 개점하고 가장 늦게 문 닫는다”는 철학이 브랜드 정체성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태풍의 피해가 발생한 지 10년 뒤, 핸콕은행은 나스닥 증권시장에 상장했는데 경영진은 이때도 지역의 회복력과 걸프 해안의 ‘가장 어두운 시절을 극복한 직원들을 축하했습니다.